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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 1
칼 마르크스 외 지음, 박종철출판사 편집부 엮음, 김세균 감수 / 박종철출판사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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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권 사회주의의 몰락이 이미 역사 교과서에 실려있는 과거사인 지금, 맑스주의에 대한 가장 합당한 대우는 '고전(古典)'으로서일 것이다. 그와 동시대 혹은 이전의 많은 사상가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사상은 현실에서는 고전(苦戰)을 면치 못했으나 인류의 지성사에서는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자의 측면만을 침소봉대하는 업신여김도, 후자의 측면에만 매달리는 눈가림도 모두 자기손해일 뿐이다.

그만큼 커다란 족적을 남긴 맑스주의라는 고전을 우리 시대에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한 첫걸음은 무엇보다도 맑스와 엥겔스가 남긴 저작들 자체를 제대로 읽는 외에 다른 것일 수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것을 교조화시켰던 수많은 해설서들(동구권에서 수업교재로 쓰던 것이든 한국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펴내던 것이든)과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희화화시켰던 수많은 비판서들의 해독을 되새겨보자면 더더욱 그러하다. 하물며 오역이라는 걸림돌까지 겹쳤음에랴.

이러한 이유에서 감히 이 [저작선집]을 '제대로 맑스주의를 접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은 최고의 독본으로 꼽아본다. 원서 자체가 갖고 있는 엄밀한 선별과 체계에 더해 고지식할 정도로 원리원칙을 지켜나간 번역과 편집을 대하노라면 과연 이런 것이 학술서(특히 고전) 출판의 표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전6권으로 되어있는 선집의 제1권은 1843년부터 1849년까지의 저술들을 담고 있다. 이른바 '청년 맑스 시기'로 일컬어지는 이 시기는 [자본론]으로 대표되는 이후의 연구들이 경제학에 중심을 두고 있는 데 비하여 뚜렷하게 철학에 중심을 두고 있으며, 휴머니스트로서의 맑스와 엥겔스의 면모가 가려지지 않은 그대로 드러나 있기도 하다. 그만큼 맑스주의의 기반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는 동시에 인문학 전반에 보다 넓게 관련되는 문제의식들을 담고 있는 저술들이다. 여기에서부터 본격적인 맑스주의 연구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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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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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그의 작품은 고국 체코에서는 오른쪽으로 삐딱하다 하여 읽을 수 없었고 이역만리 한국에서는 왼쪽으로 삐딱하다 하여 읽을 수 없었다. 이제 체코는 열심히 자본주의를 배우고 있는 중이고 한국에선 그의 책을 읽지 않고서는 지식인 축에 끼지도 못할 지경이다.

어찌 보면 농담과도 같은 이 모든 역사의 흐름을 쿤데라는 일찌감치 통찰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소련을 등에 업고 사회주의의 길로 들어섰던 50년 전 체코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을 읽어나가는 나의 머리 속에는 미국을 등에 업고 자본주의의 길로 들어섰던 같은 시기 남한이, 그리고 다시 50년 뒤 두 나라의 현실이 데깔코마니처럼 중첩복제된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한번은 희극으로'라는 말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작품이 쿤데라의 처녀작이라는 사실은 기억하면서도 이 작품을 쓸 당시 그의 나이가 36세를 넘지 않았다는 점은 종종 망각하는 것 같다. 다른 작품들의 집필연도나 많이 알려진 노년기의 사진들로부터 각인된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처녀작다운 미흡함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걸출한 작품성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적지 않은 부분 자전적 경험에 기초했다고 하는 이 처녀작에서부터 이미 쿤데라의 작품세계는 유려하고도 탄탄하다.

각 부(部)마다 화자가 계속 바뀌면서 치밀하게 얽혀나가는 이야기 구조, 화자가 바뀜에 따라 함께 바뀌면서 주인공들의 성격을 절묘하게 드러내주는 문투(불어로부터의 중역본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상당부분 번역자의 공일 것이다), 역사와 인생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과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박학다식과 이야기 자체의 극적 재미라는 세 요소의 기막힌 조화까지를 만끽할 수 있는 걸작이다. 닳고 닳은 사실주의 기법만으로 이만한 성취를 이루어냈다는 사실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적지 않은 독자들은 이 소설이 상당히 영화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했을 것이다. 조금만 손을 보면 바로 영화로 옮길 수 있을 것 같은 이런 특징의 배경은 쿤데라 자신이 영화학교 교수를 역임하기까지 했었다는 사실로부터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본작은 영화화가 된 적이 있다. 체코 감독 Jaromil Jires에 의해 1969년에 만들어진 영화의 제목은 원제와 동일한 [Zert(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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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았던 시대
가브리엘 가르시아마르케 지음, 송병선 옮김 / 예문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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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구판입니다. 이 책에 단편소설 <꿈을 빌려드립니다>, 산문 <노벨상의 환영>, 그리고 '작가연구'라는 제목의 한 쳅터를 추가해서 다시 출판된 것이 [꿈을 빌려드립니다](하늘연못)라는 책입니다. 역자도 물론 송병선으로 같습니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께서는 그러니 굳이 이 책의 내용을 아시려고, 또는 절판된 이 책을 구하려고 노력하실 필요없이 개정증보판인 위의 책을 찾아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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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 Follow Me
김성호 외 지음 / 에오스여행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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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터키, 이집트를 묶어서 여행하는 이들이 최근 아주 많아졌다. 유명 여행지에선 아줌마 아저씨 단체관광객들도 쉽게 마주칠 수 있고, 젊은 배낭여행객들도 꽤 많다. 하지만 이 지역을 적절히 묶어 다룬 최신 가이드북으로는 위의 책이 거의 유일하다. 나머지는 너무 얇거나, 몇 년이 지나 엄청나게 바뀐 옛정보이거나, 아니면 활용해본 사람들에게서 대단히 욕을 먹거나 셋 중의 하나이다.

단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 최대의 단점은 지도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지도라기보다는 거의 약도에 가까워서 대도시(아테네, 이스탄불, 카이로 등)에선 꼭 별도의 지도를 구할 필요가 있다.(소도시나 시골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괜찮겠지만.) 그 다음 단점은 시리아와 터키 동부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육로로 터키와 이집트를 오가려면 반드시 시리아를 거쳐야 하는데 주변의 다른 나라들은 실려있지만 시리아는 빠져있다. 터키 동부 역시, 상대적으로 찾는 발길이 적다곤 하지만 전혀 나와있지 않은 점은 아쉽다.

나머지는 양호하다. 단순히 정보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해당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를 간략하게라도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없다면 우리가 무엇하러 그리스, 터키, 이집트를 가겠는가), 정보들도 상당히 정확한 편이다. 특히 이 지역은 물가나 갖가지 상황이 매년 상당히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이상의 정확도를 기대하기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으로선 별 네 개를 별 미련 없이 줄 수 있다. 문제는 개정판이다. 나는 2001년 3월부터 5월까지 만 두 달여 동안 이 지역을 여행했는데, 이미 책이 편집된지 몇 달이 지난 탓에 몇몇 중요한 변동사항이 있었다.(최소한 2년에 한 번은 개정판이 나와주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이 지역의 특징인 것이다.) 저자와 출판사는 매년마다 개정판을 낼 것을 약속하고 있느니 기대해볼 일이다. 꾸준한 업데이트와 지도 및 누락된 지역 정보의 개선만 이루어진다면 당분간 이 지역을 여행하는 한국인 여행자들의 필독서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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