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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의 이별 선물 - 아이에게 죽음의 의미를 따뜻하게 전하는 그림책 ㅣ I LOVE 그림책
수잔 발리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3월
평점 :
얼마 전에 보물창고에서 나온 유아들의 우울증을 다룬 수준높은 책인 <오소리가 우울하대요>를 읽으면서 처음 오소리를 만났다. 귀려운 오소리는 우울증에 걸렸으나 친구들의 도움으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다. 막내와(9살) 함께 읽으면서 막내도 오소리가 꽤 마음에 남았나보다. '오소리의 이별 선물' 책을 보더니 "엄마, 또 그 오소리이야기예요?" 하더니 집어가서 단번에 읽는다. 조금 읽다가는 못내 섭섭한 모양이다. "엄마, 이젠 오소리가 죽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어요. " 아무래도 오소리를 만난지가 얼마되지 않았는데, 벌써 오소리가 죽는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사실 나도 개인적으로 좀 섭섭(?)했다. 수잔빌리님이 쓰신 '오소리의 이별선물' 은 표지를 보니 <마더 구스상> 수상작품에 빛나는 명작인 것 같고, '아이에게 죽음의 의미를 따뜻하게 전하는 그림책' 이란 딱지에 왠지 보통책은 아닌 것 같은데.... 나역시 아이처럼 오소리의 이야기를 더 많이 읽고 싶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이의 섭섭함을 달래주고자 책을 읽어주었다.
사실 이 책에서는 오소리의 죽음부분을 많이 다루지는 않는다.
"오소리는 누구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나 도와주었기 때문에, 모두들 그를 믿고 의지했어요. 오소리는 나이가 많아서 모르는게 거의 없었지요. 오소리는 자신이 너무 늙어서 이제 죽을 때가 가까워졌다는 것도 알았어요. ... 중략."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고, 오소리가 친구들에게 자신이 머지않아 긴 터널을 지나갈 것이라는 말로 죽음을 걱정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있으며, 오소리 자신도 죽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만큼 오소리가 아름다운 인생, 후회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도 오소리처럼 이런 두려워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어야겠지. 오소리는 친구들이 달리기를 할 때도 자신의 늙은 다리로는 더 이상 달릴 수 없기에 흐뭇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던 오소리는 밤이 되어 달님에게 인사를 하고, 추운 바깥세상을 가려주는 커튼을 치고, 편지를 쓰는 것으로 죽음을 준비하고, 아주 멋진 꿈을 꾸는 것으로 오소리가 친구들과 이 세상과 이별하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예전과는 전혀 다르지만 멋진 꿈을 꾸는 것으로....
꿈속에서 오소리는 매우 긴 터널을 기다고 있었는데, 그 때는 다리도 튼튼해지고, 지팡이 없이도 걸어갔으며, 자유로움을 느꼈다. 이 짧은 이야기로 끝난 오소리의 죽음보다 동화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 오소리의 죽음 후의 친구들의 반응이고, 뒷이야기이다.
우리도 누구나 한 번쯤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아이와 함께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보며, 한번 쯤은 궁금해서 질문을 던질 우리 아이들에게 죽음의 의미를 따뜻하게 전해줄 수있는 그림책이다. 누구나 한번은 죽는 것이지만 후회하는 죽음을 하지말고, 세상에, 이웃에 , 친구나 가족들에게 뭔가 아름다운 영향력을 주고 떠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오소리의 친구들을 오소리를 그리워했다. 가장 친하던 두더지(우울증에 걸렸을 때 제일 많이 곁에서 위로해주던...) 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며, 오소리가 자신에게 가위질을 배워주는 일을 회상했다. 개구리는 스케이트를 배워주던 일을, 여우는 자신에게 넥타이 매는 법을 가르쳐주던 오소리를, 토끼부인은 생강빵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던 일을.....
이렇게 친구들의 기억 속에 오소리는 언제나 남을 위해 도움을 주던 멋진 친구였다. 오소리의 이별선물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 선물은 다른 이에게 전해질 때마다 더욱 특별해지곤 했다. 따스한 봄이 되면서 오소리로 인해 슬퍼하던 친구들의 슬픔도 눈 녹듯이 사라지고 모두들 오소리에 대한 고마움만이 남았다.
아이에게 짧지만 따뜻하고 정겨운 한 권의 동화를 읽어주며, 아름다운 오소리의 이별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 동물들도 모두 죽는거지?" 하고 말하던 우리 아이가 오소리의 아름다운 이별을 얼마나 잘 이해했을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을테지....
그리고, 잠시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거창한 업적을 이루는 생애가 아니더라도 후회없는 삶을 살아 오소리와 같이 이웃에게 잔잔하고 따스한 기쁨을 줄 수있는 사람이 될 수있으면 얼마나 좋을까고, 먼 후일 나를 기억하는 친구들이 나로 인해 행복했다고 고백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