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라잡이 중국
김선겸 외 지음 / 실타래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만 해도 제대로 된 중국여행 가이드북이 없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서양사람들이 쓴, 한자는 하나도 없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와 관습에 우리보다 깜깜한, 한국인에게 유독 각별한 지역들(상해 임시정부라든가 백두산이라든가)에 대한 배려도 물론 없는 론니 중국편을 사야만 했다. 아니면 일본책을 대충 베낀 엉터리를 들고 헤메이든지. 이제는 한국인이 직접 쓴 여러 가지 중국여행 가이드북이 나왔고, 그중 몇 가지는 호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길라잡이 중국>인데, 아마도 저자들이 이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 등록까지 직접 한 것 같다. 그래선지 책을 파는 곳도 몇 군데 되지 않는다.(그러나 인쇄상태, 제본 등은 전혀 흠잡을 데가 없다. 올컬러판에 편집도 괜찮다.)

필자 중 한 명인 김선겸씨가 공동저술한 [팔로우 미! 지중해]를 실전에서 잘 사용했던 경험도 있고, 여러 곳에서 호평들이 나오고 있기도 해서 믿고 구입해보았다. 역시 배낭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이 자기 발로 쓴 가이드북이다. 중국이라는 나라를 배낭 메고 여행하는 한국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교통, 숙소, 지도 등의 필수기본정보, 간략한 중국역사 등의 배경지식, 기초 중국어 10쪽(물론 이것을 읽고 대화를 나누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보여줄 수는 있다), 모든 한자를 간자체로 표기하고 그것의 한국식 발음과 중국식 발음을 한글로 병기한 점, 준비과정에 대한 여러 정보들까지. 이 정도라면 영어책, 일어책 번역한 것 굳이 볼 필요 없지 않을까.

다만 앞으로도 잘 팔리고 꾸준히 개정판 내라고 응원하는 의미에서 몇 가지 지적하자면, 첫째, 분량이 좀 적다. 중국이라는 나라를 650쪽에 담기는 좀 벅차지 않았을까. 그래선지 내용도 풍부해보이지까진 않는다. 시침 뚝 떼고 800쪽 이상으로 늘렸으면 한다. 둘째, 준비과정 중 비자발급이나 선박티켓 구입 등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적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물론 계속 바뀌는 부분이므로 간략하게 설명하고 관련 사이트를 대신 소개해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에서 계속 바뀌는 게 이것뿐이 아니지 않은가. 이런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여행 가이드북으로 가장 먼저 추천하기에는 손색이 없어보인다.

* 이 책을 들고 만 3개월간 중국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틀리거나 빠진 부분을 저의 마이페이퍼에 '바로잡기'로 정리해놓았습니다. 참고하고자 하는 분들은 아래의 주소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448583
* 그밖에도 몇 가지 보충정보들을 마이페이퍼의 '여행' 꼭지에 올려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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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낚시통신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199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90년대를 대표하는 남성작가' 윤대녕의 처녀작이자 예고편이다. 이후에 발표한 많은 작품들이 다 이 단편집에 내장된 모티브들의 이런저런 편곡/변주/확장이라는 세평이다. 아무려나,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의 반응은 (적어도 그 동네 안에서는) 상당한 것이었다. 때는 바야흐로 1994년, '80년대 일당'이 토벌된 한켠에서 서태지가 왕위에 등극하던 시대가 아니었던가. 80년대 리얼리즘 소설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냄새, 표정, 아우라, 두뇌구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 단편집은 90년대식 소설이라는 새 장을 열었고, 여전히 그 일당의 성과물 중 최상등급에 자리하고 있다. 100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이 책을 계속 읽을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한 시대를 엶과 동시에 대표한 작품으로 문학사에 기록될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이를테면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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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여행 중국
이지상 외 / 동아일보사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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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95년에 나온 책이니까 이제는 아무 쓸모 없대도 과언이 아닌 중국 가이드북이다. 그러나 이 책을 쓴 경험을 바탕으로 전면개정을 해서 2003년 봄에 낸 책이 <길라잡이 중국>이다. 필자도 바뀌었고(이 책의 필진 중 1명이었던 김선겸에 더해 새로운 공동필자 김태희가 가세함), 내용이나 편제도 거의 새로 써냈다. 중국 배낭여행 사이트들에서 <길라잡이 중국>에 대한 칭찬이 자주 보인다. 최근에 한국인이 직접 쓴 괜찮은 중국여행 가이드북이 여러 권 나와 반갑다. 대충 훑어본 바로는 위의 책 외에 <Hello 중국>, <꿈꾸는 배낭여행족을 위한 배낭여행 중국> 등이 실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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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가루지기 1
고우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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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강쇠전(=가루지기전)]은 손꼽히는 전통해학극으로 조선시대에는 판소리 12마당 중의 하나로 이름을 올려놓기까지 했던 '기서'이다. 12마당이 5마당으로 축소정비되면서 탈락의 쓴맛을 본 바 있고, '한국인은 그저 처량하고 청승맞다'는 이데올로기를 유포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던 일제시대 문화정책 탓인지 그에 부화뇌동한 식민지 지식인들 탓인지 우리의 명캐릭터 변강쇠(와 옹녀)는 거의 잊혀지고야 말 무렵...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 완성해낸 2개의 변강쇠 부활 시도가 있었으니 그 하나는 고 박동진 명창의 창작판소리 '변강쇠전'(사설(=대본)만 남아있는 걸 다시 작곡하다시피해서 완성했음)이고, 또 하나가 바로 이 <고우영 가루지기>다. 물론 대중력 파급력은 후자가 훨씬 강력했다.

중국 고전의 현대적/만화적 재생에 골몰하던 필자가 '이럴 것이 아니라 우리 고전에도 손을 대야겠다'고 작정한 끝에 도전했다는 본작은 한때 성인만화 시장을 재패하다시피 했던 문제작이었다.(당시의 쟁쟁했던 경쟁자로는 박수동의 [고인돌], 강철수의 '발바리' 시리즈, 김삼의 여러 단편들 등이 있다.) 이대근의 코믹한 연기와 분장으로 이제는 하나의 캐릭터로 고정된 '강쇠'의 원형이 바로 이 만화임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문자 그대로 촌철살인의 재치와 해학이 번득이는 고전 중의 하나다. 고우영의 묵직한 중국고전 번안작품만을 접해본 독자들에게 감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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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 개정증보판
한국문화인류학회 엮음 / 일조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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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미국 유학생 출신인 한국 학자들의 개괄적 설명이 몇 페이지 제시된 후, 대부분이 미국인인 외국 학자들의 논문(민족지)이 축약소개되는 형식이 주제별로 반복되는 이 책을 통해 보게 되는 문화인류학의 맛은 아무래도 어딘가 '빠다맛'이다. 19편의 논문 중 상당수는 무척 흥미진진하여 사람들에게 꼭 좀 읽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특히 '티브족,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이스터 섬의 몰락' 등), 참여자가 아닌 관찰자/분석자의 시선이 두드러지는 글일수록 그 특유의 빠다맛은 오롯이 강해진다.(특히 '좋은 것은 제한되어 있는가', '비만에 대한 인류학적 고찰' 등.) 두 나라 사이의 거리를 감안해서 상당히 가감을 거친 결과라지만 역시 쉽게 어쩌기는 힘들만치 먼 모양이다.

문화인류학의 재미와 중요성을 맛보여주기 위해 누구에게라도 선뜻 권할 수 있는, 정성 들여 잘 기획된 한 권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한계는 애당초 준비단계에서부터 예정되었겠다는 생각이다. 대안이라면 한 가지로는 보다 다양한 나라 학자들의 글로부터 선별하는 것이겠고 또 한 가지로는 아예 국내 학자들이 직접 쓰는 것이겠는데, 다행히도 뒤의 방법이 실천에 옮겨졌다고 한다. 편자인 한국문화인류학회가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이라는 제목으로 올해 초에 새 결과물을 내놓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효용가치가 사라진 것이야 물론 아닐 것이다. 지은이들도 당연히 전작을 감안해가며 후속작을 마련했을 테니까. 다만 둘 중 어느 쪽을 먼저 펼쳐들 것이냐는 즐거운 고민이 독자들에게 더해졌을 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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