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카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 서광사 / 1990년 10월
평점 :
절판


앞서 서평을 쓴 분들이 상세히 언급을 해주셨으므로 미주알 고주알 뻔한 이야기를 덧붙일 것은 없겠고, 보충삼아 몇 가지만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형이상학에서 인식론과 심리철학을 거쳐 윤리학/정치철학까지를 300여쪽 분량에 포괄해놓고 있는 이 야심만만한 저술은 스피노자의 나이 30-33세 사이에 쓰여진 것이라고 한다. 과연 야심만만할 나이이기도 하겠으나, 그러한 야심이 온전하게 결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귀한 사례의 하나로도 이 책은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철학계에서 늘 주목하는 것은 책의 1부(형이상학)와 2부(인식론)이다. 데까르트의 이원론에 반대하며 자신의 범신론적 일원론과 물심평행론을 조목조목--이 단어에 [에티카]보다 어울리는 저술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논증해나가는, 실로 까탈스럽기 그지 없는 1, 2부를 헤쳐나가고 나면 그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한 3부(심리철학)와 4, 5부(윤리학/정치철학)가 선물처럼 기다리고 있다. 욕망이란 무엇인가, 사랑과 미움이란, 희망, 신뢰, 질투, 연민, 오만이란 또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냉정한 대답을 들어보고 싶다면 꼭 이 책의 3부를 펼쳐보시기 바란다.

셋째, 어쨌거나 이 책은 1600년대 중반에 쓰여졌다. 대충 청교도 혁명의 시대, 갈릴레오의 시대, 혹은 명-청 교체 및 병자호란의 시대, 그리고 하멜이 제주도 땅에 표류해온 시대이다.(하멜과 스피노자가 같은 화란인이라는 점은 물론 우연의 일치가 아닐 터이다. 스피노자는 유대계이긴 하지만.) 우리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같은 류의 '소화력'을 스피노자에서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같은 근대사상가라도 18-19세기의 이들과는 역시 또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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