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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 한국불교와 승단에 던지는 도법 스님의 절절한 신앙고백
도법 지음 / 아름다운인연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쏭달쏭한 책이다. 불교계 내부개혁운동과 생명-환경운동의 중심인물 중 한 분인 도법 스님의 새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제목의 뉘앙스와는 달리 '살불살조라, 직지인심이로다' 류의 선문답과는 한참 멀다. "비우니 홀가분하도다, 너희도 떠나라" 류의 부처님 가운데토막같은 수필집과는 더더욱 까마득하다. 근본불교로 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첫째로 그렇고, 한국불교계의 현실에 철저하고도 처절하게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둘째로 그렇다.
기본적으로 책의 모든 장이 가지고 있는 구조는 다음과 같다; 특정주제와 관련된 한국불교계의 현상황 진단 -> 이에 대하여 석가모니는 어떻게 가르쳤을까에 대한 탐구 -> 석가모니의 이 가르침에 대한 설명 -> 그에 비추어 한국불교계를 어떻게 개혁해야 할까에 대한 제언.
이쯤 되면 이 책이 겨누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 지레짐작하고 몸을 사려야 맞다. 실로 원리원칙에 입각하여 적나라하게 비판, 질책하고 있는 '한국불교계 전면적 혁신론'인 바, 만해 선사의 [조선불교 유신론]의 정신을 도도히 잇고 있다 아니할 수 없다. 본문에서 숱하게 인용되고 있는 경전들도 [화엄경]이나 [금강경]처럼 익히 들어온 대승경전이나 선불교의 조사어록들이 아니라 [불본행집경], [숫타니파타], [사분율]같이 근본경전들 위주로 되어있다. 실로 흔히 보아오지 못했던 저술이다.
그럼에도 별 다섯이 아닌 이유는 따로 있다. 불교가 무엇인지 공부하려는 입문자, 불교서적을 읽고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는 이, 특정주제에 대해 깊이있게 공부하려는 학인 등에게 적절한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겨냥하고 있는 독자층이 특정하다(노골적으로 말해 스님들과 교계 관계자들)는 점에서 자칫하면 부작용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 책은 약이다. 음식이 아니다. 먹어야 될 사람들은 꼭 먹고, 먹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은 가급적 먹지 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