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경제학자라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당신이 경제학자라면 - 고장 난 세상에 필요한 15가지 질문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이제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일상은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사회, 정치, 경제 등의 문제와 크게 상관없이 평범하게 돌아갈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세월호 사건에 대한 수습대책부터 시작해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의료민영화, 대출 활성화 등 여러 가지 정책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저 남의 일로만 여길 뿐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사회, 정치, 경제 등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은 그 모든 문제가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다. 거리에 나서서 '저건 옳지 못하다', '저 정책은 서민을 죽이는 정책이다.' 등의 말을 외치거나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학교에 다녔던 시절에 우리는 선생님과 학교, 주변 어른으로부터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배웠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고, 대학을 졸업할 때가 다가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공부만 잘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상은 그냥 한 개의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게 아니라 여러 톱니바퀴가 서로소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이 이야기는 정말 쉬운 이야기다. 송해 할아버지가 CF모델로 등장하는 모 은행의 광고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가 돈을 저금했을 때, 은행이 그 돈을 기업에 빌려주고, 기업은 그 돈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라는 내용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쉬운 예다.


 우리의 작은 소비와 저축을 비롯한 경제 활동이 기반이 되어 은행과 기업이 돌아가고, 일자리가 생겨나는 부차적인 결과를 만든다. 매번 경제 불황 때마다 고통지수를 줄여야 한다, 실업률을 줄여야 한다… 등의 이야기와 함께 사회에서는 여러 범죄부터 시작해 정치적 사건이 터지는 등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의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는 문제다. 소비하지 않은 채 돈을 침대 밑에만 보관하고 있으니 내수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경제가 점점 더 얼어붙고 있는 거다. (기업에 해당하는 이야기.) 시중에 유통된 5만 원짜리가 절반도 돌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모든 이야기가 바로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바라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책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이라는 책은 '고장이 났다'고 말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당신이 경제학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는 시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크게 어려운 책이 아니기에 제목을 보고 '내가 경제학자? 난 경제의 '경'자도 몰라. 이 책은 너무 어려울 것 같다.'라고 생각하며 쫄지 말자.


 잠깐! 내가 어려운 책이 아니라고 말은 했지만, 이 책이 마냥 쉬운 책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평소 '경제'라는 두 글자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분명히 어려운 책이 될 수 있기도 때문이다. 비록 이 책이 주석으로 어려운 경제 용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붙여놓았더라도 머리 위에 '???'를 띄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도 있다.


 아마 평소 '경제'라는 글자만 들어도 멀미가 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은 알 수 없는 논리로 시작해 알 수 없는 결말을 맺는 책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시절에 '경제'라는 과목을 공부했고, 블로그를 하면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책 중에서 경제학 서적이 많았음에도 '음, 조금 이 부분은 읽기가 힘들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내게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자. 이 책은 어려운 경제 용어를 포함하고 있더라도 앞에서 말했던 대로 주석으로 설명이 붙여져 있고,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를 바탕으로 저자가 던지는 15가지 질문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니까. '책을 통해 배우고 싶다'는 의지만 있다면, 분명히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저자가 고장 난 세계에 던지는 그 15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 경제학 계기판 살피기 _ 거시경제학에서 다루는 것들

· 불황이라고요? 돈을 찍어내세요 _ 통화정책

· 잠깐, 아무 돈이나 찍으면 안 됩니다 _ 화폐

·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졌다고요? _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인플레이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

· 경기 부양책을 시행해보자 _ 재정정책

· 수요의 부족인가 공급의 부족인가 _ 불황을 보는 또 다른 관점, 고전학파의 등장

· 단기적 문제인가 장기적 문제인가 _ 산출 갭

· 능력 있는 사람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이유 _ 실업

· 보소노믹스, 경영자가 중요하다 _ 경영의 문제

· 경제위기는 어떻게 알아챌 수 있나 _ 거시경제학의 경고

· GNP가 올라야 지지율도 오르는데 _ GNP 숭배 및 통계의 문제점

· 해피노믹스, 결국 행복해지는 게 목표가 아닌가 _ 행복지수

· 영원히 성장할 수 있을까 _ 지속가능성의 문제

· 불평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_ 빈곤의 상대성

· 미래의 거시경제학


 위 제목만 보더라도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오래전에 내가 블로그에 소개했던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이라는 책은 경제를 완전히 모르는 사람에게 '왜 경제가 중요한지', '경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었다. 반면에, 이 책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은 그 경제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이 경제학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경제학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를 똑바로 보기 위해 통찰력을 기르고 싶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우리 사회는 한 개의 톱니바퀴로 돌아가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소로 맞물리는 톱니바퀴가 함께 돌아가는 사회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어릴 적에 나는 독학으로 '법과 사회'라는 과목과 함께 '경제'라는 과목을 공부하면서 대체로 지금 가지고 있는 기본 상식을 터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두 과목을 독학으로 공부하면서 학교에서 배웠던 '정치'와 '사회문화'라는 과목이 상당히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 개의 분야는 다르게 설정되어 있지만, 결국 한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경제 활동'과 '사회(정치, 입법) 활동'의 긴밀한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경제 활동에 전혀 유리하지 않은 정책을 고수하는 정당과 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자신의 팔과 다리를 베는 것만이 아니라 내장까지 다 꺼내 가려고 하는데, 얼씨구 좋다며 배를 가르게 해주는 모습을 보면… 참, 말이 안 나온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토익을 공부하고, 자격증 하나를 더 따고, 잘 생긴 이성의 번호를 따는 일이 아니다. 지금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고, 저 정책을 낸 사람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알고, 왜 언론이 저런 보도를 하는 것인지를 아는 일이다.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경제에 대한 상식이 필요하다. 이것을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조삼모사의 등장하는 원숭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장 난 세상은 무서운 거다. 내가 경제학자라면 한 번쯤 이 고장 난 세상에 던질 필요가 있는 15가지 질문. 그 질문과 대답을 이 책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을 통해 읽어볼 수 있었다. 지금 사회가 갈라지고 있는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며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이 기회를 다른 사람도 한 번 가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혹시 관심이 생긴다면, 이 책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을 가까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기를 바란다. 평소 '경제'라는 두 글자, 혹은 '정치'와 '사회'라는 두 글자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에게 분명히 멋진 책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이성적 과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비이성적 과열
로버트 쉴러 지음, 이강국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적으로 주식에는 관심이 없지만, 늘 환율에 관심을 두며 환율 변동과 경제 흐름에 종종 촉각을 곤두세우고는 한다. 이는 내가 달러로 먹고 사는 한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종종 신간 평가단 활동을 통해 경제 서적을 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운 지식은 써 먹어야 진짜 지식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어려운 분야에 대해 본질적으로 파고 들지는 못하지만, 내가 관심을 두거나 나와 관련이 있는 환율과 경제는 자주 체크하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내가 준비해야 할 부동산의 시세 흐름도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를 배우기 위해 책을 읽거나 경제 뉴스를 읽어보고는 한다. 이게 진짜 필요한 것이니까.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에는 많은 사람이 부동산을 투기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여기고 있고, 그 이전에는 주식이 정말 뜨거운 열풍을 몰고 왔었다. 일하는 곳에서는 종종 오늘 주식 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를 들을 수 있는데,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주식에 투자를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식과 부동산은 우리나라 한국의 경제를 놓고 정말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주식과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세대가 지금도 여전히 부자로 남아있으며, 그 당시 '땅값이 언젠가 내릴 것이다'고 생각해 조금씩 미루기만 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월세나 전세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모습이 아니다. 미국도 그랬고, 일본도 그랬고, 다른 유럽 국가도 꽤 비슷했었다. 경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달러'라는 화폐를 통해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번 의문이 드는 게 생긴다. 도대체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주식과 부동산은 치솟았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 과거 우리가 몰랐던 금융에 대한 여러 지식과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금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바로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책이다.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이라는 두 개의 큰 시장에 초점을 맞춰서 비이성적 과열로 크게 폭등한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분명히 흥미로운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책 자체는 쉽게 쓰여있다고 말하기보다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꾸준히 읽어야만 읽을 수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부분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에서는 '호오' 하면서 읽더라도 전혀 관심도 없이 어려운 말만 반복되는 부분에서는 짧은 침묵을 하며 페이지를 넘기게 되니까.


 나만 아니라 다른 독자도 처음에 읽을 수 있었던 '시장의 버블을 촉진한 12가지 요인들'을 비롯해 상당히 재밌어 보이는 여러 부분을 만날 수 있을 거다. 혹시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이 책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한 번쯤 살펴보고 구매해서 읽어보기를 바란다. 좋은 책이기는 하지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은 아니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경제학자의 문학살롱 - 그들은 어떻게 고전에서 경제를 읽어내는가 한빛비즈 경제학자 시리즈 3
박병률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많은 사람에게 '인문 고전', '고전 소설', '경제·경영학' 같은 장르의 도서는 상당히 읽기가 어려운 책으로 여겨진다. 어느 정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라도 그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에는 종종 너무 어려워 '아, 도무지 못 읽겠어. 내가 이 책을 왜 샀지?'라는 자책을 할 때가 있다. 책을 무턱대고 구매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터넷 서점을 통해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종류의 책을 과감히 구매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하자 그냥 졸리기만 할 뿐,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아 포기한 책이 적지 않다. 아마 내가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는 서평단 활동이 나이었다면, 절대 바보처럼 졸음과 싸우면서 읽어야 하는 그런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았을 거다.


 어느 정도의 강제력이 있었기에 나는 내게 도움이 되는 많은 책을 만날 수 있었고, 어렵더라도 그런 장르 중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통해 큰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만약 서평단 활동이 아니었다면, 나는 주야장천 에세이와 소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라이트 노벨처럼 가벼운 소설만 읽으며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정말 편식 독서를 통해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머릿속으로는 언제나 '고전과 경제학 도서도 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선뜻 오프라인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그런 책을 구매하기가 망설여진다. 과거에 책을 구매했다가 읽지 못했던 책이 떠오르고, '과연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그냥 호기심에서 구매하기에는 책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돈이 들지 않는 도서관에서도 비슷하다.


 '읽기 어렵다'는 건 그런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정말 재미있게 '고전'과 '경제학'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우연히 만났다. 이 책도 알라딘 신간 평가단 활동을 통해 만나게 된 책으로, 서평단 활동이 아니었다면 어려워 보이는 제목 때문에 절대 읽지 않았을 수도 있는 책이었다. 그 책은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고전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이용해 우리에게 경제 원리를 설명하는 동시에 여러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우리가 그동안 어려운 경제학 도서를 통해 머리를 헝클리며 읽었던 매몰 비용, 기회비용, 기업가 정신 등 익숙한 용어부터 시작해 낯설기만 했던 휴리스틱, 동조 효과, 주식을 고를 때… 등 어려운 원리를 정말 쉽게 읽어볼 수 있었다.


 아마 평소에 이런 책이 어려워서 읽지 않았던 사람도 분명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다. 나도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함은커녕, 오히려 '오, 이렇게 설명하니 정말 이해하기가 쉽다!'며 손뼉을 칠 정도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어렵게 경제원리를 설명하며 우리가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경제 문제를 가져와 이야기한 책에 엿이라도 주고 싶었다.


 그러나 어쩌면 이건 내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책에서 읽을 수 있었던 몇 개의 고전 작품 이야기 중 내가 읽었던 이야기도 있었고, 고등학교 시절 독학으로 경제 공부를 한 후에 대학생이 되어서도 종종 경제도서를 지금까지 읽으면서 어느 정도 기초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이 책을 쉽게 받아들이며 읽을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글쎄, 이 부분은 조금 애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히 나와 같은 20대만이 아니라 전 세대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단순히 고전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경제 원리를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실제 직면하고 있는 몇 가지 문제를 언급하며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닉이 보기에 5년 전 개츠비의 사랑은 '매몰비용'이다. 매몰비용은 이미 써버려서 더는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아무리 개츠비가 용을 써도 데이지는 5년 전의 그 상태로 돌아오기 힘들다. 데이지의 남편 톰은 "개츠비 당신이 모르는 많은 일이 우리 부부에게 일어났다"고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매몰비용은 '잊으라'고 말한다. 어차피 회수도 되지 않는 비용을 계속 생각하다가는 합리적인 판단마저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비로 쓴 돈은 되돌려 받을 수 없다. 만약 그동안 광고한 게 아까워서 팔리지도 않는 물건을 계속 홍보한다면 돈만 더 들 뿐이다. 연구개발 비용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R&D 자금을 투입했다고 하더라도 실패했다면 계속 집착할 일이 아니다.

매몰비용은 정책 분야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이미 많은 돈이 투입됐으니 여기서 사업을 그만둘 수 없다는 논리가 지배한다. 사업을 중단했을 때 이에 따른 책임도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단 한 번이라도 예산을 따내면 그 돈을 빌미로 사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무리하게 밀고나가는 경우가 많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도 이와 유사하다. 1조 원 가까이 투입된 자금이 아까워 개발사업자들은 사업 중단을 놓고 장고를 거듭했다.


개인의 판단에도 매몰비용은 큰 영향을 미친다. 1만 원을 주고 영화 티켓을 끊었다. 30분 정도 봤지만 너무 재미가 없다. 1만 원이 아까우니 계속 앉아 있어야 할까? 1만 원은 되돌릴 수 없는 매몰비용이다. 

매몰비용에 집착하면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과거에 투자한 것이 아깝거나 그 행위를 저앙화하기 위해 더 깊이 개입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미래에 대한 기회를 날린다. 즉 추가로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1만 원이 아까워 재미없는 영화를 1시간 동안 더 봤다면 그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비용을 추가로 들인 셈이 된다. 이런 상황을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p58)


 위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처럼 이외에도 더 많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과 알아두면 도움이 될 지식을 어렵지 않게 이 책은 쉽게 말하고 있다. 특히 위 사례는 지금 한창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 이후 망쳐진 4대강의 사례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인데, 책에서 읽을 수 있는 경제 원리를 통해 우리는 '왜 4대강 사업이 잘못되었는가'를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으면서도, 유독 나와 같은 20대로 인생을 살면서 스타트업에 도전하거나 대학생활을 하는 청춘에게 추천하고 싶은 거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정말 많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단순히 고전을 읽고, 경제원리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여러 사회 문제를 어떻게 경제원리를 이용해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도 있다.


 난 이 책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이 정말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서평단 활동을 아니었다면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인데, 다시금 내가 서평단 활동을 통해 이 책을 우연히 만난 것에 대해 큰 행운이라고 느꼈다. 이 책은 굳이 나처럼 책 읽기를 평소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 혹은 온라인 서점에서 우연히 본다면, 주저 없이 구매해서 읽어보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너선 아이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조너선 아이브 -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
리앤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로 집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를 기반으로 한 한국 기업의 데스크톱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평소 일상생활에서는 IOS를 기반으로 한 애플의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블로그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활동을 하는 데에 필요한 (가) 포스팅 작성이나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혹은 간단한 업무 메일을 주고받는 데에는 딱 이 두 개의 기기만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내가 애플의 제품을 처음 사용했던 건 '아이팟'이라는 MP3였다. 그전까지는 코원의 MP3를 이용하다 정말 어쩌다가 우연히 아이팟을 구매하게 되었고, 아이팟이 가진 기능을 하나둘씩 알아가면서 애플이 만든 제품에 상당히 매력을 느끼게 된 거다. 그래서 그 이후 아이패드, 아이폰을 구매하게 되었고… 지금도 맥북 에어를 크게 원하고 있다. (결국, 노트북은 그램을 사버렸지만.)


 나는 IT에 대해 전문가처럼 지식이 깊지도 못하고, 디자인에 대해서도 무엇이 인체공학적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애플의 기기가 마음에 들었던 건 '나도 모르게 어쩌다가 손에 쥐고 계속 사용하게 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단순한 한 명의 사용자로서 이 이상의 설명을 할 수가 없다.


 그저 손에 쥐게 되고, 계속 사용하게 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만 하더라도 왜 애플 제품을 고집하는지는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잡스가 만든 제품과 마케팅의 승리이기도 하고, 그가 그토록 고집한 디자인의 승리라고도 말할 수 있다. 아무리 기능이 좋더라도 디자인이 형편없었다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지 못했을 테니까.


 그래서 애플은 컴퓨터를 만드는 기업이기 이전에 디자인 기업이라고도 불린다. 많은 사람이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이겠지만, 스티브 잡스는 단순히 스펙이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제품을 만드는 것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그 시작이 매킨토시와 아이팟으로 이어지면서 연이어 사람들에게 엄청난 대박을 친 거다.


 애플의 앞에는 이 스티브 잡스라는 거대한 리더가 있었지만, 애플이 그동안 도태되지 않은 채 사람들에게 멋진 미래에 대한 감명을 줄 수 있었던 건 수많은 뛰어난 인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그 분야 중 잡스의 마음에 들고, 애플의 디자인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디자이너는 기술 엔지니어와 함께 애플의 성공에 1등 공신으로 뽑아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 같은 사람이 '나도 모르게 어쩌다가 손에 쥐고 계속 사용하는 매력'을 애플 제품으로부터 얻는 이유는 그런 애플의 천재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니까. 여기에는 혼자가 아니라 독보적인 길을 고집하는 리더와 그 길을 따라갈 수 있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포함한 애플의 구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지 않은가?


 이 책의 주인공 '조너선 이너브'는 애플에서 디자인을 함께한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애플에 입사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디자인을 하는 데에 참여했던 그의 일대기를 이 책을 통해 읽어볼 수 있었다. 뭐, 일대기라는 장르이기에 조금 흥미가 가지 않는 책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확실히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블로그 서평단 도서로 이 책을 받았기에 내가 이 책을 읽으려는 시도했었지, 그런 우연한 만남이 없었다면 절대로 난 이 책을 읽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거다. 왜냐하면, 나는 이처럼 어떤 사람의 인생을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따라가는 이야기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저서처럼 뭔가 마음을 움직이는 강한 힘을 가진 책이면 몰라도… 대체로 이런 삶을 다룬 이야기는 지루한 책이 꽤 많았다. 특히 최근에는 라이트 노벨이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등의 가벼운 소설을 많이 읽다 보니 이런 무거운 느낌이 나는 책은 책의 한 페이지를 넘기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무거운 책을 읽지 않는 건 아니다. 이런 책은 왠지 나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지만, 책을 읽으면서 '번쩍'하는 느낌이 드는 책은 종종 읽는다. 게다가 조금 무겁더라도 많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인문학 도서는 크게 거르지 않고, 대체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이야기가 조금 돌아가고 말았다. 다시 이 책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자. 이 책도 과거 내가 만난 '번쩍'하는 느낌이 다소 없었던 그런 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애플과 조너선 아이브에 대해 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저 평범히 '나는 애플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애플의 비밀이 궁금하다'는 사람에게는 낯선 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내가 이 책에서 꽤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었던 부분이 몇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조너선 아이브가 애플에 들어가는 과정에 있던 탠저린 디자인이라는 한 기업에서 한국의 기업 LG전자와 협력을 맺은 부분이고, 또 다른 하나는 관료주의에서 탈피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창조적인 의견을 낼 수 있는 공간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부분이다.


 이 두 부분을 내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딱히 특별한 게 아니다. 한국 사람으로서 당연히 한국의 기업 LG전자와 삼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흥미가 생기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후자는 개인적으로도 관료주의 체제 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환경이 갖추어져야 좀 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점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학교 교육과 사회 시스템에도 필요하다.)


 그 이외에는 한 인물이 걸어가는 길에 맞춰 독자들에게 애플에서 그가 개발에 참여하는 모습, 어떤 식으로 디자인에 몰입하는지… 그런 이야기를 자세히 해주는 이야기였다. 다소 지루하기도 했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기에 다른 사람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마냥 이 책을 그냥 손에 들었다가 구매한다면… 후회할지도 모를 책이라는 점은 분명히 말하고 싶다.


 다시 말하지만, 애플과 애플이 걸어온 길에서 스티브 잡스가 아닌 또 다른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에게만 난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비록 책이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분명히 매력적인 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관심이 있는 분야의 이야기는 재미있는 법이다.)


 애플의 어떤 제품이 어떤 계획에서 나왔는지, 어떤 식으로 디자인을 시작했는지… 아이브는 어떤 식으로 환경을 만들고 팀원을 선택하고 잡스와 어떤 인연을 맺었는지… 궁금한가? 궁금해서 잠을 설칠 것 같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 조너선 아이브를 만나보기를 바란다. 분명히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 - 나와 당신은 과연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분배받고 있는가
데이비드 C. 코튼 지음, 김경숙 옮김 / 사이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 먹고 잘살고 싶다. 이건 누구 할 것 없이, 어느 국가 할 것 없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가슴에 품고 있는 하나의 바람이다.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 우리는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사람을 대표로 지지하고, 새로운 경제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주장을 하는 경제학자를 지지한다.


 하지만 그들을 믿고 그들을 지지해주었음에도 그들이 하는 행동은 경제성장은커녕 오히려 빈곤층으로부터 악착같이 피를 빨아대는 행동뿐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경제성장은 빈곤층이 먹고 살만해지는 게 아니라 부도 위기를 맞은 기업이 빈곤층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아 다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전 세계가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이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였고, 지금도 계속되는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는 이 일환에 속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은 가당치도 않다. 그저 있는 사람들이 그 돈을 지키면서 더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일 뿐이다.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원칙은 분명히 맞다. 하지만 지금 친재벌 위주로 돌아가는 경제 체제는 빈곤층이 죽어야 부유층이 산다는 원칙이 오히려 더 타당성이 있지 않을까? 지금의 경제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뭐, 여기에 부정적인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한 번 질문해보자.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에 나는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기에 명확히 답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위에서 볼 수 있는 책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는 그 질문을 아예 책의 제목으로 사용하면서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우리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동안 허울 좋은 이름표로 치장된 경제 성장이라는 그 녀석이 무엇을 품고 있는지를 책을 통해 자세히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데에는 꽤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고, 뜨거운 여름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오후 시간 대에 책을 읽을 때에는 졸기도 했었다. 그래도 관심이 가는 이야기가 많아 소제목과 꼭지를 보고 부분적으로 관심이 있는 부분을 위주로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내가 과거 읽었던 《중산층이라는 착각》이라는 책만큼, 아니, 오히려 그 이상으로 날카롭게 우리가 직면하는 경제와 사회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아마 그저 경제 성장이 좋은 것으로 생각한 나와 같은 서민 계층은 '경제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이렇게 우리에게 짐을 부과하고 있었어?'라며 놀라기도 하고, '그래도 신자유주의 속에서 어쩔 수 없다'며 답답함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는 앞에서 말했던 대로 우리가 좋아하는 경제 성장이 무엇을 희생으로 하고 있는지,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로 행해지는 정책이 누구를 위해서 누구를 희생시키고 있는지를 특히 자세히 읽어볼 수 있다. 이게 이 책의 강점이자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이유다.


성장이 아니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들이 문제


성장 종식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늘 반대에 부딪힌다. 그렇게 하면 빈곤층은 영원히 궁핍에서 헤어나지 못할 거라는 게 그 이유다. 빈곤층의 복지가 경제 성장 여하에 달려 있다는 주장은 역설적이게도 주로 개발 전문가와 경제학자, 금융업자, 기업주 그리고 자기 집 식탁에 음식을 올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빈곤층이 자신들의 의견을 말할 때면, 이들은 자신들이 발붙이고 살아가며 생계를 의지하는 토지와 물에 대한 확고한 권리를 더 자주 언급한다. 그들은 최저 임금을 보장해 주는 괜찮은 일자리를 원한다. 그들은 자식들을 위한 의료 제도와 교육을 원한다. 모든 것이 돈과 연관되는 세상에서 그들 역시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우리에겐 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는 경제 성장을 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있다고 해도 드물다.

급속한 경제 팽창 시기에는 빈곤층의 궁핍이 더욱 증가하는 반면, 경제 침체기에는 오히려 더 나은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를 우리는 아주 흔히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즉 경제 팽창을 지지하는 정책이 대개 노동으로 근근이 먹고 사는 사람들을 희생시켜 소득과 자산을 돈 있는 사람들에게로 이동시키기 때문이다. 성장 자체가 필연적으로 가난을 불러오지 않지만, <성장의 이름으로 추진되는 정책>은 종종 가난을 야기한다. (p66)


 경제와 사회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가 좀 더 어려 방향으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석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책의 소제목 꼭지 중에서 좀 더 흥미가 가는 부분을 먼저 읽어보며 읽는다면, 분명히 이 두꺼운 책을 졸음과 싸우면서도 읽으면서 결과를 손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몇 가지 부분은 '부자 나라의 부담을 빈곤 국가에 떠넘기기', '성장이 아니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들이 문제', '세금 낼 능력이 넘치는 사람들의 세금을, 세금 낼 형편도 못 되는 사람들에게 부담시키는', '국가의 독재보다 훨씬 교묘한 시장의 독재' 등의 부분이다. 그중 세금에 대한 이야기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세금 낼 능력이 넘치는 사람들의 세금을,

세금 낼 형편도 못 되는 사람들에게 부담시키는


글로벌 경제 체제는 표준 미달의 임금을 지불하며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노동 착취 공장에 외주를 주어 생산을 맡기는 대가로, 원시림을 깡그리 밀어버린 대가로, 수십만 명의 근로자를 해고하는 노동력 절감 방안을 도입한 대가로, 수십만 명의 근로자를 해고하는 노동력 절감 방안을 도입한 대가로, 유독성 폐기물을 내다버린 대가로, 그리고 인간의 이해관계보다 기업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정치적 의제를 설정한 대가로 기업과 그 임원들에게 관대한 수익과 그에 따른 여러 혜택을 안겨주어 그들의 수고에 보답한다. 이 경제 체제는 그 결정이 야기하는 피해로부터 그러한 조치를 취한 자들을 보호한다. 그리고 그 피해로 인한 비용은 주로 사회의 힘없는 구성원들, 즉 직장에서 쫓겨나 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근로자들, 그리고 그들 대신에 그 자리로 들어갔으나 가족을 부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들, 숲이 헐려 살던 집이 없어져버린 사람들, 유독성 쓰레기 더미 옆에서 거주하는 빈곤층, 그리고 고지서를 받아들고 세금을 내는 납세자들에게로 돌아간다.

비용과 수익의 연결 고리를 끊어버린 결과로, 세계에서 가장 유력한 정책 결정자들은 자신들이 내린 결정으로 새로운 이익이 창조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새로운 이익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이 지구의 이용 가능한 부를 나머지 사람들과 지구를 희생시키는 대가로 자기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이익이 옮겨가게 하는 행위일 뿐이다. (p184)


 책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정적으로 비판만을 하는 책이 아니다. 제4부까지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경제가 어떤 식으로 변화되어오고, 어떤 식으로 추진되어오고, 어떤 식으로 우리에게서 권리를 빼앗아 갔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이후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저항 방법, 앞으로 우리가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다면… 그저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도 잘살 수 있다고 말하거나, 혹은 경제 성장을 미끼로 던져 서민을 유혹하는 가짜 정치인 밥버러지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지닐 수 있을 거다. 이 책은 그 판단력을 키우는 데에 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이다.


 그저 지금의 정치인과 기업인은 무조건 성공한 사람이고, 그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은 종북 좌빨이라고 가르치는 우리나라에서 꼭 한 번쯤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닐까. 어쩌면 지금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 책을 만나게 된 건 더 나은 시대를 향한 갈망을 더 깊어지게 하는 필연적인 만남일지도 모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