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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김옥철 지음 / 안그라픽스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론니 시리즈의 명성과 장점은 새삼 중언부언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중국편이라고 예외도 아닐 것이다. 더구나 이번 한국어판에는 지명, 인명 등의 중국어 간자표기와 발음의 한글표기도 병기되어있어 정성을 들인 흔적이 여실하다. 알뜰살뜰한 편집체계는 변함없는 미덕이다. 그러나 이번 판은 들여다볼수록 몇 가지 중요한 결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1)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판이 2002년 8월에 발간된 영문판의 번역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책에 실린 정보는 그보다 다시 6개월 쯤은 전의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빨리 변하는 곳인지를 감안할 때, 반드시 고려하지 않으면 안될 심각한 감점사항이다. 예컨대 이 책에 나와있는 숙소 중 여러 곳이 재개발 등의 관계로 벌써 없어졌다. 반대로 새로 생긴 좋은 숙소가 안 나와있는 곳도 많다. 홍콩 이외에서는 30일짜리보다 긴 여행비자를 받기 힘들다는 것도 틀린 정보다. ATM기가 잘 없다는 것도 이미 옛날 얘기다.
2) 중국식 발음을 한글로 표기한 것까지는 좋으나 과연 정확하게 표기했느냐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지명같은 것은 성조를 대충 무시해도 중국사람들이 알아듣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 쓰인 한글표기대로 발음한다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보다 공을 들였으면 좋았을 사항이다.
3) 론니 시리즈 최대의 강점으로 꼽히는 지도에 있어서도 아쉬움은 가시지 않는다. 지도 안의 지명이나 거리명 표기를 그냥 알파벳으로 표기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알파벳이라고 다 영어가 아니다. 중국어의 알파벳 표기(병음)는 우리가 흔히 영어를 읽는 식으로 읽어서는 안된다. 자기들 나름의 읽기 규칙이 있는데, 이를 모르면 영 엉뚱한 식으로 읽어내게 되고 그 결과 중국사람들은 또 못 알아듣기 때문이다.
4) 보다 본질적인 한계는 이 책의 필진이 모두 서양인이고, 그들의 시각이 결코 배제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숙소나 식사관련 정보는 서양인들의 취향에 맞추어져 있으며, 동양의 역사와 전통을 알아야 관심이 갈 법한 여행지보다는 당장 보기에 화려한 곳 위주로 소개된 것도 사실이다. 한국인들에게만 특히 의미깊은 곳들은 당연히 간과되고 있다. 더구나 곳곳에서 도드라지는 중국(과 동양)에 대한 거리감, 이질감, 거부감은 괜히 우리까지 사서 걱정을 하게 만든다. 물론 적지 않은 한국인들도 중국여행 시에 결코 유쾌하거나 친숙한 느낌만을 갖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서양인들보다는 한결 정도가 덜할 텐데, 그런 점에서 서양인들이 서양인들을 위해 쓴 이 책은 같은 동양인인 우리에겐 어색한 기성복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그들에겐 안성맞춤이겠지만.)
문제점 위주로 지적을 했지만 그렇다고 론니 시리즈 공통의 장점이 어딘가로 통째 사라졌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유익한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유럽이나 미주 쪽 시리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만은 사실인 것 같고, 마침 한국인의 손과 발로 쓰여진 괜찮은 중국 가이드북도 여럿 나와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실전용으로 구입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서점에 나가서 다른 책들과 직접 비교를 해본 후 선택하실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