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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눈물 ㅣ 산하어린이 9
권정생 / 산하 / 199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눈이 노랗고 털빛도 노란, 돌이 토끼는 산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돌이 토끼는 산토끼인 셈이죠. 어느 날 돌이 토끼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칡넝쿨이랑 과남풀이랑 뜯어 먹으면 맛있지만 참말 마음이 아프구나. 뜯어 먹히는 건 모두 없어지고 마니까.' 돌이토끼는 중얼거리면서 하얀 이슬이 깔린 산등성이로 뛰어갔습니다.
"하느님, 하느님은 무얼 먹고 사셔요?"
어두운 하늘에서 부드러운 음성이 들렸습니다.
"보리수 나무 이슬하고 바람 한 줌, 그리고 아침 햇빛 조금 마시고 살지."
"어머나! 그럼 하느님, 저도 하느님처럼 보리수 나무 이슬이랑, 바람 한 줌, 그리고 아침 햇빛을 먹고 살아가게 해 주셔요."
"그래, 그렇게 해주지. 하지만, 아직은 안 된단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너처럼 남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이 오면, 금방 그렇게 될 수 있단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 가요?"
"그래, 이 세상 사람 모두가."
하느님이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는데도 사람들은 기를 써 가면서 남을 해치고 있구나."
돌이 토끼 얼굴에 물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렸습니다. 하느님이 흘린 눈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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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에 살았던 돌이 토끼는 단순한 한마리의 짐승이 아닌,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이 땅에 온 귀여운 동물이었다. 돌이 토끼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이 세상에 있는 작은 들풀하나라고 마음대로 상하게 하지 않고, 아끼고 그들을 위해 아파했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돌이 토끼의 고운마음을 보면서, 이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고 험하고 사람의 목숨을 파리목숨보다 못하게 여기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세상 어딘가에는 생명을 사랑하는 들꽃같은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들꽃같은 마음....
들꽃은 몰래숨어서 피지만 지나가는 나그네의 눈을 아름답게 해준다. 어느 산 길모퉁이에서 맡은 들꽃향기로 인해, 지치고 외롭던 사람이 삶의 힘을 얻고, 포기하고 낙심하던 사람이 작은 희망을 느끼고 다시금 그에게 주어진 인생의 오솔길을 걸어갈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나도 그런 들꽃같은 마음을 가지고 싶다.
2008. 7. 5. 아침을 열면서. 잎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