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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흑백사진을 잘 만드는 비결 ㅣ 내셔널 지오그래픽 포토그래피 필드 가이드 6
리처드 올세니우스 글.사진, 강병기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이번 '비결'은 시리즈의 앞권들과 다른 특징이 몇 가지 보인다. 우선 새로운 저자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부장을 역임한 인물이라니 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을 헤비급이다. 그래도 실력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사서 보면 된다. 두 번째 특징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앞권들과 달리 실려있는 사진의 대다수가 저자 자신의 것들이다. 이쯤 되는 사람이 일러주는 비결이라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쭉 읽어가면서 가장 놀랍고도 반가웠던 점은 나이도 지긋한 대가들이 최첨단 디지털 기법을 총동원해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흑백이라는, 어쩌면 디지털과는 영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분야에서 말이다. 이번 권 역시 4명의 프로사진가 소개가 함께 실려있는데 하나같이 디지털 카메라와 포토샵 후보정, 잉크젯 프린트에 대해 매우 적극적이었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는 법. 듣도보도 못한 국내 필자가 딱 취미활동 수준의 예제사진들을 곁들여 내놓는 디지털 예찬과 이들의 그것은 과연 하중이 다르다. 국제적 흐름이 이런데도 필름 옹호니 포토샵 불가니 수구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국내의 일부 중견사진가 선생님들을 대하노라면 '청기와 장수' 이야기가 그저 지어낸 우화는 아니지 싶다.
앞권들을 충분히 의식해서인지 흑백사진이라는 심화영역을 다루기 때문이어선지, 입문이나 일반론에 해당하는 내용은 최소화되고 대신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도 이번 권의 특징이다. 대략 앞부분 절반은 (디지털만이 아닌) 흑백사진 일반론으로서, 흑백만의 매력, 컬러와의 작업방식 차이 등에 더해 장비와 구도 등에 대한 설명이 앞권들과 살짝 중복해 등장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중복이 별로 없는데다 있다 해도 '다른 필자 역시 같은 점을 강조하고 있구나'는 확인 또한 공부일테니 중복 걱정은 거의 않아도 될 듯하다.
뒷부분 절반은 상당히 상세한 '디지털 흑백사진 뽑아내기' 실전테크닉 편이다. 필름과 디지털 카메라 모두를 충분히 다루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흑백필름으로 찍어서 현상하고 스캔하기, 컬러필름으로 찍어서 흑백으로 변환하기, 컬러디지털로 찍어서 흑백으로 변환하기는 물론 필름과 파일의 관리, 잉크젯 프린트로의 출력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짚고 있다. 내용 또한 적당한 제품/소프트웨어에 대한 소개와 사용법까지 꽤 세세하다. 이 또한 로버트 카푸토의 앞권들과 다른 점이다.
따라서 독자들도 책을 사기 전에 잘 판단해야 한다. 어차피 똑딱이로 장난삼아 찍는 사람들이 이 책에 관심을 가질 일도 드물테지만, 카메라 조작법이나 일반적인 사진 잘 찍는 법은 전혀 실려있지 않다. 컬러든 흑백이든, 필름이든 디지털이든 어느 정도 사진을 찍어본 사람들에게 디지털 시대의 흑백작업 방법을 본격적으로 가이드해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앞권들에서 쏟아졌던 금과옥조같은 지침들에 감명을 받을 일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흔치도 않은 분야의 전문 내용을 그것도 최고수준의 권위자가 코치해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높은 신뢰성과 유용성으로 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