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법정 지음, 김인중 그림 / 열림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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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글과 김인중 신부의 미공개 작품이 실려 있는 이 책은 '침묵'을 주제로 한다.

끊임없이 들리는 소음과 넘처나는 말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말의 무게를 되새기는 침묵의 태도와 삶의 자세에 대해 깊은 울림을 준다.

법정 스님의 글은 삶의 어느 순간에나 도움이 되는 글들로 엮여 있다.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좋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지금 이순간에 유용한 다정한 말이 담겨 있다.

책에 담긴 글을 읽으며 잠시나마 명상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최근 들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말과 생각들로 인해 삶에 끌려가고 있다고 느꼈다.

예민함이 최고조에 이르면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말로 상처를 주게 된다.

불편함 마음은 이 고비가 지나가면 삶에도 마음에도 여유가 생길거라 다독였다.

그리고 매일 밤 자기 전 법정 스님의 글을 하나씩 읽었다. 

가끔은 여러 개의 글을 읽기도 하고 김인중 신부님의 그림을 한참 들여다 보기도 했다.

법정 스님은 '침묵이란 말을 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길'이라 정의한다.

침묵은 삶의 소음을 잠재우고 내면을 향해 가는 일종의 수행 방식이며

외부로 향한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고 마음속 불필요한 소음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매일 밤 읽는 스님의 말씀은 채움보다는 비움의 가치를 전달한다.

마음에 따르지 않고 마음의 주인이 되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건강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살아있는 것을 늘 새롭다는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겨본다.


말을 하지 않아서 후회되는 일보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후회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p. 74

책을 가까이하면서도 그 책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 책에 읽히지 말고 책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책에는 분명히 길이 있다.

p. 139

내 솔직한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내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나답게 살고 싶을 뿐이다.

p. 179



#침묵하라그리고말하라 #법정 #김인중 #열림원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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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 무심코 쓰는 말에 숨겨진 차별과 혐오 이야기
태지원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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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과 정상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누가 그 기준을 만드는 걸까. 남들이 보기엔 나는 평균에 미치지 못해 보일 것이다. 정상적인 삶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 보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모습이 지극히 평균이다. 


이 책에서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만들기 쉬운 8가지 단어를 주제로 하여 우리 사회의 문제를 살펴본다. 정상, 등급, 완벽, 가난, 권리, 노력, 자존감, 공감. 각각의 단어에 담긴 이야기는 평소에 쓰는 말과 생각을 톺아보게 한다. 내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했던 건 아닌지 무의식적으로 차별과 배제의 말을 했던 건 아닌지 지난 시간을 반성한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평소 불편하게 여겼던 우리 사회 모습을 담고 있다. 언젠가 아이들이 아파트 평수나 자동차 종류로 친구를 나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설마 그럴까 싶었지만 그러한 구분이 당연시되는 현실에 씁쓸함만 느낀다. 1인 가구이거나 정상가족 범위에 들지 않으면 대출이나 병원 보호자 등의 이용 시 제한이 생긴다. 어느 집이나 사정은 있기 마련이다. 모든 사정을 다 헤아려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흔히 쓰는 말이 때로는 칼이 되어 상처를 만든다.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왜 혼자 발끈하냐며 오히려 상처받은 이를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은연중에 써왔던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언어는 타인과 소통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도구다. 편을 가르고 상대를 배척하는 태도에 분노하면서도 내 생각과 태도, 평소 쓰는 말을 돌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읽고 난 후에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타인을 배척하지 않고 포옹할 수 있는 품격 있는 말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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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없이 이해하는 지진의 과학
홍태경 지음 / 김영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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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면 장마와 폭염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겨울이 되면 폭설과 한파에 관심을 갖는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기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고 여겼기에 다른 자연재해에 비해 깊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을 겪으며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의심이 생겼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도중 경기도에서 규모 3.3의 지진이 발생했고 진도 4의 흔들림이 있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지진이 발생하면 언론에서 가장 먼저 찾는다는 대한민국 최고의 지진 전문가인 저자는 지진의 발생 원리와 분석 방법 등을 포함하여 지진과 관련한 필수 지식을 알려준다. 저자의 설명에 따라 지각이 움직임을 추적하고 지진을 만드는 응력을 이해하며 다양한 지진의 종류를 살펴볼 수 있다. 학창 시절 지구과학 수업 중 들었던 단편적인 지식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새록새록 살아났다. 


지진은 단 몇 분 사이에 엄청난 피해를 일으키는 자연재해다. 2011년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지진에 잘 대비되고 있다는 일본이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참사를 막을 순 없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자연재해에 대해 얼마나 대비되어 있을까. 한반도에 대지진이 일어난다면 생존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정보를 받아들이는 만큼 걱정도 생겨났다.


저자는 지진 전조 현상을 과학적으로 일부 설명할 수 있지만 증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지진을 사전에 인지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진 발생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지만 전문적인 관측 장비를 사용하여 지진 발생 주기와 지진 빈도 변화를 추적하고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건물의 내진 설계를 강화하고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의 1장과 2장에서는 지진의 개념과 관측 방법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고 중반 이후부터는 한반도에서 일어난 과거 역사 속 지진 추이와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경주와 포항 지진을 통해 달라진 정부 조직 변화를 지역 발전 문제를 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지진을 남의 나라 얘기로 치부할 수 없다. 막을 수도 없고 예측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경각심을 갖고 대비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개인과 사회가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진에 관한 필수 지식을 담고 있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지진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흔들림없이이해하지진의과학 #홍태경 #김영상 #과학 #지진 #지구과학 #도서제공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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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 - 더 일찍 더 많이 현명해지기 위한 뇌과학의 탐구
딜립 제스테.스콧 라피 지음, 제효영 옮김 / 김영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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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른이 되면 세상의 모든 이치를 이해하고 현명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똑똑한 사람은 많아도 그들이 모두 현명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혜란 무엇일까.

행복은 좋은 목표이고, 보통 현명해지면 행복도 따라온다. 그러나 현명해진다는 건 삶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자리와 그 자리로 가는 방법을 폭넓게 볼 줄 아는 것, 자기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법을 아는 것이다.

p. 20

이 책은 지혜로운 어른을 위한 뇌과학을 이야기한다. 인지 노화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과 과학 저술가가 만나 지혜의 개념과 나이와 상관없이 현명해지는 법을 제시한다. '지혜'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철학적이라는 인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연륜과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 여겼다. 두 저자는 지혜란 문화적 개념이며 과거와 현재의 정의가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다소 모호한 개념인 지혜를 이 책에서는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지혜의 공통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친사회적 태도와 행동, 정서적 안정성과 행복감, 결단력과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균형, 숙고와 자기이해, 사회적 의사결정과 인생의 실용 지식, 그리고 영성. 여기서 말하는 영성은 종교에서 말하는 신앙심과는 다르다. 개인이나 사회 보다 더 큰 무엇이 존재한다는 인간의 깊은 믿음이다. 


저자들은 전통적인 지혜의 관념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실험과 관찰을 통해 지혜를 원하는 방향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뇌의 전전두피질과 편도체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파악하여 뇌의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사회적으로 표출되는 행동과의 연관성을 확인한다. 이렇게 이루어진 뇌과학과 심리학 연구는 인간이 지혜를 구성하는 요소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성찰하면 자신의 감정, 인식, 행동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성찰이란 자기 자신을 경험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하면서 "자기 삶의 저자가 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p. 274

관심 있게 본 부분은 3부 <실용적·사회적 지혜를 강화하는 법>이었다. 앞서 설명된 이론이 실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지혜의 구성요소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성공을 거둔 사례들을 살펴보며 실제로 미국 3개 주의 은퇴자와 노인 생활공동체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그들이 계획한 프로그램에 따른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지혜를 개선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실험 결과 지혜를 키우는 것은 가능한 일이었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라 여겼던 기존의 생각이 달라졌다. 감사 일기 쓰기, 소설 읽기, 명상 등이 지혜의 구성요소를 강화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이 재미있다. 다시 한번 독서의 중요성을 되새겨본다. 


인류애가 점점 사라지고 정치 양극화와 소득 양극화가 뚜렷해지며 사회적 불신과 불만이 쌓여가는 현대 사회에서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지혜를 강화하는 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들은 "모든 구성원을 현명하게 포용하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이자 꿈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더 일찍 더 많이 현명해지기 위한 지혜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 많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뇌가 건강하려면 몸 전체가 건강해야 한다. 그래야 뇌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가 원활히 공급되고 기분도 좋아진다. 운동은 기분에 즉각적으로 좋은 영향을 준다.

p. 382



#우리가지혜라고부르는것의비밀 #김영사 #뇌과학 #신경생물학 #심리학 #도서리뷰 #서평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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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기류
여실지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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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난기류에 심하게 흔들리는 A380 비행기.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의문스러운 죽음. 

그 죽음의 이유는 '직장내 괴롭힘'이었다. 

소설은 폐쇄된 공간인 비행기와 엄격한 조직 문화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스릴러를 

실감나게 그려낸다. 현실의 그대로 반영한 듯한 이야기 전개는 

노동 현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직장내 괴롭힘은 어디서나 있다. 공개적이냐 은밀하냐의 차이일 뿐.

나 역시 내가 희생자가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낌새조차 느낄 수 없던 괴롭힘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됐으니깐.

처음엔 괴롭힘인 줄 몰랐다. 내가 무능한 탓이라 자책하며 더 열심히 매달렸다.

하지만 그 행위가 매년 한 사람에 의해 반복되는 일이란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허탈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궁금했다.

앞서 희생당한 전임자들이 무능하지 않았다는 걸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견딜 수 없는 현실 앞에 죽음을 선택했다.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고 말로 폭력을 가하는 일들에게 제발 그만두라고 외치고 싶다.

어떤 이유로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그들이 의도했든 아니든 내뱉은 말은 흉기가 되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지난 기억이 떠올라 숨이 턱턱 막혔다.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해야만 하는 이들에게 직장내 괴롭힘은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이다.

예측 불가한 난기류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객실처럼

직장내 괴롭힘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버린다.

사회파 소설가인 현실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섬뜩하고 서늘하게 보여준다.

노동 현장에 있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여실지 작가의 소설을 읽기를 바라본다.

#난기류 #여실지 #텍스티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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