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 개정증보판
한국문화인류학회 엮음 / 일조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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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미국 유학생 출신인 한국 학자들의 개괄적 설명이 몇 페이지 제시된 후, 대부분이 미국인인 외국 학자들의 논문(민족지)이 축약소개되는 형식이 주제별로 반복되는 이 책을 통해 보게 되는 문화인류학의 맛은 아무래도 어딘가 '빠다맛'이다. 19편의 논문 중 상당수는 무척 흥미진진하여 사람들에게 꼭 좀 읽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특히 '티브족,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이스터 섬의 몰락' 등), 참여자가 아닌 관찰자/분석자의 시선이 두드러지는 글일수록 그 특유의 빠다맛은 오롯이 강해진다.(특히 '좋은 것은 제한되어 있는가', '비만에 대한 인류학적 고찰' 등.) 두 나라 사이의 거리를 감안해서 상당히 가감을 거친 결과라지만 역시 쉽게 어쩌기는 힘들만치 먼 모양이다.

문화인류학의 재미와 중요성을 맛보여주기 위해 누구에게라도 선뜻 권할 수 있는, 정성 들여 잘 기획된 한 권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한계는 애당초 준비단계에서부터 예정되었겠다는 생각이다. 대안이라면 한 가지로는 보다 다양한 나라 학자들의 글로부터 선별하는 것이겠고 또 한 가지로는 아예 국내 학자들이 직접 쓰는 것이겠는데, 다행히도 뒤의 방법이 실천에 옮겨졌다고 한다. 편자인 한국문화인류학회가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이라는 제목으로 올해 초에 새 결과물을 내놓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효용가치가 사라진 것이야 물론 아닐 것이다. 지은이들도 당연히 전작을 감안해가며 후속작을 마련했을 테니까. 다만 둘 중 어느 쪽을 먼저 펼쳐들 것이냐는 즐거운 고민이 독자들에게 더해졌을 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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