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사진 길라잡이 - 증보판
천명철 지음 / 미진사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많이 팔리기도 했고 교재로도 많이 쓰이는 책이라고 해서 열심히 책장을 넘겨보았지만, 애석하게도 99년 초판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책이다. 요즘 팔리고 있는 2003년 증보판은 99년판에다 디카에 관한 제11장을 덧붙였을 뿐이고, 이것이 디카에 관한 전부다. 그렇다고 총11장 중 10장이 오로지 필카만을 위한 내용이라는 것은 아니다. SLR의 경우 필카든 디카든 조리개와 셔터스피드와 노출과 심도같은 기본조작법은 별반 차이가 없으니까.(이 책은 철저히 SLR 수동조작법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어차피 컴팩트 자동카메라 사용자들은 이런 책을 보지도 않겠지만.) 문제는 그래도 걸리는 게  좀 있다는 것인데, 열거해보자면 이렇다.

첫째, 그 동안의 카메라 제조기술 발전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가 카메라의 기계적 특성에 대해 착실한 설명을 해주고 있는 점임을 감안하면 더욱 큰 문제다. 노출계나 플래쉬 같은 부분에서 특히 확연하게 드러난다.

둘째, '재미있는' 서술을 위해 거의 강연내용을 그대로 받아적은 듯한 구어체로 되어있는데 이것이 다소 역효과를 내고 있다. 간단하게 도표와 그림으로 설명하면 될 내용을 구구절절이 풀어써서 더 헷갈리게 만드는 부분이 다소 있다. 보다 더 과거의 딱딱하기 이를 데 없는 입문서들에 비하자면 장족의 발전이었겠지만, 그로부터 다시 여러 해가 흘렀고, 그 동안 요령 좋게 쓴 해설서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문제다.

셋째, 디카에 대한 부분이 역시 너무 소홀하다. 일례로 조작상에 있어 필카와의 가장 큰 차이라 할 수 있는 화이트밸런스에 대한 서술이 달랑 1페이지에 불과하다. 화이트밸런스를 잘 잡아주는 것이 노출을 잡는 것 만큼이나 중요해진 판에 이건 좀 심했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여전히 장점들이 더 많은 것만은 분명하다. 수동카메라의 기본조작법을 이만큼 착실하게, 차근차근 서술해주고 있는 책을 요즘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노출, 심도, 측광 세 가지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본문내용은 어찌 보면 고루해보일 수도 있지만 이걸 건너뛰고 수동카메라를 다룬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사항들(렌즈, 플래쉬, 접사 등)도 중간중간에 부록처럼 삽입해서 적절히 다뤄주고 있고, 용어설명과 연습문제도 틈틈이 잘 제시되어있다. 기초부터 제대로 다져나가고 싶은 성실파라면, 그리고 그렇게 가르치고 싶은 강사들이라면 더더욱 무시하기 어려운 책일 것이다. 잘 좀 손을 봐서 재개정판이 나와주면 좋겠다. 참고로 이 책으로 기초를 다진 이들을 위한 중급용 제2권도 최근에 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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