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 애벌레 도감 생태탐사의 길잡이 2
손재천 지음 / 황소걸음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곤충도감은 참 만들기 어려울 것 같다. 우선 종이 너무 많다. 크지도 않은 한국땅을 돌아다니고 있는 곤충들이 자그마치 1만종이 넘는다니 한 권에 다 담기도 힘들다. 더구나 탈바꿈이라는 곤충들의 생리특성상 한 종이 전혀 다른 모습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사진을 찍어내고 싣는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안 그래도 서로 분간하기 힘든 종이 무척 많은데 거기에 애벌레 시기의 모습까지 가세하면 전문가들이라도 머리를 싸매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책이 나와 반가운 마음이 우선 든다. 아마도 한국 최초의 애벌레 도감이 아닌가 싶다. 400종에 가까운 곤충 애벌레들의 사진과 설명을 포켓판만한 자그마한 크기로 엮어냈다. 생태관련 서적을 이미 여러 권 낸 출판사답게 편집도 잘 되어있다.

하지만 여러 모로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실려있는 곤충의 대다수가 나방류다. 지은이가 이 분야 전공이라서이겠지만 [나방 애벌레 도감 + 알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편중은 일반적으로는 단점으로 받아들여질 듯하다. 또한 애벌레 시기라도 여러 번 모습을 바꾸는 종이 많은데 많은 수가 한 가지 모습만을 담고 있다. 초판의 경우 틀린 부분이 적지 않아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정오표를 반드시 확인해주어야 하는 수고도 추가로 요구된다.

이렇게 '일부만' 다뤘는데도 450쪽이 넘어가고 있으니 과연 어려운 분야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한계의 많은 부분은 이 책 자체의 것이 아니라 한국의 곤충연구 전체에 해당하는 사항일 것이다. 최초의 성과라는 점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가치가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나방 애벌레 쪽을 제외하고는 기대만큼 도움이 되지 않더라는 경험담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 같긴 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유 2007-08-21 0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벌레들만 모여있나봐요??

좀머 2007-08-2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애벌레 도감이구요. 성충의 사진이나 설명은 생략된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꿈꾸는 푸른 생명 거북과 뱀 - 심재한 박사의 파충류 이야기
심재한 지음 / 다른세상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파충류에 관한 몇 가지 상식문제: 살모사의 새끼는 이름 그대로 태어나면 어미를 잡아먹는다? 거북이는 알을 낳으면서 산고의 눈물을 흘린다? 백사는 정력에 최고다? 몸이 하얀 백사가 아니라 눈 쌓인 겨울에 돌아다닌다는 설상사가 진짜다? 장지뱀은 뱀의 일종이다? 독사에게 물리면 물린 부위를 열십자로 찢고 입으로 피를 빨아내야 한다? 모든 도마뱀은 육식성이다? 코브라는 피리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정답은 모두 '아니오'다(이 책에 의하면). 거북, 뱀, 도마뱀, 악어를 포함하는 파충류의 세계는 인간은 물론 포유류나 조류와도 너무나 달라 온통 낯설고 신기하며 혹은 징그러운 것 투성이다. 그만큼 오해도 많고 또 그만큼 알아가는 재미도 많다. 이러한 파충류의 세계에 대한 흥미진진하고도 친절한 안내서가 바로 이 책이다.

양서류에 관한 안내서인 [생명을 노래하는 개구리]의 뒤를 이어 나온 이 책은 앞권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를 목적으로 쓰였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쉽고 재미있다. 단순히 분류적 차이만 딱딱하게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한살이, 사람과의 관계, 기르는 법, 그들에 얽힌 옛이야기들까지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들이 담겨있으며 컬러사진도 충실하다. 한국의 파충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은 덕에 파충류 도감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딱 한 가지 단점이라면 2001년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최근 연구성과가 반영되어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만큼 양서파충류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는 반증인지, 불과 6년 사이에 몇 가지 종이 추가로 발견되었고 어떤 종은 다른 줄 알았는데 같은 것이었으며 어떤 종은 중요한 특징이 새로 밝혀지거나 수정되었다. 이런 사실들은 보다 풍부한 사진자료와 함께 현존 유일의 양서파충류 겸용도감인 [주머니 속 양서.파충류 도감](황소걸음)에 모두 반영되어있으니 가급적이면 함께 구비하시기를 권한다.(그러나 전반적인 설명은 역시 도감만으로는 안된다.)

'다른세상'에서 나온 동식물 안내서들이 한결같이 좋다. 이유미 박사의 [한국의 야생화]야 충분히 유명하고, 포유류 안내서인 [저 푸름을 닮은 야생동물], 한국 조류학계의 대부인 원병오 박사의 [날아라 새들아]도 좋다. 도감만으로 채워지지 못하는 다양한 정보와 재미들이 가득하며, 나아가 같은 류의 다른 출판물을 (아이들용이 아니라 중고생 이상 성인용으로는) 찾아보기도 어렵다. 적어도 더 나은 새 책이 나올 때까지는 하나같이 권할 만한 좋은 책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머니 속 양서.파충류 도감 생태탐사의 길잡이 5
손상호.이용욱 지음 / 황소걸음 / 200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태답사를 위한 책에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는 모양이다. 꽃도감, 새도감, 곤충도감은 제법 되지만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딛을라치면 선택의 여지부터가 대폭 줄어든다. 전공연구자를 위한 난해하고도 묵직한 자료들을 제외한다면 일반인들로서는 구할 수 있는 책 자체가 얼마 되지 않는다. 양서류와 파충류 역시 마찬가지다. 심재한 박사가 낸 책 두 권(양서류 해설서인 [생명을 노래하는 개구리]와 파충류 해설서인 [꿈꾸는 푸른 생명 거북과 뱀])을 제외하면 당장 떠오르는 게 잘 없으며 이마저도 시중에서 절판되어가고 있는 중이다.(제발이지 책 한 가지가 나오면 한 10년은 안정적으로 유통되었으면 좋겠다. 책이 무슨 일회용품인가, 댄스뮤직인가.)

그러던 중 이 책이 나와주었다. 힘겹고도 뚝심있게 격월간 [자연과 생태]를 발간하고 있는 황소걸음 출판사의 '주머니 속 ~도감' 시리즈 중 한 권인데, 그 중에서도 이 책의 발간은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었다. 과연 기대대로 내용도 알차다. 채 200쪽이 되지 않는 분량에 책 크기도 제목처럼 코트 주머니에 쏙 들어갈 만큼 자그맣지만 전혀 허물이 되지 않는다. 이 땅에 사는 양서파충류의 종류가 원래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그 안에 집어넣어놓은 내용은 다부지기 짝이 없다. 양서류와 파충류 각각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 이 땅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종에 대한 낱낱의 소개와 충분한 양의 사진(종별로 이렇게 풍부한 사진을 제공하고 있는 도감을 그 동안 보기 어려웠다), 최신연구성과의 충실한 반영,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건강한 관점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앞으로 당분간 이 책을 능가하는 일반인용 양서파충류 도감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가격과 분량도 전혀 부담없는 수준이니 더욱 서슴없이 추천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버섯을 겪는다
조덕현 지음 / 한림미디어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버섯박사로 유명한 저자의 버섯 해설서 겸 약식 도감이다. 이러저러한 동식물 도감과 해설서들이 요즘 꽤 많다. 새, 꽃, 나무, 곤충, 거미, 민물고기, 바닷물고기, 양서파충류, 포유류... 그러나 그 어디에도 들어갈 수 없는 '신세'인 버섯 쪽의 몇 안되는 책을 검색해보면 대다수가 이 저자의 것임에 놀라게 되는데, 그만큼 평생 한우물만을 파왔다는 얘기같아 일단 신뢰가 간다.

출판사의 [나는 ...(한)다] 시리즈 중의 하나인 이 책은 버섯에 대한 해설서와 약식 도감을 겸하고 있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남북한을 합쳐 그동안 확인된 버섯의 종류가 무려 2000가지라고 하니 이쪽 역시 만만한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대형도감 하나가 고스란히 필요한 이 숫자가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그저 부담일 뿐인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그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종 100여가지와 버섯에 대한 일반적인 안내서 정도면 충분한 것이며 기왕이면 그마저도 한 권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없을까 꾀를 굴리게 되는 것인데, 무슨 수로 알았는지 이 책은 그런 바램에 정확하게 부응하고 있다.

전체분량의 1/3 가량을 버섯에 대한 일반적 해설에, 나머지를 110종의 국내 자생종 버섯에 대한 도감식 안내에 할애하고 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은 전혀 어렵지 않고 풍부한 컬러사진과 그림이 본문을 충분히 돕고 있기도 하다. 식용버섯인지 독버섯인지, 돋아나기 시작할 때와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버섯을 식별할 때 가장 곤란을 겪는 지점이다), 언제 어떤 곳에 가면 만날 수 있는지 등이 질서정연하게 잘 정리되어있다. 도감 부분의 순서를 버섯이 나는 장소별로(숲 속, 풀밭 등) 1차분류해놓은 것도 찾아보기에 참 편한 방식이었으며, 물론 이름별 목차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 책 덕에 버섯에 대한 부분은 일단 한시름 놓았다. 전문적으로 하는 분이 아닌 한 이 한 권만으로도 큰 아쉬움은 느끼지 않으시리라 생각한다. 동물로도 식물로도 분류되지 않아 오롯이 별도의 자료가 필요했던 영역인데 안성맞춤으로 잘 채워주고 있어 흐뭇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박이 곤충기
김정환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유용한 곤충도감인 [곤충 쉽게 찾기](2005, 진선), 이 책의 앞권이라고 할 만한 [곤충의 사생활 엿보기](2001, 당대) 등을 낸 저자의 또다른 책이다. 고스란히 [곤충의 사생활 엿보기]의 후속작으로 볼 수 있다. 해설서 형식이며, 중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라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도 흥미진진하며, 자연과학 책이면서도 서정성을 놓치지 않고자 애쓴 점, 잘 찍은 컬러사진이 듬뿍 들어가있는 점 등 모든 면에서 연장선상에 있다.

다른 것은 내용이다. 두 책을 펼쳐놓고 대조해보면 목차에서부터 거의 겹치는 부분이 없다. 본문 중에 가끔 가다 반복되는 이야기도 있으나 불가피한 정도이고, 등장하는 곤충의 종류 자체가 거의 다르기 때문에 겹치려 해도 겹치기 힘들다. 하기야 곤충류는 워낙 종류가 많으니 세 번째, 네 번째 후속작이 나온다 해도 전혀 이상할 일은 없을 것이다.

심심풀이용으로 읽어도 좋을 정도로 내용은 흥미롭다. 어떤 종의 구조가 어떻게 생겼고 저떻게 구분되고 하는 분류학이 아니라 다른 생물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이야기하는 생태학적 내용이므로 어렵거나 따분할 염려가 적은데다 곤충의 생태란 게 워낙 포유류, 조류 등과는 다르다보니 놀랄 거리가 많다. 더구나 이 책의 등장곤충이 하나같이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들이라는 점을 상기하고 나면 리얼리티는 배가된다.

더 이상 풀숲을 걷다 마주치는 벌레들을 징그럽거나 해롭거나 하찮은 것 따위로 여길 수 없게 만들어주는 것은 이 책의 커다란 미덕이다. 전혀 '자연과학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문장과 볼 만한 사진들이 이러한 인식전환을 친절히 도와준다. 추천할 만한 곤충 해설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