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지음 / 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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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제목이 눈길을 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길래 이리 과격한 단어가 표지에 쓰인 걸까.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책을 다 읽은 후 누구보다 화려하고 기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그녀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이 좋은 책은 나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 곧바로 친구에게 선물했다.

열다섯 살에 시력을 잃기 시작하면서 시각장애인으로 마사지사로 딸로 그리고 여성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낸 저자는 2023년 샘터 문예공모전 생활수필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녀의 인생은 감성 가득한 문장으로 나를 울고 웃게 한다. 특히 매콤한 모녀지간의 대화는 이 책을 쓴 사람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자꾸만 잊게 만든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사람이 이토록 궁금해지는 것도 처음이다.

어린 나이에 어둠이 익숙해지는 삶이 결코 평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시종일관 통쾌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풍긴다. 알 수 없는 긍정의 힘이 글자 밖으로 쏟아진다. 보이지 않는다고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생은 단단해졌고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아예 잊고 살아간다. 잊어야지만 살아갈 수 있으니깐.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가고 마사지사로서 마사지 숍에서 사람들을 마주하고 엄마와 투닥거리는 일상은 비장애인인 내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나보다 더 활기차다고 해야 할까. 그녀는 어둠으로 가려진 세상에서 자신만의 화려한 축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뜨겁고 열정 가득한 책을 읽고 보니 적막한 내 삶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만 같다.

때론 타인의 걱정 어린 말이 상처가 되기도 하고 고약한 성격의 손님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낸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탱고였다. 장애 때문에 탱고 학원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지만 저자는 자신의 이름처럼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승리를 거머쥔다. 그런 그녀를 선뜻 받아준 강사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녀 모두 멋있는 사람들이다.

하루하루 일에 허덕이며 살고 있는 내 삶을 돌아보았다. 언제부턴가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눈뜨고 잠들 때까지 일이 많다는 핑계로 책상 앞에만 앉아있던 시간들을 반성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꺼져가던 내 삶에 뜨거운 열정을 가득 부어주었다. 내 삶도 축제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생겨났다. 무병장수를 꿈꾸며 글을 계속 쓰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좋겠다.

나는 그동안 실패가 두려워 장애를 핑계 삼아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왔다. 잃어버린 것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다르게 살려 노력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들기 위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낸다. 탱고 수업은 내게 첫 도전의 시작이었고 내 가슴에 열정을 심어주었다.

p.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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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D 2024-04-07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도 강렬한 제목때문에 읽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서평을 보고 읽어야겠다 싶네요 ㅎ 서평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