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 앰비션 - 이기적 야망의 종말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이정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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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야망이 있다. 이름난 회사와 높은 연봉, 안정적인 커리어를 향한 야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야망이라는 단어에는 다소 공격적이고 과격한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그렇기에 '선한 야망(Moral Ambition)'이라는 단어가 유독 낯설게 느껴졌다. 어떤 의미일까.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저널리스트이자 사상가인 저자는 우리가 가진 성공과 커리어에 대한 통념을 흔든다. 그는 선한 야망을 새로운 성공의 기준으로 제시한다. 즉 더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커리어를 추구하기보다 기후위기와 극심한 불평등, 빈곤 같은 인류의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신의 재능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다소 모호하게 느껴지는 이 개념은 책을 읽을수록 조금씩 구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저자가 말하는 야망은 각자의 재능과 시간을 현실에서 실제로 필요한 일에 쓰려는 의지에 가깝다. 그저 성실하게 일하고 안정적인 삶을 만들고 자기 몫을 다하면 충분하다는 인식에서 멈추지 않는다. 한발 더 나아가 세상의 문제에 기꺼이 각자의 능력을 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역사 속에서 큰 변화를 이끌어낸 현실적인 활동가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저절로 생겨나는 변화는 없으며 누군가가 먼저 움직일 때 변화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쩌면 나는 세상의 문제를 알면서도 편한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불편한 지점을 계속 자극하며 생각을 현실의 행동으로 옮기라고 부추긴다. 좋은 의도에는 실행력이 필요하고, 이상에는 전략이 필요하며, 선의에도 효율이 필요하다. 저자가 말한 선한 야망은 조용한 양심이라기보다 방향을 바꾸는 추진력에 가깝다.


물론 모든 사람이 거대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자신의 삶의 중심에 둘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생계가 먼저이고 누군가에게는 가족을 지키는 일이 더 절박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메시지는 때로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너무 자주 성공을 개인의 안전과 지위로만 이해한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좋은 연봉, 좋은 평판을 모두 쌓은 뒤에도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저자는 결코 착하게 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크게 욕망하며 욕망의 방향을 나 자신에게서 세상 쪽으로 돌리라고 말한다. 나는 내 시간과 능력을 어디에 쓰고 있는가. 이 책은 세상의 일원으로서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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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뇌 - 노화에 맞서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헤더 샌디슨 지음, 진영인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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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가장 두려운 질병 중 하나는 치매다.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고 느껴지는 상황에서 원인을 조절할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일이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을까. 유전적 위험이 있다고 해도 일상의 환경과 생활습관이 그 위험을 줄이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면 희망을 품게 된다. 이 책은 현대의학이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영역에서 생활습관과 환경의 개입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샌디에이고 뇌 건강 클리닉의 설립자이자 의료 본부장인 저자는 생활습관 중심의 다면적 접근법을 통해 인지저하를 개선하는 일을 꾸준히 해왔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바는 노년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만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식단, 운동, 수면, 스트레스, 염증, 독소, 환경, 인간관계와 돌봄 방식까지, 뇌 건강을 둘러싼 여러 조건을 함께 살핀다. 


인상적인 부분은 뇌 건강을 거창한 결심의 문제가 아니라 반복되는 작은 선택의 문제로 가져온다는 점이다. 잘 먹고, 움직이고, 자고, 뇌를 쓰고, 관계를 유지하는 일. 너무나도 당연해서 자주 미뤄두는 일들이 결국 노년의 뇌를 지키는 기본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보게 한다. 물론 치매가 생활습관만으로 완치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뇌 건강에도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그 관리는 생각보다 일찍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저자의 이야기에 몰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모와 나의 노화를 떠올리게 된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기능이 떨어지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관계가 흔들리는 일이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현실에서 이 책은 뇌과학 책이면서 동시에 돌봄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저자가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노년의 뇌는 어느 날 갑자기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습관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진다. 늦기 전에 뇌를 돌보는 일은 결국 현재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미래의 나를 돌보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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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공약 - 표와 피의 잔혹사
김주석 지음 / 9월의햇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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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지방 선거가 이토록 치열했던 적이 있었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서 쏟아지는 각종 네거티브에 정치에 대한 불신이 더 깊어진다. 암울했던 지난 정부를 지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는 오늘, 정부와 발맞춰 함께 일할 제대로 된 일꾼들이 뽑히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쳤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표와 피가 뒤엉킨 선거의 민낯'은 현실과 맞물려 몰입감을 높여준다. 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제주에서 도지사의 과거 5대 공약을 연상시키는 연쇄 살인이 벌어진다. 서울에서 제주로 온 형사 오승표는 선거 결과에 따라 30억을 취할 수 있다. 그는 신념과 정의, 욕망 사이에서 참혹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까. 기대를 넘어서는 탄탄한 스토리에 단숨에 읽혔다. 등장인물과 사건이 촘촘하게 얽히면서 이야기에 힘을 실어준다. 영상으로 봐도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공약’이라는 단어가 다르게 읽힌다는 점이다. 공약은 원래 미래를 향한 약속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과거의 욕망과 현재의 범죄를 잇는 잔혹한 단서가 된다. 표를 얻기 위해 내세운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이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죽음의 이유가 되는 장면을 보면서, 선거가 결국 인간의 욕망과 선택이 충돌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사 오승표가 사건을 추적하면서도 선거 결과에 따라 자신의 이익이 달려 있는 위치에 놓인다는 설정 역시 이 소설의 긴장감을 높인다. 그는 진실을 밝히는 사람인가,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욕망의 한가운데에 선 사람인가. 그 질문이 마지막까지 독자를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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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도시
정현재 지음 / 시공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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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단순히 사람이 사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 움직이고 머물고 관계를 맺는 방식이 쌓이는 공간이다. 그래서 도시가 바뀐다는 것은 건물이나 도로의 형태만 바뀐다는 뜻이 아니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감각과 생활 방식도 함께 바뀐다는 뜻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AI가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시대에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AI로 인해 도시가 똑똑해질수록 인간은 얼마나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에서 건축가로 일하는 저자는 AI가 도시와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이 인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인간에게 도시는 거리의 냄새, 햇빛, 오래된 건물의 질감, 사람들의 움직임이 겹쳐진 삶의 풍경이다. 그러나 AI에게 도시는 데이터와 확률, 패턴으로 분석되는 정보의 집합체에 가깝다. 이 책은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기술은 도시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불편을 줄여준다. 교통이 빨라지고 행정 서비스는 편리해지며 건물은 더 쾌적해진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편리함이 언제나 좋은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개인에게 최적화된 공간에서는 우연한 만남이나 낯선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경험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대기 시간이 줄어들고 개인의 취향에 맞게 조정된 스마트한 도시는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인간적인 도시는 단순히 불편이 제거된 도시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장소를 만나고 각자의 기준으로만 정리되지 않은 세계를 경험하는 공간일 것이다. 


저자는 AI를 막연히 경계하자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이 도시 안으로 깊숙이 들어올수록,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더 정확히 물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도시를 움직이는 알고리즘은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누군가가 설정한 기준 위에서 작동한다. 어떤 이동이 효율적인지, 어떤 공간이 우선되어야 하는지, 누구의 편의가 먼저 고려되는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판단의 문제다.


저자가 말하는 가장 인간적인 도시란 AI 시대의 미래 도시인 동시에 인간이 중심이 되는 도시다. 중요한 것은 도시가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인간이 얼마나 감각하고 선택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완벽하게 최적화된 도시가 아니라, 인간이 여전히 자기 감각으로 세계를 만날 수 있는 도시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도시가 아닐까. 기술이 공간을 채울수록, 인간다움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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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해방
에이먼 돌런 지음, 김은지 옮김 / 복복서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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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노년의 부모님을 부양하고 아픈 엄마의 병간호를 도맡아 하는 내 삶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이가 있는 한편, 왜 자신의 삶을 살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도 있다. 당연히 받아들여 온 가족의 형태이기에 가족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 궁금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편집자 중 한 사람인 저자는 가족을 무조건 회복해야 할 관계로 보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아 가족 내에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목인 <가족 해방>은 가족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어 온 고통에서 벗어나는 일을 보여준다.


저자는 학대, 죄책감, 침묵, 화해의 강요가 어떻게 피해자를 다시 가족 안에 묶어두는지 차분하게 보여준다. 가족과의 절연을 불행한 결말이나 도덕적 실패로 보지 않고, 더 이상 자신을 해치는 관계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설명한다.


가족이니까 이해해야 하고, 가족이니까 용서해야 하며, 가족이니까 끝까지 곁에 있어야 한다는 말은 얼핏 당연하게 들린다. 그러나 그 말이 반복될수록 피해자의 고통은 쉽게 지워진다. 가해자의 책임은 흐려지고, 피해자는 관계를 끊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죄책감을 떠안게 된다. 


이 책에서는 가족을 감상적으로 미화하지 않고 가족이 언제나 안전한 장소라는 믿음을 의심한다. 이러한 주장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나 역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으니까. 특히 가족 중심의 정서가 강한 사회에서는 가족과의 절연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저자는 모든 가족 관계를 끊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관계는 회복보다 단절이 더 정직한 선택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그 관계가 한 사람의 삶을 실제로 지탱하는지, 아니면 계속 훼손하는지의 문제다. 지금 내가 지키고자 하는 가족의 형태는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피해자에게 끝없는 이해와 용서를 요구하는 대신, 떠날 권리와 살아남을 권리를 말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한 사람을 계속 상처 입힌다면, 그 이름에서 벗어나는 일 역시 하나의 회복일 수 있다. 


가족 안에는 저마다의 상황이 있고, 감당해야 하는 관계의 무게가 있다. 그 모든 선택을 쉽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누군가의 고통을 지우는 말로 쓰이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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