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
바바라 몰리나르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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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동안 단 한 권의 책만을 남긴 이가 있다. 그녀는 평생 글을 썼지만 남김없이 파기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그녀의 글을 한편도 읽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이 세계를 떠도는 현대인들의 실존적 불안, 광기, 고독을 보여준다. 


죽음만이 인생에 남은 '유일한 경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를 그려내며 초현실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고독과 죽음, 사랑과 연인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들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써나가며 현대인의 삶을 투영한다. 우울한 분위기가 나를 둘러싼다. 함께 실린 그림들 또한 점점 더 불안해 보인다. 감각으로만 그려진 문장들은 꿈속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환상 속에서 눈앞에 보이는 그림자를 따라 서서히 불안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다. 완결된 서사를 선호하는 취향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에게 그녀의 글을 마주한 이 밤은 너무 길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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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 - 우리 삶에 사랑과 연결 그리고 관계가 필요한 뇌과학적 이유
벤 라인 지음, 고현석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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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하는 내게 경고를 보내는 책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진화적으로 집단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기에 고립은 뇌가 겪는 가장 가혹한 고통이자 생존의 위협이라는 주장이 무시무시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뇌의 화학적 메커니즘, 즉 옥시토신·세로토닌·도파민 같은 호르몬 작용을 통해 뇌의 본능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신경과학자이자 임상 조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이 생존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혼자여도 충분히 괜찮은 세상이지만 인간의 뇌는 관계를 통해 건강해진다는 설명이 흥미로웠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 자발적 고립을 실천하고 있기에 그의 주장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특히나 심장 건강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시점이라 외로움이 심장병만큼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저자는 우리가 왜 타인과 연결을 갈망하는지, 연결이 결핍되면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설명한다. 우리 몸의 기관들이 혈액과 영양분을 필요로 하듯이, 뇌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신경화학적 보상을 받는다. 들어본 적 있는 이러한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뇌에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뇌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고립이 지속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어 전신 염증이나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위축된다. 갑자기 단절된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미션을 부여받은 것 같아 부담감이 높아졌다. 어떻게 고립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일상에서의 가벼운 인사나 짧은 대화만으로도 뇌의 보상 체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지극히 내향인으로서 2026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 더 늘어났다. 뇌와 삶의 건강을 위해서도 고립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올해가 가기 전에 먼저 연락을 하고 만남을 요청하기로 다짐했다. 단절된 관계를 다시 잇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취해야 한다.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해지는 현실에서 왜 연결이 필요한지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도서제공 #뇌는왜친구를원하는가 #벤라인 #더퀘스트 #도서리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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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예술
이선아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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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미술관이다. 흥미를 유발하는 전시가 열리는 장소로 직접 찾아간다. 부푼 기대감을 안고 찾은 미술관에서는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때도 있고, 기대에 못 미치는 전시로 실망감을 안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된 작품은 선물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보여주며 다가갈 수 있는 교통편까지 정보를 담고 있다. 책에 첫 번째로 등장하는 <해머링 맨>은 매일 아침 출근길에 보던 거대한 설치미술작품이다. 이 작품이 그토록 유명한 작품인지도 알지 못했다. 늘 그곳에 있었기에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이다. <해머링 맨>의 일상이 우리의 일상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에 문득 측은한 마음이 든다. 


이토록 예술이 일상에 가까이 있을 줄은 몰랐다. 비록 내 동선과는 동떨어진 곳들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기분전환 삼아 얼마든지 갈 수 있는 장소들이다. 예술작품이 있는 곳이며 어디든 달려가는 저자의 시선만큼이나 소개되는 작품들 역시 매력적이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가고픈 충동이 생겨난다. 


저자의 생생한 설명은 예술을 즐기기 위해 고정된 장소로 찾아가야 한다는 선입견을 과감히 깨뜨려준다. 감상할 마음만 있다면 어디서든 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태도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얻게 된 것이다. 예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라는 점에도 깊이 공감하게 된다. 새로운 해에는 예술을 발견할 수 있는 여유가 내 안에도 머물기를 기대해 본다.

#도서제공 #걷다가예술 #이선아 #작가정신 #작정단 #도서리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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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음의 밤
최지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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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막막한 순간에 음악은 큰 위로가 된다. 시인은 살아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음악을 선택했다. 어떤 음악이 좋았는지 보다 그 음악을 통해 어떤 밤을 통과했는지를 말한다. 저자가 견뎌온 시간의 무게만큼 음악을 대하는 깊이도 함께 깊어진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들여다본 기분이다.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기록을 읽으며 살아간다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일까. 지금도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적어나가고 있다. 키보드 소리와 숨소리만 들리는 삭막한 공간이지만 음악으로 인해 그 안에 따스함이 스며든다. 


시인은 양희은의 노래를 들으며 산다는 일의 의미를 곱씹고, 이승윤의 노래를 들으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내게도 삶의 동기가 되어 주는 노래가 있었고 나의 청춘은 온통 그 음악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시절의 희로애락이 플레이리스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느 밤 그가 알게 된 음악의 힘이 뭔지 알 것만 같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자신의 아픔을 달래주고 보듬어 주는 음악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긴다. 책 속에 담긴 QR 코드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한 장씩 천천히 읽고 싶은 책이다. 

#도서제공 #일렁이는음의밤 #최지인 #한겨레출판 #도서리뷰 #서평 #책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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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 인권의 길, 박래군의 45년
박래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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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은 세계 인권의 날이다. 1948년 12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세계 인권 선언을 발표하였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인권의 날을 지정하였다. 올해로 77주년을 맞는 이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 운동가 박래군의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인권운동가로 살아온 저자의 고통과 상처, 슬픔과 환희가 교차했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저자를 처음 알게 되었다. 수많은 인권 현장을 지키며 헌신했던 저자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책에 담긴 이야기를 읽으며 수없이 눈물을 흘렸고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었다.


문학청년이었던 저자는 정권의 탄압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분신에 이른 동생의 죽음 이후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20대 청년들의 뜨거운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약한 존재들의 곁을 지키온 저자의 삶은 영화가 아닌 현실이었다. 


인권 문제와 관련한 대한민국의 역사에는 그가 등장한다.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사무국장,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과장, 재단법인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운영위원장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권 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다. 그동안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역사의 현장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 있었다.


혐오와 증오가 만연하고 여전히 힘없는 자들이 탄압받고 있는 현실에서 저자의 태도와 노력은 큰 울림을 준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사람을 위해 제 몫의 싸움을 이어가고, 참사라는 거대한 비극 앞에서 유가족을 보듬고 안아주며,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대변하려 앞장서는 그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의 뜨거운 마음이 얼어붙은 현실을 녹여주길 바라본다. 


#도서제공 #도서리뷰 #모든눈물에는온기가있다 #박래군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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