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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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장강명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한국이 싫어서'이라는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알라딘 신간평가단 활동은 '에세이' 분야를 했지만, 종종 다른 분야의 책 목록을 살펴보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구매해서 읽는데, 그렇게 만난 책이 '한국이 싫어서'이라는 소설이었다.


 '한국이 싫어서'는 정말 요즘 내가 느끼는 '한국이 싫다.'는 감정이 그대로 적혀 있었고,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요즘 젊은 청년의 심적 고통이 반영되었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 이번에 읽은 '표백'이라는 소설은 젊은 청년의 고통만이 아니라 기성 세대에 대한 반항이자 고발이기도 했다.


나는 자살 선언자에 대해 완성된 사회가 쏟아낼 비난이 어떤 것인지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은 자살 선언자의 자살이 비겁한 도피와 현실 부정이며, "그럴(자살할) 용기와 의지가 있다면 그 힘으로 살아라"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패전을 각오한 군인과 순교자들처럼 명백하게 죽음을 선택한 이들에 대해서는 같은 주장을 하지 않는다.

기실 완성된 사회는 어떤 사상이나 자존심을 위해 개인이 모든 것을 포기하는 행위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완성된 사회는 인간을 하찮은 욕망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완성된 사회가 왜 그토록 자살 선언자를 두려워하는지도 설명이 된다. 자살 선언자는 그 존재만으로 완성된 사회의 기본 가정을 부수며, 완성된 사회가 완전하지 않음을 고발한다. 자살 선언자는 희고 완벽한 완성된 사회에서 지워지지 않는 한 점 얼룩이다. 완성된 사회는 자살 선언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능력이 없으며, 자살 선언자의 행위를 이해조차 할 수 없다.

자살 선언자들은 봉건사회를 무너뜨린 부르주아나 공산 혁명을 시도한 프롤레타리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살 선언자들의 목표는 완성된 사회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사회의 천박함과 불완정성을 고발하고 자신들이 품고 있는 위대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있으며, 그 방법은 오로지 죽음이라는 완전한 거부뿐이다. 왜냐하면 봉건 시대의 부르주아지와 산업시대의 프롤레타리아에게는 대안과 미래가 있었으나 표백 세대와 자살 선언자들에게는 그런 것이 없기 때문이다. (p208)


 윗글처럼 표백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소재가 사용된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상위를 차지하고, 그중에서도 청소년 자살률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부패했다고 하는 한국은 조부모, 부모의 재산이 없으면 더는 그 자식에게 희망도 꿈도 없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소설 표백에서는 이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살을 이용하여 이 버러지 같은 사회 자체를 부정하는 세연과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우리의 극단전인 심정을 그대로 옮긴 듯했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정말 눈을 뗄 수 없었고, 빠른 호흡으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나는 꼭 이 책을 다른 사람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20대, 10대, 30대 상관없다. 그냥 이 책이 담은 우리 이야기를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책의 띠지에는 '이 소설은 파격인가, 도발인가, 아니면 고발인가!'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 모두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장강명의 표백은 오랫동안 여운이 남아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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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0-14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이해 하고 가요!!
 
살면서 한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 - 사소한 고민부터 밤잠 못 이루는 진지한 고뇌까지
알렉산더 조지 지음, 이현주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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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면서 때때로 어떤 문제에 관한 의아함을 품을 때가 있다. 왜 야구 경기를 하기 전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 하고, 그런 경례를 함으로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야구 경기장의 암표를 판매하는 것은 왜 나쁘다고 말해야 하는지… 등 말이다.


 바보 같은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종종 이런 의문을 품을 때가 있다. 그리고 약간 삐딱하게 질문을 함으로서 우리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할 수 있고, 그 문제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이 아니라 속에 숨겨진 '상황'을 파악할 수도 있다.


 <살면서 한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 책은 그런 과정을 우리에게 말해주는 책이었다.

 "인간에게는 자연을 존중해야 도덕적 의무가 있다는 주장을 종종 듣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자연을 존중하는 것과 그냥 많이 좋아하는 것에 차이가 있나요?"


 위와 같은 질문에 대답하는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는 '과연 나는 이 질문에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떠나서 내가 평소에 자연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동안 나라에서 수행했던 자연을 지키기 위한 정책이라고 말한 4대강 사업 같은 문제를 떠올릴 수 있게 해주었다.


 뭐, 굳이 정치와 사회 문제로 접근하지 않아도 된다. 위 질문의 주인공처럼 '제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 감정은 언젠가 사라집니다. 그런데 제가 고백을 해서 혹시나 모를 헤어짐을 통해 아픔을 겪을 필요가 있나요? 이런 두려움을 가진 게 이상한가요?'이라는 개인적인 문제로 접근할 수도 있다.


 사람의 마음, 그리고 우리가 사회에서 직면하는 여러 윤리적 문제에 대한 질문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머리로 이해하지만, 그래도 일부 반박하고 싶은 여러 질문이 있을 것이다. 그런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답'을 토론함으로서 우리는 생각을 넓힐 수 있다.


 <살면서 한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은 그 과정을 보여주었다. 어떤 질문에는 단순하게, 어떤 질문에는 길게 설명한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와 함께 '이런 철학이 있구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뭐, 어떻게 보면 책은 질문하는 법과 답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어디까지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적힌 질문들과 답은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질문도 있었지만, 조금 맞지 않는 질문도 있었으니까. 단, 우리가 남 몰래 품은 바보 같은 질문은 누구나 하는 질문이고, 그 질문에 답을 찾는 게 정상적이라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우리 일상에는 많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 거기에서 지금, 답을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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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적 글쓰기 -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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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서민이라는 교수를 아는가? 서민 교수는 한국에서 기생충을 연구하면서 상당히 이름이 알려진 교수다. 이름이 알려졌다고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교수로 남아있으며, 그는 독특한 분위기에서 나오는 독특한 문체를 이용해서 SNS와 여러 칼럼으로 나름 인기를 얻었다.


 나는 책 <서민적 글쓰기>를 통해서 그의 글을 처음 읽어보았는데, 그의 글을 똑바로 읽어본 적이 없던 나는 거의 도박에 가까운 행동으로 그의 책을 구매했다. 단지 오래전에 <지식콘서트 내일>과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은 몇 개의 프로그램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서민적 글쓰기>의 제목은 그의 이름 '서민'을 이용하여 '서민적 글쓰기'로 지은 것으로, 책에서는 서민이 어떻게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혹은 글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고 얻었는지 읽을 수 있었다. 뭐, 이렇게 이야기하니 상당히 거창하거나 어려운 이야기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책은 조금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글을 쓰는 자세, 그리고 글에 담아야 할 것, 책을 냈다가 낭패를 본 사건 등 여러 이야기를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어떻게 써야 하는가' 부분은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역시 돌려까기 혹은 비유는 서민의 방식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난 내가 무능력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특별히 잘하는 게 없다. 강의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교수라면 반드시 해야 할 연구 면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바닥이다. 의사면허는 있지만 환자를 볼 능력도 없는데다, 지인들이 가끔씩 자문을 구할 때도 헛소리만 남발한다. 그러니, 내가 학교에서 잘리기라도 한다면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건 거의 불가능이다. 내 생각에 난, 좋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교수가 되었고, 교수라는 직위를 이용해 허구헌날 술만 퍼마시는 인간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잘하는 게 딱 하나 있다. 연속해서 술마시기! (p178)


 윗글을 읽어보라. 얼마나 솔직담백한 글인가. 그는 이런 자신의 글을 통해서 글을 쓰는 데에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써나가야 하는지 담백하게 말한다. 아마 그동안 조금 형식적인 글쓰기에 치우쳐서 글쓰기가 난해하게 다가왔던 사람들에게 구미가 당기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이 글은 타 블로그에 발행한 글을 재발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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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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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25살이 되어버린 나는 손편지보다 스마트폰으로 보내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익숙한 세대다. 이메일의 개념이 한국에 전해지기 전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손으로 쓰는 편지를 언제나 주고받았고, 남몰래 가진 사랑의 감정을 전하기 위해서 연애편지를 쓰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의 어른에게는 아련한 추억의 냄새가 나는 편지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와 같은 젊은 세대는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다. 단순히 내가 머리로 이해하는 편지는 손으로 직접 글을 쓰는 글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쉽게 하지 못하고, 좀 더 솔직한 감정을 글로 옮기는 방법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편지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요즘 젊은 세대가 솔직하지 못한 건 아니다. 비록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사귀자', '헤어지자' 등의 말을 주고받는 가벼운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영상 촬영을 통해 이전과 달리 좀 더 시각적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목요일(16일)에 나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인과 사귀는 영국 여성의 사연을 접할 수 있었다. 펜팔로 만난 두 사람은 겨우 2주 동안 영국에서 만났지만, 서로에게 사랑하게 되었다. 한국 남성이 군대에 가 있는 2년 동안 그를 기다리다 마침내 영국 공항에서 재회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다.


 이런 이야기를 보면 편지를 쓰지 않아도 요즘 세대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괜히 유튜브 영상을 통해 사랑을 고백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일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 일상 속에서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이렇게 스마트폰으로 환경 자체가 바뀌었다고 해도 우리는 종종 손편지를 쓸 때가 있다. 여전히 군대에 가는 한국 남성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와 연인이 손편지로 안부를 묻거나 전하는 것처럼, 첫사랑을 전하고 싶은 마음도 직접 손으로 쓴 편지와 글로 전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진심이다. 그리고 진심은 그저 화려한 말솜씨에 담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손으로 삐뚤삐뚤 쓴 짧은 글에서 더 애틋하게 담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날까지 손으로 직접 메시지 카드를 쓰거나 반성문을 작성할 때도 늘 손으로 쓰도록 훈계를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편지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단순히 연락용으로 사용되던 편지가 사람의 안부를 전하는 편지가 되고, 사랑을 속삭이는 편지가 되고… 편지가 없었다면 그 시절의 애틋한 사랑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편지는 모든 게 전자 문서로 바꾸기 전까지 사람에게 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오늘 갑작스레 오래된 '편지'이라는 단어를 말한 이유는 오늘 소개하려는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이라는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이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에세이로,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두 사람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는 기분이었다.


 나는 솔직히 책을 읽기 전까지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아니,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책을 읽는 동안 권정생 선생님이 '강아지 똥'을 쓴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오덕 선생님은 권전생 선생님의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도록 도와준 지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죽마고우(竹馬故友)라는 말이 딱 맞는 두 사람이었다.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를 통해 읽은 두 사람이 주고 받은 편지 속에서 동화 '강아지 똥'의 등장인물이 처음에는 일본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글을 쓰는 권전생 선생님이 얼마나 힘겹게 글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은 저의 동화를 자꾸 좋게 보시려 하는데, 저는 아직 만족한 작품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제 역량 가지고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것 같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일인(日人) 작가들의 작품을 능가할 수 있는 동화를 단 한 편이라도 쓰고 싶어요.

배우지 못한 것이 제일 슬프고 고통스럽습니다. 책 한 권을 읽는 데도 사전을 펼쳐 놓고 봐야 되니, 글 한 편 쓰는 데야 말할 나위 없지요. 그래도 자꾸 틀립니다. 어려운 말을 쓰는 것도 어렵지만, 쉬운 말로 쓰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계속 글은 쓰겠습니다. 앉아서 배길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무엇이곤 쓰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니까요. 아무와 얘기할 것이 없으니, 자연 책에 눈이 가고, 하고 싶은 말을 쓰지 않을 수 없지요.

세종문화사와는 공식적인 계약서가 없어도, 책만 팔리게 되면 적당히 생각할 테지요. 제 생각에도 그다지 기대는 못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편지를 읽어 봐도 영 제 생각과는 엉뚱한 서신을 받을 때는 오히려 실망할 지경이니까요. 그토록 많은 편지 가운데, 단 몇 장이나 진짜 편지가 있을지? 가려내 보면 한심할 거예요.

선생님,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p61)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부분에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대단하다' '나는 이런 자세로 한 번이라도 글을 써본 적이 있는가?'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글을 쓰면서 블로그에 올리는 삶이 '내 삶'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권전생 선생님처럼 절실하게 한 편의 글을 써본 적이 없어 부끄러웠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권전생 선생님께서는 글을 통해 일본 사람보다 더 좋은 동화를 쓰고 싶어 하셨고, 평생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기 위해서 노력하셨으니까. 마음속에 품은 본질이 너무 다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와 방향은 오직 블로그를 통해 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것뿐이니까.


 그런 부분을 비교하면 당연히 글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한 사람의 글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그 사람의 인간 혼이 얼마나 깊이 있는가에 달라진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권전생 선생님의 순도 깊은 문학은 선생님이 가진 선한 영혼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문득 '나는 이렇게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 지탱해주는 친구가 있는가?', '내가 어떤 사람에게 감사 혹은 특별한 감정을 전하고자 편지를 쓴 적이 있는가?' 등의 질문을 해보았다. 이윽고 나는 역시나 어정쩡하게 '잘… 모르겠다.'는 답을 낼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던 친구가 한 명 있었고, 쓸데없는 말을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주고받는 친구가 한 명 있고, 가끔 연락해도 아무렇지 않게 답해주는 친구가 한 명 있다. 그리고 연락처에 등록은 되어 있지만, 평소에 종종 이야기하지 않아도 안부를 물으면 답해주는 사람도 있기는 있다.


 그런데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는지 묻는다면 확실히 답을 할 수가 없다. 그저 내가 부족하므로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막상- 이런 질문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대체로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의 연락처를 훑어보다 '잘… 모르겠다.'고 답하지 않을까?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가벼워진 것이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여기에는 서로 진실함을 담아 존경하거나 함께 하는 사람을 사귈 기회가 줄어든 탓일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는 언제나 친구를 경쟁자로 만들고, 사회에서도 술을 마시며 취하지 않는 이상 친구라 부르기 어렵게 되었으니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보니 친구가 별로 없다고 말하는 나 같은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특이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즐기는 생활에 익숙해지는 건 함께 술을 마시면서 신세 한탄을 할 수 있는 친구보다 우리가 진실하게 믿고 의지하는 친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는 제목 그대로 편지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이오덕 선생님과 권전생 선생님의 아름다운 편지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단순히 개인과 개인의 편지 속에서 느껴지는 존경 그 이상을 읽으며 나는 현실에서 점차 사라지는 진실한 존경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언젠가 책을 만나볼 기회가 있다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는 동시에 가끔 친한 사람에게 편지 한 통을 써보는 일도 권하고 싶다. 말만 하는 게 아니라 나도 실천해야 하는데, 역시 사람은 머리로 아는 것보다 실천하는 게 더 어렵다. (아아, 이러니 내가 아직 일본 펜팔 친구를 만들지 못하지. 에휴)


 마지막으로 책에 기록된 권전생 선생님의 마지막 편지를 옮겨본다. 내가 이 마지막 편지를 옮기는 이유는 진실한 존경이 드러나는 동시에 학교에 대한 한탄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학교가 있어야 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습니다.'이라는 말이 그냥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맴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이지호 교수의 글 읽었습니다. 세상엔 생각도 느낌도 다르게 보는 사람도 있으니 별로 감정 상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살아온 것이 다르고 배운 것이 다르니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북극지방 사람들은 세상은 춥다 할 것이고, 열대지방 사람들은 세상이 덥다고 할테니 그걸 나무라서 어쩌겠습니까.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 못 합니다. 선생님도 앞으로 그리 생각하시면 편해질 것입니다.
이제야 세상이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빨리 달려가면 버스 좌석을 차지할 수 있고, 늦게 가더라도 새치기를 하거나 완력을 써서 차지하기도 할 테고요.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열두 살 아이가 자살을 할까요? 그 아이한테는 교육이 오히려 죽음을 가져다 준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학교가 있어야 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추위에 건강 조심해주시기 바랍니다.
2002년 11월 28일 , 권정생 올림.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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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알라딘 신간 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지금까지 자기계발과 경제 경영 부분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사람 냄새가 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치는 마음에 힘을 불어 넣고 싶어서 이번 15기에서는 처음으로 에세이 분야에 지원했었죠. 그리고 에세이 분야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만난 좋은 책들은 '오늘도 그래도 힘내야지.'이라는 마음을 품게 해주었습니다.


 총 12권의 책을 만났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은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한 이야기로, 아직도 세월호를 극복하지 못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부모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홀로 저와 동생을 보살핀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금요일엔 돌아오렴> 책은 무거우면서도 눈물이 가득한 채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아직도 저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지 못했습니다. 눈물이 나서 계속 책을 잡고 읽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살면서 힘들다고 생각할 때 한 번 꺼내서 다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제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합니다. 비록 제가 쓰는 작은 글이, 남 몰래 보내는 응원의 마음이 크지는 않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이 일 뿐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금요일엔 돌아오렴> 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외 추천하고 싶은 책 다섯 권을 말하자면… <그래도 괜찮은 하루>, <태도에 관하여>, <오늘 내가 사는게 재미있는 이유>, <떠나는 이유>,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다섯 권의 책은 우리가 지친 삶에 다시 '살아보자'는 의지를 품고, 살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응원해주는 책이었거든요.


 아무쪼록 다섯 권의 책을 다른 사람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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