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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네 한솥밥 ㅣ 민들레 그림책 8
백석 지음, 강우근 그림 / 길벗어린이 / 2006년 11월
평점 :
옛날 어느 곳에 개구리 하나 살았네
가난하나 마음 착한 개구리 하나 살았네.
하루는 이 개구리쌀 한 말을 얻어오려
벌 건너 형을 찾아 길을 나섰네.
이렇게 시작하는 개구리이야기에 아이들이 귀를 쫑긋세운다. 개구리도 가난하다는 것이 신기하고, 형을 찾아 가는 것도 신기한 모양이다. <살았네>로 끝나는 리듬감도 재미난 모양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다보면, 아이들의 반응에 따라 나도 절로 신이 난다.
개구리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가 봇도랑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도랑으로 가보니
소시랑게 한 마리 엉엉 우네.
소시랑게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소시랑게야, 너 왜 우니?"
형을 찾아 나선 개구리이건만 길을 가다 울고 있는 소시랑게를 만난 것이다. 아이들은 이 때부터 개구리가 소시랑게에게 어떻게 해줄 것인지 점점 궁금해지는 것이다. 만약 개구리의 행동이 자기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에이~" 하고 실제 인물이 아닌데도 동화 속의 개구리에게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발을 다친 소시랑게를 도와주고 발을 고쳐주는 모습에 아이들은 참 잘했다는 표정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다음이야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두번째로 개구리가 '방아깨비'를 만났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 때 부터 아이들은 이미 짐작을 하고는 이번에는 또 누구를 만났을 까 바짝 기대하며, 흥미진진하게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어떤 친구를 만나든지 개구리가 다 도와주고 고쳐주리라는 것을 1.2학년 아이들도 이미 짐작하는 것이다.
우리들의 개구리는 그 후에도 길을 계속 가다가 '쇠똥구리', '하늘소', 개똥벌레' 까지 고쳐준다. 아이들은 역시 개구리는 착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친구들을 도와주느라 형네 집에 갔다 왔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물어 개구리는 쌀 대신 벼 한말을 얻어 지고가는데, 쓰러지고 넘어지며 고생을 하게 된다. 딱한 사정이다. 아이들도 순간, 남을 도와주다 저렇게 캄캄해지면 어떡하지? 살짝 고민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구리가 길은 멀고, 밤은 깊어 눈 앞이 캄캄하여 걱정하고 있을 때, '개똥벌레' 한마리가 날아와 등불을 밝혀준다. 역시 은혜를 베풀면 자신에게도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하늘소'도 나타나서 도와주고, 처음에 만났던 동물들이 다시 하나씩 등장하여 도와주는데, 이번에는 누가 나타날지 어떤 동물이 무엇을 도와줄지 아이들은 다시 궁금해하다가 마지막에 소시랑게가 거품 지어 흰밥 한솥을 짓고,(이 대목 때문에 새학기에 3학년이 된 울 막내는 소시랑게의 역할이 제일 잘한 것 같단다. 물론 공동체에선 한사람 한사람의 역할이 다 소중한 것이다.) 지금까지 만난 동물들이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는 장면을 볼 때는 아이들은 정말 흐뭇해하며, 밥상 공동체의 의미를 배운다.
서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고, 은혜를 베풀고 은혜를 갚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에 대해, 그리고 함께 하는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 짧은 동화 속에서 아이들은 지혜를 배워가는 것이다.
이런 동화를 아이들과 또 나누고 싶어 나는 아이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동화책을 읽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