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수호하는 악마의 변호사 - 국선전담변호사, 조용한 감시자
손영현.박유영.이경민 지음 / 인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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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통해 마주한 국선전담 변호사는 추레한 겉모습에 무성의한 말투와 태도로 희화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헌법 제12조에는 형사 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사를 붙인다고 명시되어 있다. 현실에서 실제 국선전담 변호사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헌법을 수호하는 악마의 변호사>는 세 명의 국선 변호사들의 기록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머릿속에 있던 국선 변호사들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지울 수 있었다. 이들은 누구에게도 기대기 어려운 약자들의 유일한 조력자다. 절박한 이들에게는 최후의 안정망일 수밖에 없다.


세 명의 변호사가 보여준 현실 이야기에 마음이 무겁다. 억울하게 피해자가 되고 원치 않게 범죄에 노출되며 한순간에 전 재산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 와중에 우리 법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약자보다는 강자에게 가난한 사람보다는 부자들에게 더 아량을 베푼다. 오래 시간 쌓여온 법에 대한 불신은 벼랑 끝에 매달린 사람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간다.


그런 사람들에게 국선변호인들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권리를 대신 실현해 준다. 하지만 이들 역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이들이 보여준 현실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럼에도 국선 변호사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단 한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쌓여 정의를 이뤄낸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법과 정의, 사회적 약자들과 열악한 국선 변호사들의 현실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헌법이 보장하는 방어권과 인권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인간이 인간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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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종
이재찬 지음 / 9월의햇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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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자살로 처리된 사건들의 현장 사진을 하과장에게 보낸다. 죽은 이들은 모두 욕조에서 단정한 모습으로 삶을 마무리했다. 하과장은 정직 중인 복형사에게 사진을 전해주며 비공식적인 수사를 지시한다. 누가 왜 이 사진들을 보내는 걸까. 


진실의 끝은 20년 전 그날로 돌아간다.  

그날, 그 곳에 있던 건 짐승만도 못한 악마들이었다.

이들의 죽음은 자신들이 자초한 일이었다.

다소 파격적인 소재는 인간 본성의 추악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살된 위장된 진실은 인간의 악마성, 잔혹함, 짐승성을 서서히 드러낸다.

악인들의 결말이 유쾌하지 않은 건 그들의 원죄 때문일 것이다.

특히 하과장이라는 캐릭터는 내 기대를 철저하게 짓밟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선택이 당연하다 여기면서도 달갑지 않았다.

작가는 무거운 소재를 건조하면서도 강렬하게 보여준다.

감정을 자제한 장면들은 오히려 사건에 대해 더욱 분노하게 만든다.

다소 묵직한 정통 범죄 장르의 분위기를 담고 있는 소설에는 

정의와 복수, 선과 악이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담겨 있다.

제목 <살인종>의 의미를 이제서야 할 것 같다.

선과 악의 경계는 어디일까. 

자살로 위장된 그들의 죽음은 진정한 애도를 받을 수 있을까.

20년 전 그날의 진실은 이렇게 묻히는 걸까.

풀리지 않은 이 의문의 답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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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결혼
제네바 로즈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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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 최고의 형사 변호사인 세라는 결혼 10주년 기념일에 남편이 내연녀 살해 용의자로 체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별장의 침대에서 내연녀의 시체가 발견되고 모든 증거는 남편에게 너무 불리했다. 배신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그녀는 남편의 변호를 맡아 무죄를 주장하는데..

아내로서 저는 애덤이 자기 죗값을 치르는 걸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애덤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죄가 아니라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p. 380


굉장히 흡입력 있는 소설이다. 아내 세라와 남편 애덤의 시점이 교차로 등장하면서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소설의 범인 맞추기는 실패했고 결말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덕분에 소설을 다 읽었을 때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처음 시작은 과연 세라가 남편을 끝까지 변호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었다. 세라의 시선에서 사건을 따라가다 보니 나 또한 애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그리고 제발 아무 짓도 하지 말고 그저 세라가 하라는 대로 얌전히 있어주길 바랐다.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의 활약 또한 이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분노를 일으키는 애덤의 엄마나 의심스러운 경찰쪽 사람들까지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은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단숨에 달려간 결말은 충격이었다. 예상을 완벽하게 빗나가는 결말에 짜릿함까지 느꼈다. 


애덤은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르게 된 걸까. 이 사건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할까. 예측할 수 없는 충격적인 결말과 파격적인 전개가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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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 인간에 대한 비공식 보고서
매트 헤이그 지음, 강동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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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수학자 앤드루 마틴을 살해하고 그를 대신하게 된 외계인. 그가 지구에 오게 된 이유는 '리만 가설' 증명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임무만 마치면 바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외계인은 앤드루의 아내 이소벨을 사랑하게 되고 아들 걸리버의 방황을 알게 되면서 외계인은 인간의 감정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지구에 남는 선택을 하는 데...


지구인, 즉 인간에 대한 외계인의 비공식 보고서는 시작부터 흥미진진하다.

앤드루 마틴 교수의 납치와 죽음으로부터 시작한 이 임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동을 선사한다.

거리조차 가늠할 수 없는 머나먼 행성에서 온 외계인의 임무는 단순했다.

100년 넘게 수학계의 난제였던 '리만 가설' 증명을 삭제하고 

이를 아는 이들을 죽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는 모두 우주의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리고 외계인은 앤드루를 대신하며 그의 삶을 살아가면서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들을 하나씩 조사한다.

인간의 습성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인간들의 삶에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인간 앤드루는 최악의 인간이었다. 가르치던 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가족의 일에는 관심도 없었으며 아들과는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

그를 대신하게 된 외계인은 이전과는 다른 앤드루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를 인용하고 음악을 들으며 개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내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아들을 구해낸다.

외계인이 인간 세계에 적응하는 과정이 애틋하면서도 뭉클하다.

이 가족의 행복이 오래도록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디나 악당은 있는 법. 외계인에게 임무를 내리던 존재는 또 다른 앤드루를 지구로 보낸다.

자신의 능력을 포기하고 지구에서 삶을 보내려던 외계인의 바람은 이대로 무너지는 걸까.

외계인 보고서를 읽으며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생각났다.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하는 모든 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더 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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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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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생물학자 알리스는 혼종 인류 연구를 진행하던 중 반대 세력의 위협으로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연구를 이어가기로 한다. 그녀가 우주에서 3종족의 키메라를 탄생시켰을 때 지구에서는 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다. 수많은 나라들이 핵폭탄을 쏘아대자 지구는 궤멸하게 된다. 더 이상 우주에서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알리스는 3종족의 키메라 배아를 들고 지구로 귀환한다. 그녀가 도착한 파리에는 핵 전쟁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들이 지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멸종 사태의 구인류와 새롭게 생겨난 신인류의 동거는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소설 속에서 펼쳐진다. 인간과 박쥐의 혼종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에어리얼', 인간과 두더지의 혼종으로 땅을 파고 지하에서 생활할 수 있는 '디거', 인간과 돌고래의 혼종으로 물속에서 유영하며 살아갈 수 있는 '노틱'. 전공자의 시선에서는 결코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결과물이 탄생했다. 유전학과 진화론에 관심이 있지만 이종 간의 교배는 내키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소설에서 키메라 연구가 성공했을 때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상상력의 결말이 어떻게 전개될지 마음이 급해졌고 결말까지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알리스가 태아들의 움직임을 보고 잠을 이루지 못한 장면에서는 과학자의 자부심과 성취감을 엿볼 수 있었고 그 순간의 감정이 어떨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공의 기쁨도 잠시였다. 과연 이 키메라를 인류의 후계자라 말할 수 있을까.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건 종의 고유성을 유지하는 진화와 성장의 단계다. 이에 반해 혼종의 탄생은 창조의 영역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낯선 외모와 능력에 대한 거부감과 이질감을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구인류와 신인류는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소설은 과학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세상이지만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어느 연구실에서 키메라 탄생 뉴스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류의 미래와 진화에 대한 고민을 제시했다. 작가가 보여주는 세상은 막바지 무더위가 극성인 여름날에 가슴 깊이 서늘함을 안긴다. 


#도서제공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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