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의 시대 - EBS 다큐프라임
EBS 다큐프라임 〈주식의 시대〉 제작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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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현재 대한민국은 주식의 시대이다. 주식의 'ㅈ'도 모르는 나조차 매일 아침 증권 뉴스를 챙겨보고 있으니, 주식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내가 처음 주식 계좌를 만든 건 7년 전이다. 우연한 계기로 노후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우량주를 한 주씩 사두라는 조언을 듣고 시작했었다. 여윳돈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사서 보유만 해서인지 지금은 수익률이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워낙 소액이었기에 노후를 대비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시장은 오르는데 왜 내가 산 주식은 오르지 않는지, 팔고 나면 왜 오르는지, 손실이 난 종목은 왜 그렇게 팔기가 어려운지.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영한 <주식의 시대>는 이 질문에 대해 종목이나 투자기법이 아닌 인간의 심리로 답한다. 이 책은 해당 2부작을 바탕으로 출간되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손실회피와 처분효과다. 사람은 수익이 난 주식은 이익을 잃을까 봐 빨리 팔면서도, 손실이 난 주식은 손실을 확정하기 싫어 계속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과도한 자신감과 잦은 거래, FOMO까지 더해진다. 알고 보면 주식시장에서 반복하는 실수 중 상당수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인지적 특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후반부에서는 시선을 개인에서 시장 전체로 넓힌다. 튤립 파동과 19세기 철도 버블, 닷컴 버블을 거쳐 현재의 AI 열풍을 살펴본다. 이 책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버블을 단순히 허황된 투기로만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철도와 인터넷은 투자 광풍과 붕괴를 겪었지만 결국 세상을 바꿨다. 기술의 가능성과 현재 주가의 적정성은 결국 서로 다른 문제라는 뜻이다.


이 책은 새로운 투자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투자 의사결정에서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개입하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이 흥미로웠다. 나 역시 주식 투자에서 어떤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손실이 난 종목을 오래 들고 있는 행동이 단순한 미련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적 특성과 관련 있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투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 주식으로 돈을 버는 방법보다, 적어도 내 심리 때문에 돈을 잃는 일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도서제공 #주식의시대 #EBS #위즈덤하우스 #도서리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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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후더닛
아사네 주지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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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냉동수면 실험에 참가한 일곱 명이 천 년 후 깨어났을 때, 한 명이 죽었다. 이들이 잠들어 있던 셸터는 외부인이 전혀 들어올 수 없는 완전한 밀실이다. 일곱 명 중 과연 누가 범인일까.


'천 년'이라는 시간은 가능성을 무한대로 열어 놓는 시간이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그 시간 동안 밀폐된 공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추리하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소설의 주요 설정인 천 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스터리가 된다.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을 때, 눈앞의 인물만을 의심하면 되는지, 천 년이라는 시간을 의심해야 하는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추리의 방식이 후더닛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 사건의 동기는 때때로 내 기준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고(와이더닛) 소설 속 트릭은 내가 전혀 모르는 지식을 동원할 때도 있다(하우더닛). 하지만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떠올리며 의심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커다란 재미를 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사건의 동기에는 그다지 설득되지 못했다. 작가가 진화생물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그나마 이해되는 면도 있었지만 결국 이 소설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역시 후더닛이었다.


다만 이 작품의 재미가 단순히 범인을 맞히는 데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건의 진상이 조금씩 드러날수록 처음에는 단순한 배경처럼 보였던 ‘천 년’이라는 설정도 다른 의미를 갖는다. 냉동수면과 시간의 간극이 사건을 성립시키는 중요한 조건으로 기능한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끝까지 쉽게 범인을 확신할 수 없게 만든다.


결말까지 읽고 나면 처음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밀실을 만들기 위한 장치처럼 보였던 ‘천 년’이라는 시간이 왜 필요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SF와 본격 미스터리가 결합된 설정이 낯설지 않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중 누가 범인인가’를 끝까지 의심하며 읽는 것을 좋아한다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 #천년의후더닛 #소설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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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미우라 시온 지음, 김은경 옮김 / 시공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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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몰랐다.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이상적이고 소중한 것인지.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다. 소소한 순간이 주는 행복감을. 미우라 시온의 에세이는 오늘 하루치 행복을 담고 있다.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마치 일본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저자가 사는 공간을 구경하고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엿듣고 길을 걷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것을 함께 바라보다 보니 일본의 평범한 일상 한가운데 잠시 들어가 있는 듯했다.


그녀의 일상에 거창한 이벤트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일상의 어느 한순간이 한편의 이야기가 된다. 사소한 것에 진지하게 빠져들기도 하고 별것 아닌 일에서 엉뚱한 생각이 뻗어나가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 앞에서 들뜨기도 하고, 귀찮아하기도 하고,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는 모습이 솔직해서 편하게 읽힌다.


읽으면서 의외로 좋았던 것은 일본의 평범한 일상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특별히 일본을 소개하는 책도 아니고 여행 이야기가 중심인 것도 아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관광지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일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작가가 다니는 곳과 만나는 사람들, 먹고 사고 생활하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낯선 나라를 구경한다기보다 어느새 일본의 어느 동네에서 함께 하루를 보내는 듯하다.


어쩌면 이 책의 매력은 특별한 순간을 특별하게 포장하지 않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하루와 별것 아닌 관심사가 저자의 시선을 거치면 제법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 대단한 교훈이나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아도 그저 한 사람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웃게 되고, 평범한 하루에도 생각보다 많은 즐거움이 숨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좋아하게되었습니다 #미우라시온 #시공사 #에세이 #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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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트리스
퍼시벌 에버렛 지음, 송혜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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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난 후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이제서야 제목과 표지 그림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작년 여름, 퍼시벌 에버렛이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흑인 노예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제임스>의 충격이 꽤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그의 신작이라는 말에 궁금증이 생겼다. 이에 더해 내자 좋아하는 장르 소설이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소설은 이전 작품보다 더 충격적이다.


혐오와 차별이 극심해진 현실에 소설 속 결말은 공포로 다가온다. 작가는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끔찍한 현실을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보여주지만, 마지막에는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정치적 우화로 나아간다. 개인적으로는 권선징악의 명확한 결론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결말은 모호하다.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어디서부터가 집단적 환상인지 분명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공포감은 극에 달한다.


제목이 말하는 바도 다양하다. '나무'는 인종차별의 현장이자 한 집단의 계보를 나타낸다. 과거 조상이 저지른 죄가 후손에게까지 이어지는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무거운 마음으로 읽던 소설은 후반부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백악관 장면에서 다소 흐름이 흐트러지는 듯했다. 노골적인 풍자와 패러디는 낯설었지만, 사건이 벌어진 장소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명확하게 해결된 바는 없다. 여러 의문이 끝내 남지만,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복수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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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충 사육 준수 사항 안전가옥 오리지널 48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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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에서 유독 시선을 끄는 책이 있었다. 안전가옥 부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책이다. 빵인지 벌레인지 모를 표지에 제목부터 독특했다. 마침내 읽게 된 이 책은 세계관마저 기묘했다. 존재만으로도 나에게 기괴함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빵충. 그 실체를 알고 나면 더욱 놀랄 것이다.


20년을 트럼펫에 바쳤지만 서른 살의 김정한에게 남은 건 3억의 빚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그에게 빵충 사업은 인생을 뒤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빵충은 한 입 베어 물면 갓 구운 소금빵 맛이 나는 신종 곤충이다. 정부는 이를 미래 식량으로 내세우며 사육 사업을 보장한다. 빵충을 사육할 때는 반드시 준수 사항을 지켜야 한다. 그것만 지킨다면 안정적인 수입은 보장된다.


조건은 간단하다. 번데기를 발견하면 즉시 보고할 것. 살아 있는 빵충은 상품으로 출하하지 말 것. 사육장 안에서 큰 소리를 내지 말 것. 불시 점검 시 담당자의 지시에 따를 것.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성충으로 변태시키지 말 것. 하나같이 구체적이면서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규칙들이어서 읽는 순간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사건은 규칙을 어길 때 일어난다. 탄탄대로를 달리는 것처럼 평온했던 삶은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그때부터 이야기는 온통 피로 물든다. 초반에 보여준 청년의 실패담은 애교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한 청년의 실패담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는 어느새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다.


이 이야기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궁금했다. 한 번 속도가 붙은 이야기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고, 평범하고 답답하게만 보였던 인물들의 선택이 파국을 불러오는 과정도 강렬했다. 그리고 마침내 끝에 도달했을 때 작가 소개를 다시 읽었다. 이토록 기괴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이 새삼 궁금해졌다. 빵처럼 보이는 벌레라는 단순한 발상에서 인간의 욕망과 생존, 산업의 광기까지 끌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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