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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숲에서 나오다 - 천성산 도룡뇽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
지율 스님 지음 / 도서출판 숲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천성산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지율스님의 활동방식이 일반적인 환경단체나 개인들의 그것과 상당히 다르듯이, 이 책도 일반적인 환경관련 서적과 상당히 다르다. 1장은 지난 2003년 겨울의 2차 단식(45일간) 때 쓰여진 단식일지로, 책의 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장은 다양한 생각들을 담은 짧은 수필 모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50쪽 가량의 분량인 3장은 다른 사람들이 쓴 수필, 칼럼, 시 등을 모아놓은 것이다. 4장 역시 다른 이들이 쓴 글이지만 비교적 사실규명과 정보제공 쪽에 가까운(그러나 흔히 보는 그런 성격의 것과는 역시 거리가 꽤 있는) 것들이다. 마지막 5장에는 학생들이 그린 그림엽서 중 15장 정도를 선별하여 컬러로 싣고 있다. 그리고 이런 글들 사이로 혹은 흑백, 혹은 컬러로 된 사진들도 상당히 많이 실려있다.
요컨대 이 책만 봐서는 도대체 왜 천성산에 터널이 뚫리면 안되는지, 무엇이 문제라는 건지 도통 이해하기가 어렵다. 사실관계에 대한 자료를 얻으려면 오히려 지율스님과 그 지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천성닷컴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편이 나을 것이며, 그래야만 비로소 천성산이 왜 중요한 곳인지, 터널공사가 왜 문제인지, 그동안 정부가 어떤 잘못들을 저질러왔는지가 드러난다. 그렇다면 이 책의 용도는? '천성산(이라는 하나의 산)이나 도롱뇽(이라는 특정한 생물종) 지키기'가 아닌, 지율스님이 늘 구호처럼 강조하는 '초록의 공명'을 의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지율스님의 저 극단적인 운동은 특정한 무엇 하나를 지키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생명사랑의 정신과 태도를 이 사회에 퍼뜨려나가자는 일종의 의식개혁 운동의 차원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지율스님의 입장이 책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다보니, 설명하거나 이해시키려기보다는 공감을 유도하는데 온통 초점이 맞추어져있는 것이리라. 그에 걸맞게 글에는 짙은 호소력이 배어있으며, 사진은 무척 아름답다. 다른 사람들이 쓴 글 역시 마찬가지 맥락에서 잘 선별되어있다.
다만 앞뒤가 맞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생명사랑을 공명시킨다는 정신과 극한적 단식투쟁이라는 방식이 과연 어울리느냐가 그 하나요, 생명사랑 정신이란 것이 과연 감성적인(혹은 직관적이라거나 영적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공감에의 호소로 잘 퍼져나가겠느냐가 그 둘이다. 아마도 이는 지율스님 한 개인에게 묻고 말 일은 아닐 것이다. 도대체 환경과 생명을 아끼고 보전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나라와 나아가 전세계의 환경운동하는 사람들이 모두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