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이야기
기태완 지음 / 고요아침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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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는 것이야 자유지만, 아무리 그래도 기본은 되어있어야 한다. 그 기본이란 독자가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를 고려한다는 것에 다름아닐 것이다. 이런 책을 대할 때면 참 난감하다. 하나씩 짚어보자.

우선 제목이 잘못됐다. [곤충 이야기]라고 되어있지만 본문 내용은 갖가지 동물을 다루고 있다. 곤충에 대해 알고 싶어 책을 산 독자라면 의아해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곤충 관련서적이 한두 가지 나온 것도 아닌데 말이다.

또한 저자는 전혀 곤충 전문가가 아니다. 한문학자라고 한다. 곤충 전문가들도 책 한 권을 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한문학자가 써낸 곤충(과 갖가지 동물) 이야기... 출판사는 왜 출간을 결정한 것일까? 한술 더 뜨는 것은 본문의 흑백 그림을 고등학교 1학년인 저자의 아들이 그렸다는 것이다.(물론 특기할 만하지 못하다.) 일종의 기념출판이 아닐까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끝으로 내용마저도 이렇다할 것이 없다. 인터넷 블로그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의 사적인 관찰기를 넘지 못한다. 전문가가 아니니 당연한 이야기다. 자연에 대한 사랑과 풍부한 감수성으로 전문성을 대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거미만 연구한 학자가 간신히 거미 책 한두 권을 내고, 수십 년 동안 버섯만 연구한 학자도 마찬가지인 세상이다. 책 낸다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야 저자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출판사 사장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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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새들아
원병오 지음 / 다른세상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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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멋진 모습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탐조인구 수도 늘어나고, 디지털 카메라의 시대를 맞아 새 사진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부쩍 늘어났다. [한국의 새](LG)와 같은 도감이 출판된지 5년이 넘도록 각광을 받고있기도 하다. 그러나 도감 하나만으로는 역시 부족하다. 아무리 잘 만든 도감이라 해도 어떤 새의 이름이 무엇이고 어떻게 생겼으며 기초적인 습성이 어떻다는 것만 나와있지, 계네들의 살림살이 앞뒤얘기를 미주알고주알 다루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아쉬움을 잘 달래줄 수 있는 책으로 본서를 꼽고 싶다. 알 만한 이는 다 아는 한국 조류학계의 대표적 원로인 저자가 저술한 이 책은 새들의 일반적인 습성과 특징에 대한 설명, 한국에서 비교적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새들 각각에 대한 설명, 남북한의 주요 조류관찰지 소개까지를 풍부하고 질 좋은 올컬러판 사진과 더불어 아우르고 있다.

다루고 있는 새의 가짓수는 236종으로, 한국에서 관찰할 수 있는 종의 약 절반 가량이 된다. 그러나 희귀조와 길잃은새를 관찰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므로 이 정도만으로도 일반인에게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내용은 결코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아서 중고생도 술술 읽을 수 있게끔 배려되고 있으며, 도감에서 결코 찾을 수 없는 여러 가지 새들의 특징을 많이 접할 수 있다. 한국의 조류관찰지 소개에 남한 49곳 외에 북한 11곳까지 포함되어있는 것도 뜻깊은 배려일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것과 같은 좋은 도감과 병용하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더불어 또 하나의 탐조 가이드북인 [그 곳에 가면 새가 있다](동양문고)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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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쉽게 찾기 호주머니 속의 자연
김정환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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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출판사에서 내고 있는 도감 시리즈인 '호주머니 속의 자연' 제3탄이다. 1탄 [야생화 쉽게 찾기]와 2탄 [나무 쉽게 찾기]의 명성을 잇는 데 별 손색이 없어보인다.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곤충 도감을 다 뒤적거려봤지만(엄청난 분량의 전문가용은 제외), 우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가짓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통 500종 정도나 다루는 것이 보통인데 이 책은 1000여종이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기록된) 곤충만 무려 11000여종이라고 하니 어차피 일반인용 도감에서 다 다루는 것은 무리겠지만, 그래도 500종짜리 도감보다 1000종짜리 도감을 권하고 싶은 것이야 당연한 노릇이다.

편집과 사진과 내용도 좋다. 편집의 경우 진선에서 나온 다른 도감들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찾아보기 쉽고 체계가 잘 되어있다. 노하우가 많이 쌓인 모양이다. 내용 역시 저자가 낸 곤충 관련 서적이 이미 꽤 여러 권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충분한 수준이다.(자칫 같은 저자의 예전 책을 마련하는 우를 범하지 마시길. 편집, 인쇄, 제본 등에서 대부분 새 책이 나을 것이다.) 사진도 대체로 좋다. 초점이 제대로이지 않은 사진도 간혹 발견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이상을 바라는 게 쉽지 않을 모양이다.

더불어 분권되지 않았다는 것도 장점으로 보고 싶다. 들고다닐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한 권짜리인 것이 편하거니와, 들고다닌다고 해도 나비 도감 따로, 딱정벌레 도감 따로라는 식은 실제로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정작 현장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곤충들이 여기저기서 출몰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짚고넘어갈 점은 이 책이 정말로 '곤충'도감이라는 것이다. 즉, 생물학적으로 곤충이 아닌 절지동물에 속하는 거미, 지네, 전갈 등은 (식물도감에 버섯이 없듯) 전혀 수록되지 않았다. 학문적으로야 맞는 것이지만, 그래도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대표적인 거미 수십 가지 정도는 함께 수록해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는 진선의 동식물 도감 시리즈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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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기행 3 - 수도권
김재일 지음 / 당대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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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과 주5일제의 시대를 맞아 생태기행이라는 테마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그러면 어디부터 가보는 것이 좋을까? 천수만, 변산반도, 우포늪은 어떨까. 너무 멀다면 치악산이나 계룡산을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서울은? 2000만이 바글바글한 난개발의 상징 수도권에도 들러볼 만한 생태답사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만은 못해도, 가깝다는 막강한 장점을 감안한다면 수도권 일대에도 갈 곳이 없는 게 결코 아니다. 우선 서울의 외사산을 비롯한 경기도의 많은 산들이 있고, 강화도와 대부도의 갯벌이 있으며, 한강과 그 지천들이 있고, 유적지 덕에 난개발의 삽질을 면한 숲들(홍릉, 광릉, 창덕궁 후원 등)이 있다. 그리고 하나둘씩 늘어가는 생태공원과 생태계보전지역까지 더하면 주말 나들이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볼 만한 생태답사지가 의외로 많음을 알고 놀랄지도 모른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가서 무엇을 보고 겪고 느끼면 될지 참고가 될 만한 책이 몇 권 나와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서울의 생태]와 이 책이다. [생태기행] 시리즈의 마지막 권인 이 책은 시민단체 '두레생태기행'과 '사찰생태연구소'의 회장인 김재일 선생의 단독저술이다. 머리말에서 "전문가들을 따라다니며 보고 듣고 배운 것들, (...) 밑줄 긋고 익힌 것들을 모아 간추린 것"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본문을 읽어보면 놀랄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들을 섭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연 환갑이 넘은 저자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할 만한데, 소설도 여러 권 써낸 바 있는 저자인 만큼 글은 전혀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고 수필집 읽듯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다. 자연과 생명을 대하는 바람직한 관점에 대한 고민들을 접하게 되는 것 또한 미덕이며, 직접 찍었다는 풍부한 자료사진(모두 컬러다)도 많은 도움이 된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어교사 출신의 시민단체 대표라는 경력에서 볼 수 있듯, 저자는 분명 '전문가'는 아니다. 다른 책들과 비교해보면 간간이 틀린 정보가 나오기도 한다. 개개의 동식물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것을 참고하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도와 교통편이 부실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펴낸지 5년 가량이 지난 책이라는 점도 한계다. 커다란 변화는 없지만 그래도 그 동안 몇 개인가의 생태공원이 늘어났고 어떤 곳은 더 많이 난개발이 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한다면 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생태답사를 시작하기 위한 '약도'로는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오히려 5년이 지나도록 이것을 뛰어넘는 신간이 나오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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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답사여행의 길잡이 15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엮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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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유산답사회의 공저인 [답사여행의 길잡이] 마지막권은 600년 수도 서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어쩌면 가장 필요한 책이 가장 마지막에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암사동 선사유적에서부터 삼국시대 토성을 거쳐 세계의 주요도시 중 하나로 자리잡은 서울이다. 1000만이 거주하고 있으며 2000만 수도권 인구의 중심지이기도 한 곳이다. 너무 비대하고 집중되어있어 탈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서울의 역사와 유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사는 이가 1000만 혹은 2000만 중 몇이나 될까. 사직단이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하던 곳인지, 세검정이니 압구정동이니 하는 지명이 어디에서 유래한지도 모르고 사는 우리다. 심지어 5대 도성이 무엇인지는 고사하고 그런 개념이 있는 줄로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잃어버린 역사를 파묻고 지내는 도시, 서울. 외국인들은 경복궁을 보고 인사동을 들른 후 이태원이나 신촌으로 빠진다, 끝. 주민들은 사무실과 자기 동네밖에 모른다, 끝. 이 동네 저 동네 집값은 알아도 문화유적은 경주에나 가야 있는 줄로만 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제대로 보존만 되었더라면 너끈히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도 남았을 4대문 안은 지금 비록 철저히 고층빌딩으로 윤색되어있지만, 수많은 유적들은 싸구려 상가건물에 밀려 혹은 사라지고 혹은 흉가처럼 방치되어있지만, 그래도 포기하기엔 너무도 아까운 역사도시가 서울이다.

잊은 기억을 되찾기 위한 첫걸음을 떼기에 이 책은 더 없이 좋은 안내서다. 고대 유적지에서부터 조선의 궁궐들을 지나 근대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역사를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하며, 기본적인 설명부터 자료사진과 관람안내는 물론 교통편과 주차시설까지 꼼꼼이 챙긴 실질적인 정보 때문에 그러하고, 본문을 보완하는 알찬 특집과 부록(총 70여쪽) 때문에도 또한 그러하다. 3명의 저자에 의한 공동저술은 과연 흠잡을 곳이 어디일까 곤혹스러워질 정도로 충실하기 그지없다.(유일한 흠이라면 사진이 모두 흑백이라는 점 정도일까?)

물론 경주도 좋고 부여도 좋다. 반만년 역사라는데 발길 닿은 어느 곳인들 유적지 아닌 곳이 있겠는가. 그러나 서울을 빼놓고 여기저기 찾아돌아다닌다면 로마 뺀 이탈리아 여행이요 아테네 뺀 그리스 여행과 다를 것이 뭘까. 등잔 밑이 어둡다고, 사람은 과연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을 지나치기 마련이다. "서울에 가보니 빌딩과 인파뿐, 뉴욕이나 도쿄하고 똑같더라"는 소감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외국인에게, 심지어는 같은 말을 하는 우리 자신과 우리 아이들에게 이제는 해줄 말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공부해야 한다. 이 책 한 권 들고 주말마다 한 곳씩만 돌아다녀보자. 소개하고 있는 곳이 정확히 53곳이니 딱 1년, 어느새 당신은 서울의 역사에 관한 한 전문가가 되어있을 것이다. 번잡하고 가볼 곳 없다는 불평은 그때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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