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정의 기판이 푸른도서관 34
강정님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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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삐언니의 작가 강정님 선생님의 마음의 고향 이야기인  <밤나무정 기판이>를 읽고
나는 오래도록 책이 주는 여운 속에 잠겨있어야했다.


마치 한편의 잊지못할 긴 영화를 보고 난 듯한 감동이었다.
작가의 시대적배경과 밤나무정에 대한 묘사도 뛰어나지만,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에도 탁월하고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직접 옆에서 듣고 있는 듯한 점이나  특히 우리의 토속적인 민속 풍습에 대해 너무 잘 표현한 점은 아이들이 그냥 읽고 넘긴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국어책에 수록하거나, 영화로 제작하여 오래도록 남겨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었다.

어린이전문출판사인 푸른책들에서 나온 푸른도서관시리즈 중 하나인 이 책은 두께로 봐서는 초등고학년이 읽을 만 하다고 생각지 모르겠으나,  중, 고등학생 정도의 청소년이 읽어야 적당할 것 같다. 왜냐하면 전라도 사투리가 너무 적나라하게 나와서 대부분은 알겠지만 어른인 나도 어려운 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동화책에서 사투리가 빠져버린다면  그건 재미없는 일일 것이다.


’밤나무정’ 이란 마을은 이름도 순박하고 예쁘지만, 정말 이곳에는 우리네 고향 분들 같은 순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기판이와 친구들 조차 개구장이들이긴 하지만,  티없이 솔직한 모습들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밤나무정에 살던 기판이가  타향을 떠돌다가 칼에 맞아 집으로 돌아와서 불쌍하게 죽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판이의 불행한 일생은 어디서 부터 시작되었는지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잔뜩 안긴채...

기판이 아버지 남섭씨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의좋은 형제였던 장섭이, 남섭이, 평섭이가 어린시절 산에 나무를 하러 가던 이야기며,  병든 노인을 극진히 보살핀 이야기며, 특히 남섭씨의 착한 성품은 노인에게 지극정성이었다. 그들은 힘도 세고, 기골이 장대하여 동네 일도 척척 해냈으니, 그런 형제는 착하게 농사짓고 행복하게 인생을 살다가 평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를 잘 만나야 한다고, 남섭씨의 불행은 어쩌면 아내인 <안골댁>으로 인해 싹튼지 모르겠다.  안골댁의 욕심으로 형제들과 사이도 나빠지고, 안골댁의 빗나간 자식사랑으로 기판이는
마마보이처럼 자라는 것이다.  안골댁처럼 오늘 날에도 자식을 자기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어하는 엄마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찔리고,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일까? 생각을 많이 하며 읽었던 대목이다.

안골댁은 기판이가 세상을 판치며 살기를 원했기에 <판철이>라고 이름도 바꿔불렀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기판이도 자전거 사건으로 인해 소주병으로 머리를 맞고 나서는 정신이 온전치 못하게 되어 자신이 판철이가 된 듯 행동하는데,  안골댁은 비록 정신이 온전치 못해도 그런 자식의 모습이 좋기만 하니, 한참 잘못된 생각인 가진 부모인 것이다.  

보살의 손에 의지해서  기판이를 구해보고 싶었으나, 결국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칠성파라는 깡패조직까지 흘러 들어갔다가 억울하게 칼에 맞고 집에 돌아오는 기판이.....
그런 기판이를 죽게한 것은 극성스런 어머니 안골댁이였을까? 아니면 주변을 둘러싼 환경이었을까?

195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한 순박한 한 소년이 환경에 의해 어떻게 변해가는지,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지 담담하게 마치 한 편의 인생드라마처럼 그린 밤나무정의 기판이 이야기를 읽으면 왠지 오늘 날에도 기판이처럼 그렇게 환경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되는 소년은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기판이의 누이가 좀 더 기판이와 함께 했더라면...
광주에서 만난 아이 옥남이가 좀 더 기판이 옆에 있었더라면....
기판이의 인생은 좀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얼마전....
내 아이가 어릴적 살던 동네에 함께 학교에 다니던 아이 엄마로 부터 전화가 왔었다.
아이에게 그렇게 지극 정성으로 대해주며,  아이공부를 위해서 학원이란 학원을 두루 보내주고,
급기야  졸업을 얼마 앞두고, 학군 좋은 곳으로 전학까지 불사하던 그 엄마의 아이가 어느 날인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이야기였다.  좀 더 아이한테 잘해줄 걸 하고 흐느끼던 그 엄마를 보면서...
참 마음이 짠해왔다.  그 엄마는 아이에게 좀 더 자유를 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 것 같았다.

기판이를 읽으면서 문득 그 아이 생각이 났다.
다음주에는 그 아이가 있는 병원에 꼭 한번 들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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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바람 2010-01-16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50년대에도 빗나간 자식사랑을 갖은 어머니가 있었군요.너무 불행한 최후네요.늘 가지게 되는 질문인데... 어머니의 진정한 사랑은 무엇일까요? 어려운 문제죠.안타깝네요.

잎싹 2010-01-18 23:20   좋아요 0 | URL
정말 안타까운 이야기에요.
엄마들은 한번 쯤 읽었으면 좋겠어요.~~

같은하늘 2010-01-18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 이야기네요. 저도 보아야겠어요.
참!! 지난 토요일에 책 받았어요. 감사합니다.^^

잎싹 2010-01-19 11:09   좋아요 0 | URL
잘 받으셨네요. 안그래도 궁금했는데요.
즐.독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