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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기행 3 - 수도권
김재일 지음 / 당대 / 2001년 5월
평점 :
웰빙과 주5일제의 시대를 맞아 생태기행이라는 테마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그러면 어디부터 가보는 것이 좋을까? 천수만, 변산반도, 우포늪은 어떨까. 너무 멀다면 치악산이나 계룡산을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서울은? 2000만이 바글바글한 난개발의 상징 수도권에도 들러볼 만한 생태답사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만은 못해도, 가깝다는 막강한 장점을 감안한다면 수도권 일대에도 갈 곳이 없는 게 결코 아니다. 우선 서울의 외사산을 비롯한 경기도의 많은 산들이 있고, 강화도와 대부도의 갯벌이 있으며, 한강과 그 지천들이 있고, 유적지 덕에 난개발의 삽질을 면한 숲들(홍릉, 광릉, 창덕궁 후원 등)이 있다. 그리고 하나둘씩 늘어가는 생태공원과 생태계보전지역까지 더하면 주말 나들이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볼 만한 생태답사지가 의외로 많음을 알고 놀랄지도 모른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가서 무엇을 보고 겪고 느끼면 될지 참고가 될 만한 책이 몇 권 나와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서울의 생태]와 이 책이다. [생태기행] 시리즈의 마지막 권인 이 책은 시민단체 '두레생태기행'과 '사찰생태연구소'의 회장인 김재일 선생의 단독저술이다. 머리말에서 "전문가들을 따라다니며 보고 듣고 배운 것들, (...) 밑줄 긋고 익힌 것들을 모아 간추린 것"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본문을 읽어보면 놀랄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들을 섭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연 환갑이 넘은 저자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할 만한데, 소설도 여러 권 써낸 바 있는 저자인 만큼 글은 전혀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고 수필집 읽듯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다. 자연과 생명을 대하는 바람직한 관점에 대한 고민들을 접하게 되는 것 또한 미덕이며, 직접 찍었다는 풍부한 자료사진(모두 컬러다)도 많은 도움이 된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어교사 출신의 시민단체 대표라는 경력에서 볼 수 있듯, 저자는 분명 '전문가'는 아니다. 다른 책들과 비교해보면 간간이 틀린 정보가 나오기도 한다. 개개의 동식물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것을 참고하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도와 교통편이 부실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펴낸지 5년 가량이 지난 책이라는 점도 한계다. 커다란 변화는 없지만 그래도 그 동안 몇 개인가의 생태공원이 늘어났고 어떤 곳은 더 많이 난개발이 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한다면 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생태답사를 시작하기 위한 '약도'로는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오히려 5년이 지나도록 이것을 뛰어넘는 신간이 나오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