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충 사육 준수 사항 안전가옥 오리지널 48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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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에서 유독 시선을 끄는 책이 있었다. 안전가옥 부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책이다. 빵인지 벌레인지 모를 표지에 제목부터 독특했다. 마침내 읽게 된 이 책은 세계관마저 기묘했다. 존재만으로도 나에게 기괴함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빵충. 그 실체를 알고 나면 더욱 놀랄 것이다.


20년을 트럼펫에 바쳤지만 서른 살의 김정한에게 남은 건 3억의 빚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그에게 빵충 사업은 인생을 뒤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빵충은 한 입 베어 물면 갓 구운 소금빵 맛이 나는 신종 곤충이다. 정부는 이를 미래 식량으로 내세우며 사육 사업을 보장한다. 빵충을 사육할 때는 반드시 준수 사항을 지켜야 한다. 그것만 지킨다면 안정적인 수입은 보장된다.


조건은 간단하다. 번데기를 발견하면 즉시 보고할 것. 살아 있는 빵충은 상품으로 출하하지 말 것. 사육장 안에서 큰 소리를 내지 말 것. 불시 점검 시 담당자의 지시에 따를 것.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성충으로 변태시키지 말 것. 하나같이 구체적이면서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규칙들이어서 읽는 순간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사건은 규칙을 어길 때 일어난다. 탄탄대로를 달리는 것처럼 평온했던 삶은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그때부터 이야기는 온통 피로 물든다. 초반에 보여준 청년의 실패담은 애교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한 청년의 실패담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는 어느새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다.


이 이야기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궁금했다. 한 번 속도가 붙은 이야기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고, 평범하고 답답하게만 보였던 인물들의 선택이 파국을 불러오는 과정도 강렬했다. 그리고 마침내 끝에 도달했을 때 작가 소개를 다시 읽었다. 이토록 기괴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이 새삼 궁금해졌다. 빵처럼 보이는 벌레라는 단순한 발상에서 인간의 욕망과 생존, 산업의 광기까지 끌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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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시대의 종말
비비언 고닉 지음, 홍한별 옮김 / 엘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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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 정도를 살아오면서도 '사랑'은 여전히 모르겠다. 누군가를 만나 감정을 나누고 시간을 보내는 일련의 행위가 낯설다.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거부감도 있다. 경험의 부재 때문일까. 사랑이라는 말만 들어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것 같다. 그런 탓에 사랑과 관련한 책은 늘 내 선택지의 바깥에 있다. 이 책 역시 저자 이름을 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사랑은 오랫동안 개인의 삶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이야기였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이 이루어지고, 마침내 결혼에 도달하는 과정은 단순한 관계의 성립을 넘어 한 인간이 자기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그려졌다. 비비언 고닉의 <연애 시대의 종말>은 이 오래된 서사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묻는다. 사랑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책은 아니다. 다만 사랑과 결혼이 한 사람의 행복과 삶의 성취를 모두 설명해 줄 수 있는지 의심한다.


고닉은 20세기 문학과 작가들의 삶을 읽으며 사랑과 결혼이 과거와 같은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를 살핀다. 책에 실린 글들은 서로 다른 작가와 인물을 다루지만, 읽다 보면 비슷한 질문이 반복해서 남는다. 사랑은 한 사람의 삶에서 어디까지 중요할 수 있는가. 과거 소설에서 사랑은 개인적인 감정만을 뜻하지 않았다. 결혼은 신성한 제도로 여겨졌고,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형식이 제한되어 있던 시대에는 사랑의 선택 자체가 사회적 질서와의 충돌을 의미했다.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와 결혼하는가는 곧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였다. 


지금도 사랑에 과거와 같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여성에게 이전보다 넓은 사회적 선택지가 주어진 시대에 사랑은 더 이상 유일한 해방의 통로가 아니다. 사랑의 선택이 여전히 중요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한 사람의 자아와 삶 전체를 설명하기는 어려워졌다. 사랑은 삶에서 중요한 일이지만, 삶의 나머지 부분까지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도 결국 이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 역시 여전히 사랑을 원하지만 사랑만으로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지만, 그 관계가 내 삶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내게 사랑은 영원히 풀 수 없는 난제로 다가온다. 사랑이 자아를 대신 만들어 주지는 않지만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분명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사랑은 삶의 결말이 아니라 삶을 이루는 여러 경험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사랑이 잘되었다고 해서 삶의 다른 문제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사랑에 실패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마저 실패한 것은 아니다.


고닉이 보여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사랑을 따라가며 '사랑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이제는 나름의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사랑을 잘 모르고 영원이 완전한 사랑의 정의를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사랑은 한 사람의 삶을 완성해 주기 때문에 아니라,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알게 한다는 점에서 한 번쯤은 제대로 겪어 볼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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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바꾸면 통증이 사라진다 - 뇌과학이 밝혀낸 만성 통증의 진짜 원인
다니엘 G. 에이멘 지음, 김성훈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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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 때문에 꽤 오랜 시간 병원 진료를 이어갔다. 명확한 원인을 알고 싶었지만, 의사마다 뚜렷한 답을 주지는 않았다.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벗어나려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늘 제자리였다. 하지만 통증이 반드시 그 부위의 손상 때문이 아니라면? 이 책에서는 뇌과학을 통해 만성 통증이 발생하고 지속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통증은 몸의 어딘가가 손상되었다는 신호라고 생각하기 쉽다. 허리가 아프면 허리에 문제가 있고, 무릎이 아프면 무릎에 이상이 있다고 여긴다. 따라서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검사하고, 영상에서 발견된 이상을 치료하면 통증도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검사 결과와 통증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 역시 검사에서는 뚜렷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었다.


정신과 의사이자 뇌의학과 행동의학 분야의 권위자인 저자는 통증이 손상된 신체 부위에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신호가 아니라, 뇌가 신체의 감각과 감정, 기억, 스트레스, 생활환경을 종합하여 형성하는 경험이라고 설명한다. 더 나아가 신체의 염증이나 뇌 건강뿐만 아니라 과거의 외상, 억압된 감정, 인간관계, 삶의 의미까지 통증의 맥락에 포함한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통증을 특정 부위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성 통증은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통증이 나타나는 양상 또한 일정하지 않다. 어깨 통증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두통과 옆구리 통증은 간헐적으로 나타났다. 통증이 심한 날에는 불안감이 커지고 수면 장애로까지 이어졌다.


저자는 이러한 악순환을 ‘파멸의 고리’라고 부른다. 통증은 두려움을 만들고, 두려움은 몸을 긴장시키며, 긴장은 통증을 키운다. 통증이 심해지면 움직임을 피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줄어든다. 활동과 관계의 감소는 우울과 무력감을 높이고, 다시 통증에 대한 민감성을 높인다. 통증은 어느 한 지점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 감정, 행동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치료 역시 손상된 부위를 고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통증을 지속시키는 순환 전체를 살펴야 한다.


책에서는 이를 ‘치유의 고리’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작은 습관, 현실적인 희망, 식사, 호흡, 운동, 감정의 처리, 사회적 연결, 빛·전기·자기장 자극 등을 통해 통증을 완화하고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거창한 치료 하나보다 반복되는 작은 행동을 강조하는 점이 흥미롭다. 통증에 대한 재앙적인 생각을 점검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몸을 움직이며, 수면과 식사를 관리하는 일은 비교적 일상에서 시도하기 쉬운 방법들이다. 이러한 행동이 통증을 완화하는 과정이라면 실생활에서도 적극적으로 실천해 볼 가치가 있다.


분명히 통증을 느끼는데도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내가 꾀병을 부리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의심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통증이 단순히 외상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신체, 정서, 기억,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통증을 뇌나 감정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으며 필요하다면 의학적 검사와 치료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제는 스스로가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할 때다. 저자의 조언처럼 당장 바꿀 수 있는 식습관, 수면, 운동 등을 내 몸에 맞게 꾸준히 시도해 볼 생각이다. 통증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점검하고, 통증을 신체적 손상만이 아니라 몸과 감정, 환경이 함께 작용하는  문제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도서제공 #뇌를바꾸면통증이사라진다 #흐름출판 #도서리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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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밤
임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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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무엇인가 잃어버린 기억은 오래도록 괴롭힌다. 사람일 수도 있고, 물건일 수도 있다. 작가는 상실이라는 현실적인 감정을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풀어낸다. 그녀가 풀어낸 이야기는 기괴하거나 엉뚱하지만 그 안에서 다루는 감정은 익숙한 것들이다. 


「프랑스식 냄비 요리」에서는 이별한 사람이 물이나 순무로 변하고, 남겨진 사람은 그것을 요리해 먹는다. 발상은 괴기하면서도 독특했다. 상대가 남기고 간 것을 먹는 행위가 이별을 받아들이기 위한 적응 시간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나는 이별의 경험이 거의 없어서인지 그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사랑 접인 병원」의 설정은 흥미롭다기보다 조금 불편했다. 연인이나 부부가 서로의 손가락을 잘라 접인하고 기억과 성격을 공유한다. 죽고 못살 만큼 사랑하는 순간은 있을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지는 않다. 헤어지고 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가 먼저 생각났다.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몸을 바꾼다는 설정이 썩 내키지 않았다.


표제작인 「지상의 밤」은 사람이 해파리가 되려 한다는 이야기다. 읽는 동안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는데, 이전에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에서 읽었던 작품이었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을 견디지 못해 해파리가 되려는 인물의 선택은 기묘하지만, 결국 그가 다시 삶의 감각을 되찾는 과정이 담겨 있다.


「만두 가게 앞에는 싱크홀이 있다」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등장한다. 싱크홀의 원인이 만두를 먹으러 온 두더지들이라니. 어두운 구멍과 삶에 흥미를 잃은 인물을 다루면서도 이야기가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는다. 두더지들이 만두를 먹는 장면은 재미있었고 신선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한겨울 따뜻한 실내에서」였다. 나이 든 희재와 입주 가사도우미 해영, 희재의 오랜 친구이자 단골 죽집의 주인인 유자가 등장한다. 반려견을 떠나보낸 희재의 생활에 해영과 유자가 자연스럽게 들어오면서 세 사람만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가족이나 연인이 아니어도 나이가 들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서로의 생활을 돌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모든 단편이 똑같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어떤 작품은 설정이 강해서 인물의 감정에 충분히 들어가지 못했고, 어떤 작품은 예상하지 못한 유머 때문에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도 상실과 외로움을 무겁게만 다루지 않고, 물과 순무, 해파리와 두더지 같은 엉뚱한 존재를 통해 보여준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낯설고 기묘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생각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도서제공 #지상의밤 #임선우 #문학동네 #소설추천 #도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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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감촉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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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 장르소설은 아닌데도 꽤 재미있게 읽었다. 예순다섯 살의 두 여성이 주인공이고, 이야기도 대체로 담담하게 흘러간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음 이야기가 계속 궁금했다.


안나와 경선은 자매다. 안나는 1월에, 경선은 같은 해 12월에 태어났기 때문에 실제로는 채 1년 차이도 나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집에서 자랐지만 성격도, 외모도, 살아온 방식도 전혀 다르다. 


안나는 결혼하지 않았고 교직에서 은퇴한 뒤 연금으로 생활한다. 경선이 사는 신도시의 고층 아파트로 이사한 뒤 혼자 조용히 살아간다. 경제적으로 크게 부족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지만, 그녀의 생활은 평온한 만큼 단조롭다. 어쩌면 나도 나이가 들면 안나처럼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롭다기보다는 혼자 있는 생활에 익숙하고,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경선은 안나와 다른 삶을 살아왔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이혼했으며, 이제는 손녀까지 있다. 어느 날 건강검진에서 종양이 발견되어 수술을 받아야 하고, 비슷한 시기에 전남편의 부고 소식도 듣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서로 자주 만나지도 않던 자매지만, 안나는 경선의 보호자가 되어 병간호를 맡는다. 안나가 경선을 간호하면서 두 사람이 함께 보낸 과거도 조금씩 드러난다. 각자는 상대방을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자신이 이해한 모습만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까운 가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서로의 내면까지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안나와 경선, 경선의 손녀 다니엘이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는 부분이었다. 특별히 거창한 사건이 벌어지는 여행은 아니다. 세 사람은 낯선 장소를 함께 걷고 시간을 보내며,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들여다본다.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여행이 참 좋아 보였다. 성격이 다른 두 자매가 세대가 다른 손녀 다니엘과 함께 여행하는 모습 자체가 즐거워 보였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경선의 딸은 이혼을 결심한다. 누군가는 수술을 받고,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결혼생활을 끝낸다. 소설은 이러한 일들을 과장하거나 특별한 교훈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인물들의 변화가 더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젊었을 때 읽었다면 안나와 경선의 이야기를 지금만큼 재미있게 읽지 못했을 것 같다. 중년이 된 지금은 두 사람의 생활과 생각이 낯설지 않다. 혼자 살아가는 안나의 일상도, 가족 안에서 여러 역할을 맡아온 경선의 삶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노년의 두 자매가 등장하지만 소설은 무겁거나 쓸쓸하지 않다. 사건을 극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아도 사람의 삶과 관계는 계속 달라진다. 그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보여준다는 점이 좋았고,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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