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교본 - 사진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브레히트 선집 7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 한마당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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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베르톨트 브레히트, 제목 [전쟁교본], 부제 '사진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이 정도 정보만으로도 이 작품이 무엇을 어떤 식으로 다루고 있는지는 다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사진'이 '전쟁'에 대해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는 '교본'이며, 그러한 점에서 과연 '브레히트'다운 교육법이다. 이걸로 예습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즐거운 마음으로 명강의를 경청하는 것 뿐이다.

사진들을 브레히트가 직접 찍은 것은 아니다. 망명 기간에 이런 저런 신문과 잡지에서 스크랩한 것이라고 한다.(따라서 모두 흑백이다.) 이 69편의 사진들마다에 그로선 특이한 케이스일 4행 정형시(운율과 각운을 살린)를 지어붙이고 그것을 다시 일련의 의도에 따라 배열해놓은 것이 이 책이다. 오늘의 강의는 그리 무겁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오히려 뒤에 붙어있는 주해--원주는 얼마 안되고 동독 출판당국의 편주와 역주가 대다수다--와 2차대전 연표, 작품해설이 더 무거울 지경이다. 원래 조교가 더 깐깐한 법이긴 하다. 하지만 조교를 통해 2차대전사에 대한 동유럽의 시각이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배운 것과 짐작 이상으로 차이남을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번역과 편집에서도 성의가 느껴진다. 원문이 생략되어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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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빛낸 정상의 앨범
임진모 지음 / 창공사 / 199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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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음반으로 보는 팝과 록의 역사'인 이 책은 정확하게는 5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의 영어권 대중음악을 다루고 있다. 이런 구역짓기는 가장 익숙하면서도 일견 불순하다. 대상을 락으로 한정짓는다면 마땅히 50년대 중반이 출발점이 되겠지만, 아레사 프랭클린도 나오고 엘튼 존도 나오고 마돈나도 나오는 이 책이 분명 락만을 다루는 것은 아닐진대 왜 하필 50년대 중반인가 하는 물음이다. 또 하나, 어디까지나 영어권으로 한정되어있다는 것도 이제는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럴싸한 근거는 아마 하나도 없을 텐데 말이다.

이런 태생적 한계에 시비를 걸지 않는다면 이 책은 영어권 팝/락에 대한 한 권의 좋은 소개서로 별반 손색이 없다.(세부적으로 시비를 걸려 들면 세상에 음악에 관한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장 돋보이는 점은 음반 한장 한장의 해설에 있어 가급적 해당 시대의 사회적 맥락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담겨있는 가사가 무슨 내용인지도 지속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외국의 대중음악이 오직 '멜로디와 리듬'으로만 수용되었던 치명적 문제점을 감안할 때 실로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책이 나온 때가 94년이라는 묘한 시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저자의 주관으로 선정된 100장의 음반들은 대다수의 평론가들이 높이, 혹은 중요하게 사주는 음반들이다. 물론 저자 자신도 밝히고 있듯이 한국적 취향도 고려되고 있지만. 부록으로 해외의 명반 목록도 여럿 첨부되어 있어서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게 되어있다. 단순히 어떤 음악이 듣기에 좋더라는 차원을 넘어 어떤 음악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까지 나아가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안내서는 여타의 '명반 몇선'류와 분명한 차이를 두고 있다. 각종 기초정보와 여담들의 값어치도 헐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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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카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 서광사 / 199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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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서평을 쓴 분들이 상세히 언급을 해주셨으므로 미주알 고주알 뻔한 이야기를 덧붙일 것은 없겠고, 보충삼아 몇 가지만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형이상학에서 인식론과 심리철학을 거쳐 윤리학/정치철학까지를 300여쪽 분량에 포괄해놓고 있는 이 야심만만한 저술은 스피노자의 나이 30-33세 사이에 쓰여진 것이라고 한다. 과연 야심만만할 나이이기도 하겠으나, 그러한 야심이 온전하게 결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귀한 사례의 하나로도 이 책은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철학계에서 늘 주목하는 것은 책의 1부(형이상학)와 2부(인식론)이다. 데까르트의 이원론에 반대하며 자신의 범신론적 일원론과 물심평행론을 조목조목--이 단어에 [에티카]보다 어울리는 저술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논증해나가는, 실로 까탈스럽기 그지 없는 1, 2부를 헤쳐나가고 나면 그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한 3부(심리철학)와 4, 5부(윤리학/정치철학)가 선물처럼 기다리고 있다. 욕망이란 무엇인가, 사랑과 미움이란, 희망, 신뢰, 질투, 연민, 오만이란 또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냉정한 대답을 들어보고 싶다면 꼭 이 책의 3부를 펼쳐보시기 바란다.

셋째, 어쨌거나 이 책은 1600년대 중반에 쓰여졌다. 대충 청교도 혁명의 시대, 갈릴레오의 시대, 혹은 명-청 교체 및 병자호란의 시대, 그리고 하멜이 제주도 땅에 표류해온 시대이다.(하멜과 스피노자가 같은 화란인이라는 점은 물론 우연의 일치가 아닐 터이다. 스피노자는 유대계이긴 하지만.) 우리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같은 류의 '소화력'을 스피노자에서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같은 근대사상가라도 18-19세기의 이들과는 역시 또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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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단편문학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
김동인 외 지음, 이남호 엮음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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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 작가들의 단편소설이라면 대개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것이 읽어본 것의 대다수이기 쉽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봤으면 했을 때 가장 좋은 선택이 이 두 권의 [한국단편문학선]이 아닌가 한다. 자기 전에 읽기에도, 지하철을 타고 오가며 읽기에도 딱 좋다.

각권 400페이지 가량의 분량이어서 부피도 적절하고 선별이나 편집도 무난하다. '어? 왜 이게 빠졌지?' 싶은 것들도 여럿 있긴 하지만(이를테면 김유정의 <봄, 봄>이나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두 권이라는 분량의 한계도 있고 나름대로 엮은이의 선정기준 또한 있을 것이다.('엮은이의 말'에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호소력이나 문제성이 떨어지는 작품들은 과감하게 제외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1권에 수록된 작품들의 경우, '교과서에서 나오던 고전들을 읽어본다'는 보람을 넘어 과거 우리의 삶을 영화보다도 생생하게 되돌어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많은 참고가 되지 않나 싶다. 1권은 20-40년대, 2권은 50-60년대의 작품들을 주로 담고 있다. 앞으로 70-90년대를 담은 3권도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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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불교입문
채지충 지음 / 대현출판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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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의 만화화로 저명한 채지충은 중국 고전뿐 아니라 불교 관련 만화도 몇 권 낸 것이 있는데 그중 하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불공드리고 소원성취하는' 기복불교가 아닌 제대로 된 불교를 알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연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이들을 위해 추천할 만한 책이다.

만화라고 하지만 이 책이 일정한 스토리를 갖고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다. 초심자를 위한 경전 내지 근본불교의 핵심경전인 [아함경]을 기초로 하고 있는 이 책은 말 그대로 불교의 기초가 무엇인지를 해설해주고 있다.(형태로는 분명히 만화지만, 성격으로는 삽화에 가깝다. 리우스의 만화들과 비슷하다.) 실제로 페이지 하단마다에 각주처럼 '잡아함경' 본문이 첨가되어 있기도 하다.

무턱대고 빌고 믿는 것과 별로 상관 없는 원래의 불교, 사상이자 실천수행으로서의 불교가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논리적이고 현대적인 방법으로 설명해주고 있으므로 문외한들도 전혀 낯설어하거나 거부감 갖지 않고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만화적 재미'에는 별 기대를 갖지 마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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