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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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출간된 책을 읽고 4년이 지난 후 다시 읽은 백수린 작가의 산문집은 여전히 다정하고 따스했다.

표지의 식빵 그림이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건 배고품 때문일까.

이게 마음의 허기인지 실제 배가 고파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빵과 책을 매개로 한 그녀의 글은 오늘 하루도 무탈한지 안부를 묻는 것만 같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빵을 눈으로 맛보고 관련된 책의 한 구절을 살펴보노라면

조급했던 마음 한구석이 차분해지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나와 타인이 매일매일 다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인 글은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한다.

맛있는 빵을 떠올리고 작가의 삶을 엿보는 이 시간은

일과 간병인 노릇을 하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던 내게 모처럼 여유로움을 안겨준다.

작가가 건네는 빵을 통한 이야기는 그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잊지 않게 해 준다.

달달한 음식을 즐기지는 않지만 오늘 하루가 힘에 부치거나 세상이 원망스러울 때면

진한 초콜릿 케이크나 부드러운 생크림 케이크가 생각난다.

백수린 작가의 다정한 글은 마치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을 입안 가득 담고 있는 듯한

설렘과 기분 좋음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섣불리 위로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책의 한 구절을 들려주며

각자가 가진 상처를 스스로 돌아보고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도 좋았다.

이렇게 또 읽고 싶고, 읽어야 하는 책이 늘어난다.

다시 만난 책은 고달픈 삶을 성심껏 잘 살고 있다는 위로를 건넨다.

이 기분을 조금 더 느끼고 싶다.

내일 아침 식탁에는 달달하고 폭신폭신한 카스테라 한 조각을 올려야겠다.

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상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휴가가 삶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것처럼, 인간에게는 때로 진실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거짓말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p. 48

어렸을 때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걸 안다. 어떤 관계가 잘 유지된다면 그것은 각자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p. 141

『디어 라이프』를 다시 읽으며 소설을 읽고 쓰는 일은 나의 내밀한 고백에 “사람들은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한단다”라고 읊조려주는 누군가를 만나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소설이 그런 것이라면, 당신과 내가 소설을 읽고 쓰는 사람들인 한 인생은 아직 친애할 만한 것일 수도 있겠다고.

p.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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