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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메라 촬영 & 리터칭 83가지 비밀 - 찍고 꾸미고!
윤돌 외 지음 / 정보문화사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항목 수는 촬영이 50, 리터칭이 33이지만 페이지 수를 따져보면 반반이다. 그렇다면 중요도나 충실도는? 촬영이 20, 리터칭이 80은 될 것 같다. 디지털 카메라를 뭘로 사야 할지, 어떤 기능과 특징을 염두에 두고 구입해야 할지 같은 촬영 이전 부분은 전혀 없다. 카메라의 관리, 렌즈 및 필터의 선택, 악세사리에 대해서도 거의 없다. 단지 모르면 정말 곤란한 촬영기법과 기능 몇 가지--이를테면 구도, 빛의 방향,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 화이트 밸런스, 측광--가 그저 대충, 순서도 뒤죽박죽으로 듬성듬성 소개되고 있을 뿐이고, 그러고 나서 후보정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이 빼곡이 이어진다.
페이지 수가 반반이면서 충실도가 2:8일 수밖에 없게 돼있는 것이, 촬영 부분은 왼쪽 페이지 마다마다를 예제사진 한 장으로 도배해놓았다. 즉, 분량의 절반이 사진이다. 나머지 절반의 또 반은 작은 예제사진들이고, 다시 나머지 절반의 또 반은 여백이다. 글은 1/8밖에 안된다. 부실할 수밖에. 촬영 부분을 맡은 필자(공동저작이니까)가 엉터리라서든, 디카는 원래 사후보정이 중심이라고들 믿어서든, 컴퓨터 책 전문인 출판사의 특성 탓이든, 촬영 쪽 공부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속은 느낌이다.
그나마 리터칭 부분은 봐둘 만하다. 앞쪽처럼 분량의 반을 자기들이 찍은 사진으로 도배해놓지도 않았고, 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주 알기 쉽게 잘 써놓았다. 다만 쓰기는 쉽게 썼는데 구사되는 방법은 수준도 상당히 높고 종류도 무척 다양해서 과연 일반인들에게 적합한지 의문이다. 과반수의 사람들은 밝기 조정과 크기 줄이기가 전부고, 기껏해야 샤프니스, 크롭, 기울기 조정, 테두리 장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이 책의 후반부만 봐도 사진을 갖고 하는 포토샵 기능의 대다수는 습득이 된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상당한 언밸런스가 되고 말았다. 사진 찍기에 대해서는 사진책답지 않게 부실하고, 리터칭에 대해서는 사진책답지 않게 자세하다. 결국 사진책같지 않다는 얘기인데, 아마도 애당초 만들기를 그렇게밖에 만들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사진을 제대로 배우겠다는 사람에게도 별 소용이 없고, 포토샵을 어느 정도 다루는 사람들에게도 별 소용이 없다. 사진은 대충 찍고 리터칭으로 재미를 보겠다는, 다시 말해 사진을 소스로 해서 가공해낸 이미지 쪽에 관심있는 분들에 한해 소용이 닿을 만한 책일 듯하다.
끝으로 한 가지 더, 적어도 사진 책이면 예제에 등장하는 모델들의 인물도 어느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에게도 이 책은 영 아니다.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DIY 모델 몇 명이 끈질기게 등장하는데, 사진책에서까지 헝그리 정신을 배우게 될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