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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ㅣ 답사여행의 길잡이 15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엮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한국문화유산답사회의 공저인 [답사여행의 길잡이] 마지막권은 600년 수도 서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어쩌면 가장 필요한 책이 가장 마지막에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암사동 선사유적에서부터 삼국시대 토성을 거쳐 세계의 주요도시 중 하나로 자리잡은 서울이다. 1000만이 거주하고 있으며 2000만 수도권 인구의 중심지이기도 한 곳이다. 너무 비대하고 집중되어있어 탈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서울의 역사와 유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사는 이가 1000만 혹은 2000만 중 몇이나 될까. 사직단이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하던 곳인지, 세검정이니 압구정동이니 하는 지명이 어디에서 유래한지도 모르고 사는 우리다. 심지어 5대 도성이 무엇인지는 고사하고 그런 개념이 있는 줄로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잃어버린 역사를 파묻고 지내는 도시, 서울. 외국인들은 경복궁을 보고 인사동을 들른 후 이태원이나 신촌으로 빠진다, 끝. 주민들은 사무실과 자기 동네밖에 모른다, 끝. 이 동네 저 동네 집값은 알아도 문화유적은 경주에나 가야 있는 줄로만 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제대로 보존만 되었더라면 너끈히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도 남았을 4대문 안은 지금 비록 철저히 고층빌딩으로 윤색되어있지만, 수많은 유적들은 싸구려 상가건물에 밀려 혹은 사라지고 혹은 흉가처럼 방치되어있지만, 그래도 포기하기엔 너무도 아까운 역사도시가 서울이다.
잊은 기억을 되찾기 위한 첫걸음을 떼기에 이 책은 더 없이 좋은 안내서다. 고대 유적지에서부터 조선의 궁궐들을 지나 근대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역사를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하며, 기본적인 설명부터 자료사진과 관람안내는 물론 교통편과 주차시설까지 꼼꼼이 챙긴 실질적인 정보 때문에 그러하고, 본문을 보완하는 알찬 특집과 부록(총 70여쪽) 때문에도 또한 그러하다. 3명의 저자에 의한 공동저술은 과연 흠잡을 곳이 어디일까 곤혹스러워질 정도로 충실하기 그지없다.(유일한 흠이라면 사진이 모두 흑백이라는 점 정도일까?)
물론 경주도 좋고 부여도 좋다. 반만년 역사라는데 발길 닿은 어느 곳인들 유적지 아닌 곳이 있겠는가. 그러나 서울을 빼놓고 여기저기 찾아돌아다닌다면 로마 뺀 이탈리아 여행이요 아테네 뺀 그리스 여행과 다를 것이 뭘까. 등잔 밑이 어둡다고, 사람은 과연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을 지나치기 마련이다. "서울에 가보니 빌딩과 인파뿐, 뉴욕이나 도쿄하고 똑같더라"는 소감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외국인에게, 심지어는 같은 말을 하는 우리 자신과 우리 아이들에게 이제는 해줄 말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공부해야 한다. 이 책 한 권 들고 주말마다 한 곳씩만 돌아다녀보자. 소개하고 있는 곳이 정확히 53곳이니 딱 1년, 어느새 당신은 서울의 역사에 관한 한 전문가가 되어있을 것이다. 번잡하고 가볼 곳 없다는 불평은 그때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