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국악 길라잡이 문화길라잡이 시리즈 1
이성재 지음 / 서울미디어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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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국악 입문서는 도무지 딱딱하고 엄하기가 이를 데 없어서 여차하면 호통이라도 들을까 무서워 책장을 넘길 수 없는 것들이 태반이었다. 어렵고 한문이 가득 들어간 본문, 전공자에게나 필요할 난해한 이론중심의 구성, 이제 간신히 국악에 재미를 붙이는 이들에게 '진정 국악을 이해하려면 사물놀이 따위 저급국악은 빨리 탈피하라'고 훈계하는 내용 등...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문제점들을 모두 뛰어넘고 있다. 매우 친절하고 자상하게 국악의 가나다를 소개해주고 있다. 국악의 장르별 설명, 악기별 설명, 대표적인 국악인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판소리와 민요에 대해서는 특별히 따로 다루고 있다. 까다로운 이론 부분은 맨 뒤에 배치하여 독자의 부담을 줄이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가장 부담없이 추천할 수 있는 국악입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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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구로 끝내는 중국어회화
다락원 편집부 지음 / 다락원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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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셨듯이 이 교재는 원래 독학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듯하다. 책도 테잎도 기본사항들을 단순나열하고 있을 뿐 상세한 설명은 없다.(테잎의 경우 중요구절들을 중국인 성우들이 단지 읽어나가고 있을 뿐이다.) 완전초보라면 독학은 무리라고밖에 볼 수 없으며 최소한 발음, 성조, 한어병음자모 등에 대한 초보적인 지식 쯤은 익힌 후라야 어느 정도 독학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점을 제외한다면 그야말로 표준교재다. 중국어 학원에서 교재로 가장 많이 채택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설명이 될 것이다. 구성도 잘 되어있고, 일상회화 중심이라 실용성도 높다. 연습문제의 답이 실려있지 않다는 불평도 있지만,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예제 성격의 문제들이라 어쩔 수 없을 듯하다. 더불어 테잎은 반드시 함께 구입하실 것을 권한다. 중국어는 특유의 성조와 발음때문에 들어가며 익히지 않고는 절대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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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박준흠 지음 / 교보문고(교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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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에 충실하게 만들다 오래 못가 폐간됐던 잡지 [서브]의 편집장이었으며 현재는 웹진 [가슴]의 운영자인 필자가 [서브]에 직접 연재하던 것을 보완해 펴낸 단행본이다. 이런 류의 수많은 책들이 웹에서 조금 찾아보면 나오는 것만도 못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반해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상당히 알차다. 사실 나는 평론가들의 장광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인데, 평론 자체에 대한 불신 때문이 아니라 평론의 기본구실(창작자와 수용자 사이의 뚜쟁이질)은 제대로 못하면서 엉뚱한 소리만(자기가 맞선 보러 나온 줄로 착각하고) 늘어놓는 평론가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그런 혐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인터뷰가 분량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장점 때문에 '퍽' 자유롭기는 하다. 이만큼 심도 깊고 분량도 넉넉하며 대상도 다양한 한국 대중음악인 인터뷰 모음집은 드물다. 음악애호가들은 물론이고, 특히 음악을 하려는 지망생들에겐 선배들의 인터뷰를 읽어보는 것이 커다란 공부가 된다는 점에서 필독을 권한다. 그밖에도 가치를 덧보태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여러 음악인들의 디스코그래피다. 수록곡 목록이 빠져있는 결정적 단점이 있긴 하지만 간단한 리뷰가 나름대로 도움이 된다. 책 말미의 '전문가들이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명반 리스트'도 참고할 만하다. 부록으로 제공되는 컴필레이션 CD도 나쁘지 않다.

아쉬운 점도 역시 몇 가지 있다. 우선 신중현을 제외하고는 70년대 이후의 음악인들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60년대까지의 한국 대중음악이란 것은 과연 깡그리 무시하고 부정해야만 할 '치욕'인 걸까? 두 번째로 민중가요 계열이 거의 무시되고 있다. 언더/인디는 열심히 파고들면서 민중가요는 열외로 치기에는 두 집단 간의 '교류협력사'만 감안해도 어불성설이다. 세 번째로 필자 자신의 가치기준이 매우 뚜렷하다는 점이다. 조용필을 뺄 거라면 서태지도 같이 뺐어야 했던 것 아닐까? 이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70-90년대의 한국 대중음악을 실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책 중의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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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 Yahoo 1
윤태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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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사회현실과 그 격랑 속에 휘말려 신음하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빼어난 솜씨로 직조해내 하나의 사회현상마저 불러일으킨 드라마가 있었다. 이름하여 [모래시계]. 태수의 사형집행으로 흐름이 멎었던 극의 시계와 달리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의 시계는 계속 흘러갔고, 이제는 속편이 나올 때도 되었을 법하다. 그 하나의 답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작품에 만화 [야후]가 해당하지는 않을까.

85년, 전두환 정권 후반기의 세 고등학생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2002년 월드컵 개막식까지 이어진다. 스토리의 첫날, 주인공의 아버지는 건물붕괴사고로 운명을 달리 하고 스토리의 마지막날, 두 주인공은 함께 세상을 등진다. 비극으로 시작해서 비극으로 끝나는 이들(주, 조연급 거의 모두가 하나하나 죽어간다)의 7년 세월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우리는 아직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만약 벌써 잊었다면 이 만화를 보면 된다. 86년 아시안게임, 87년 6월항쟁, 88 올림픽, 5공 청문회(노무현 대통령을 스타로 부각시켰던), 노동운동과 학생운동과 통일운동,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막가파, IMF 사태, 정권교체, 9.11 사건, 월드컵......

그 당시를 어리지 않은 나이로 살아헤쳐온 이들에게 마치 옛 사진을 뒤적이는 것 같은 효과를 주는 이런 사건, 사고들을 튼튼한 앨범처럼 잘 묶어주는 것은 주인공들의 개인사를 중심으로 짜여진 탄탄한 스토리다. 분명 처음부터 완전히 갖춰놓은 줄거리가 아닐 텐데도(99년에 시작된 만화인데 뒤에 가서는 2001년의 9.11 사건이 다뤄진다) 그 짜임새는 어지간한 장편소설만큼이나 안정감이 있다. 그냥 소설로 각색해서 출판해도 무난할 정도다. 여러 주인공들은 충분한 개연성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으며, 이야기 전개의 평면성을 방지해주는 시점의 교차도 준수하다. 한국 만화사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울 구성력의 대가인 허영만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렇다. 작가는 실제로 허영만을 가장 존경해왔으며 그의 문하생이기도 했다고 한다. 단지 그림체만이 아니라 스토리 구성과 '살아있는' 캐릭터 설정까지도 이렇게 잘 배웠다니 이만하면 수제자로 불려도 좋을 것 같다. 최근세사를 이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낸 한국만화가 그동안 몇이나 되었던가. 너무나 가까운 과거의 사회상을 다뤄야 하는 부담감을 덜기 위해 등장한 수경기(바이크)의 존재도 충분히 흥미롭고 적절했던 듯하다. 덕분에 S/F라는 말까지 듣는 것은 좀 과했다는 느낌이지만.

여러 모로 본작은 [모래시계] 이후, 혹은 [오, 한강!](허영만)의 계보를 제대로 잇고 있는 인상적인 시대극화다. 초반의 거칠고 덜 숙련된 그림체도 뒤로 갈수록 개선되었고, 맨마지막 부분에서 다소 다급하게 끝맺음을 한 듯한 느낌만 제외하면 전개도 20권 내내 거의 흔들림이 없다. 이 정도라면 TV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으로 채택되기에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수경기만큼은 제작비 부담상 오토바이로 바꿔야 할 듯 싶지만.) 본작의 영상화에도, 또 작가의 차기작에도 모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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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의 선어록
이혜성 지음 / 명문당 / 198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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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에서 93년에 출간한 <달마어록>과 동일한 내용이다. 달마의 어록으로 알려진 <이입사행론>의 돈황본을 일본의 야나기타 세이잔이 번역, 주해, 해설한 책이다. 문제는 명문당에서 이혜성 명의의 편역으로 출간한 이 판본의 어디에도 야나기타 세이잔의 주해본을 번역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원문번역은 그렇다 치더라도 방대한 분량의 주해와 뒷부분의 해설마저 자신의 것인양 적어놓고 있으니 해적판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 국제저작권협약에 가입하기 이전에 나온 책들에 이런 것이 적지 않기는 하지만 이제는 짚고넘어가야 할 것으로 본다. 더구나 판형도 세로쓰기로 되어있어 불편하다. 그냥 김영사 판본을 구하는 편이 백번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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