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 나를 갉아먹는 관계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해방 심리학
라마니 더바술라 지음, 최기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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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제법 잘한다는 말을 듣고 응원 받는 환경 속에서 자란 덕분에 어린시절부터 자존감이 꽤 높은 편이었다. 늘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실수나 잘못을 하고 지적을 받아들이고 크게 상처받지 않았다. 나를 향한 인격적인 존중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을 갖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전혀 다른 환경에 처하게 되자 자존감과 자신감은 추락하게 된다. 그땐 몰랐다. 상대가 나르시시스트인지.

임상 심리학자이자 심리학과 명예 교수인 저자는 우리 사회의 각종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주체적인 개인으로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삶의 주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나르시시즘 학대로 겪게 되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서 인식하고 이를 회복하는 과정과 근본적 수용의 힘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두 명의 상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다 여성이었고 50대였으며 기혼이지만 자녀는 없었다. 비슷한 사람들을 일반화하고 싶지 않지만 나를 힘들게 한 나르시시스트는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의 정서적 학대가 이어질수록 자신감 넘치고 주도적인 성격은 희미해지고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할까?'라는 자기애적 학대를 경험하게 되었다.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 역시 책에 나와 있는 그대로였다. 자책, 수치심, 혼란, 절망감.

'나는 매우 하찮구나'라는 절망감에 계속되던 어느 날 평소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오르는 회사 건물의 옥상 계단에서 무심코 떠올린 끔찍한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 내가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의 1/100도 하지 못했는데 끝을 생각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서글펐으며 화가 났다. 더 이상 이런 상태로 있다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행동으로 옮길까 무서워 자기애적인 사람과의 관계를 끊기로 결심했다.

나르시시스트의 이기심과 정서적 학대, 가스라이팅을 경험한 당사자로서 나르시시스트 피해자가 결코 약하지 않다는 걸 확실하게 말하고 싶다. 나의 연봉과 인사고과에 대한 결정권자 앞에서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관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저자는 저항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심리 상담을 받거나 신뢰할 수 있는 가족과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등 각자의 상황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르시시스트와 관계를 끊고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잃어버린 자존감과 자신감을 다시 찾았다. 책을 읽고 감상을 적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나만의 이야기를 다시 쓰는 과정을 거치며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겪었다. 이제는 또 다른 나르시시스트를 만나도 두렵지 않다. 저자의 오랜 연구와 임상 경험을 담은 이 책과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나를 지킬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관계로 인해 상처받았지만 온전한 삶을 찾으려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자기애적 패턴과 행동은 실제로 변하지 않는다. 얼마나 힘든지 다른 사람들이 모른다 해도, 그에 대한 책임은 피해자 자신의 몫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라. 단순하지만 심오한 진리-'당신 잘못이 아니다'-를 마음에 새기길 바란다.

p.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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