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출간된 책을 읽고 4년이 지난 후 다시 읽은 백수린 작가의 산문집은 여전히 다정하고 따스했다.
표지의 식빵 그림이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건 배고품 때문일까.
이게 마음의 허기인지 실제 배가 고파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빵과 책을 매개로 한 그녀의 글은 오늘 하루도 무탈한지 안부를 묻는 것만 같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빵을 눈으로 맛보고 관련된 책의 한 구절을 살펴보노라면
조급했던 마음 한구석이 차분해지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나와 타인이 매일매일 다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인 글은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한다.
맛있는 빵을 떠올리고 작가의 삶을 엿보는 이 시간은
일과 간병인 노릇을 하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던 내게 모처럼 여유로움을 안겨준다.
작가가 건네는 빵을 통한 이야기는 그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잊지 않게 해 준다.
달달한 음식을 즐기지는 않지만 오늘 하루가 힘에 부치거나 세상이 원망스러울 때면
진한 초콜릿 케이크나 부드러운 생크림 케이크가 생각난다.
백수린 작가의 다정한 글은 마치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을 입안 가득 담고 있는 듯한
설렘과 기분 좋음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섣불리 위로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책의 한 구절을 들려주며
각자가 가진 상처를 스스로 돌아보고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도 좋았다.
이렇게 또 읽고 싶고, 읽어야 하는 책이 늘어난다.
다시 만난 책은 고달픈 삶을 성심껏 잘 살고 있다는 위로를 건넨다.
이 기분을 조금 더 느끼고 싶다.
내일 아침 식탁에는 달달하고 폭신폭신한 카스테라 한 조각을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