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에 나온 책이니까 이제는 아무 쓸모 없대도 과언이 아닌 중국 가이드북이다. 그러나 이 책을 쓴 경험을 바탕으로 전면개정을 해서 2003년 봄에 낸 책이 <길라잡이 중국>이다. 필자도 바뀌었고(이 책의 필진 중 1명이었던 김선겸에 더해 새로운 공동필자 김태희가 가세함), 내용이나 편제도 거의 새로 써냈다. 중국 배낭여행 사이트들에서 <길라잡이 중국>에 대한 칭찬이 자주 보인다. 최근에 한국인이 직접 쓴 괜찮은 중국여행 가이드북이 여러 권 나와 반갑다. 대충 훑어본 바로는 위의 책 외에 <Hello 중국>, <꿈꾸는 배낭여행족을 위한 배낭여행 중국> 등이 실해보였다.
[변강쇠전(=가루지기전)]은 손꼽히는 전통해학극으로 조선시대에는 판소리 12마당 중의 하나로 이름을 올려놓기까지 했던 '기서'이다. 12마당이 5마당으로 축소정비되면서 탈락의 쓴맛을 본 바 있고, '한국인은 그저 처량하고 청승맞다'는 이데올로기를 유포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던 일제시대 문화정책 탓인지 그에 부화뇌동한 식민지 지식인들 탓인지 우리의 명캐릭터 변강쇠(와 옹녀)는 거의 잊혀지고야 말 무렵...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 완성해낸 2개의 변강쇠 부활 시도가 있었으니 그 하나는 고 박동진 명창의 창작판소리 '변강쇠전'(사설(=대본)만 남아있는 걸 다시 작곡하다시피해서 완성했음)이고, 또 하나가 바로 이 <고우영 가루지기>다. 물론 대중력 파급력은 후자가 훨씬 강력했다.중국 고전의 현대적/만화적 재생에 골몰하던 필자가 '이럴 것이 아니라 우리 고전에도 손을 대야겠다'고 작정한 끝에 도전했다는 본작은 한때 성인만화 시장을 재패하다시피 했던 문제작이었다.(당시의 쟁쟁했던 경쟁자로는 박수동의 [고인돌], 강철수의 '발바리' 시리즈, 김삼의 여러 단편들 등이 있다.) 이대근의 코믹한 연기와 분장으로 이제는 하나의 캐릭터로 고정된 '강쇠'의 원형이 바로 이 만화임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문자 그대로 촌철살인의 재치와 해학이 번득이는 고전 중의 하나다. 고우영의 묵직한 중국고전 번안작품만을 접해본 독자들에게 감히 일독을 권한다.
대부분이 미국 유학생 출신인 한국 학자들의 개괄적 설명이 몇 페이지 제시된 후, 대부분이 미국인인 외국 학자들의 논문(민족지)이 축약소개되는 형식이 주제별로 반복되는 이 책을 통해 보게 되는 문화인류학의 맛은 아무래도 어딘가 '빠다맛'이다. 19편의 논문 중 상당수는 무척 흥미진진하여 사람들에게 꼭 좀 읽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특히 '티브족,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이스터 섬의 몰락' 등), 참여자가 아닌 관찰자/분석자의 시선이 두드러지는 글일수록 그 특유의 빠다맛은 오롯이 강해진다.(특히 '좋은 것은 제한되어 있는가', '비만에 대한 인류학적 고찰' 등.) 두 나라 사이의 거리를 감안해서 상당히 가감을 거친 결과라지만 역시 쉽게 어쩌기는 힘들만치 먼 모양이다.문화인류학의 재미와 중요성을 맛보여주기 위해 누구에게라도 선뜻 권할 수 있는, 정성 들여 잘 기획된 한 권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한계는 애당초 준비단계에서부터 예정되었겠다는 생각이다. 대안이라면 한 가지로는 보다 다양한 나라 학자들의 글로부터 선별하는 것이겠고 또 한 가지로는 아예 국내 학자들이 직접 쓰는 것이겠는데, 다행히도 뒤의 방법이 실천에 옮겨졌다고 한다. 편자인 한국문화인류학회가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이라는 제목으로 올해 초에 새 결과물을 내놓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효용가치가 사라진 것이야 물론 아닐 것이다. 지은이들도 당연히 전작을 감안해가며 후속작을 마련했을 테니까. 다만 둘 중 어느 쪽을 먼저 펼쳐들 것이냐는 즐거운 고민이 독자들에게 더해졌을 뿐이겠다.
1990년에 처음 간행된 이 책은 보조국사 지눌의 주요저술 중 하나인 [수심결]을 강건기 교수가 강해한 것이다. 출간 당시에 제1회 불교출판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심결]의 정식제목은 [목우자수심결]로('목우자'는 지눌의 호), 지눌 고유의 정혜쌍수, 돈오점수를 주장하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이로부터 조계종의 법맥이 이어지고 교선일체를 특징으로 하는 한국불교의 흐름이 강화된 것은 물론이다. 지눌의 저술들은 대개가 논문 정도의 분량이어서 모으면 대략 1권 정도가 되는데 이렇게 모아 출간한 몇 가지 책들이 현재 거의 절판된 상태이다. [수심결]만 따로 나와있는 것도 마찬가지여서 재정리가 필요할 듯하다.
중국의 관광서적 출판사에서 정보가 제공된 것이라더니 과연 '관광'만을 위한 책이다. 배낭여행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일단 여권과 비자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비행기와 배는 어떻게 타야 하는지부터가 없으므로 떠날 수가 없게 되어있다. 도시별 이동정보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숙소정보도 대개 비싼 곳 중심으로 되어있고, 쇼핑과 식사 쪽도 마찬가지다.(비슷한 사례로는 '시티팩' 시리즈를 들 수 있다.) 한편 컬러사진은 왜 그렇게도 많은지, 전체분량의 1/3은 잡아먹고 있는 것 같다. 여행가이드북이라기보다는 '중국관광명소 홍보용 안내책자'같다는 느낌이다. 출발, 이동, 지출 등에 아무런 걱정이 없는 중장년층 단체관광객이나 사업목적 방문자들이 곁다리로 참고하는 용도로나 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