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나한테 묻는다.

넌 꼭 내가 내리는 소리만 들은면 그러더라.”

내가 뭘?”

뭔가 없던 일도 생각하고 그러잖아.”

없던 일?”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도 꼭 일어난 일인 것처럼 생각하고 눈물짓고, 웃고 그러잖아.”

니가 일어난 일인지 일어나지 않은 일인지 어떻게 알아?”
알지 난 다 봤잖아.”

넌 본 게 다 기억이 나?”
그럼. 네가 소리지르는 것도, 울부짓는 것도 영상과 함께 뇌리에 남아있다고.”

비한테 무슨 뇌리 같은 게 있겠냐 싶긴 하지만 그렇다고 우긴다면야... 여튼 난 그래.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타닥타닥 내리던 니 소리를 들으면 묘한 생각이 나. 옛날옛날 집에서 혼자 자고 있는데 말이야 어쩌다가 잠이 깼단 말이야. 완전히 정신이 깨어난 건 아니지만, 잠자는 것도 아니고 몽롱한 상태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거. 그런데 한 밤중이라고 하기에는 좀 심한 여명 비스무리한 것이 비쳐들고 있었지. 물론 눈은 감고 있었는데도 그게 느껴지더라구. 그런데 갑자기 타다닥타다닥그런 소리가 들리는 거 있지?"

 

쥐가 달리는 소리 같은 거 아니고?

 

그때 내가 살던 곳이 그나마 지은 지 별로 안 된 새 건물이었거든?

 

넌 새 건물에는 쥐가 안 산다고 생각하나 보지? 안 그렇거든?

 

여튼 말 자르지 말고. 쥐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많다 보니 쥐와 관련된 소리는 내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그 소리는 쥐와 같은 끔찍한 동물의 소리가 아니라 뭔가 새로운 소리였다고. 그렇다고 밖에 비가 내리는 것 같지는 않았어.

 

그건 또 어떻게 확신하누?

 

집 앞에 팔차선 도로가 있었는데 비가 오면 그 도로와 차 바퀴의 마찰 소리가 평소와 달리 들리니까.

 

 

잠에서 깬지 얼마 안 되었다면서 그러 건 다 구분이 간 모양이네.

 

여튼 그런 타다닥거리는 소리가 연거푸 들리길레 몸을 일으키고 둘러봤지. 그런데 도통 그런 소리가 들릴 때가 없더란 말이지. 혼자 살던 오피스텔이라고 그래봤자 한 눈에 다 들어오는 공간이라서 둘러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긴 했지만. 그래서 다시 잠자리에 눕는데 타다닥소리가 또 들린단 말이지. 잠을 완전히 깨기는 싫어서 불은 켜지 않고, 정신을 온전히 차리고 싶지는 않은 마음 속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그냥 잤잖아.

 

그럼 그 소리는 뭐래.

 

그때는 그냥 잠결인가, 꿈인가 보다 합리화 시키고 잊어버렸거든. 근데 얼마 뒤에 대낮에 그 소리를 다시 목격했잖아.

 

목격하다니.

 

들었다고 하기엔 아쉬운 면이 있거든. 책상위를 문득 바라보고 있는 찰나에 컴퓨터 모니터 옆에 있던 숯이 눈에 들어오더라구. 그런데 그 숯이 타다닥 하고 소릴 내는 거야. 습기를 빨아준다고 해서 집에 가져다 둔 거였는데 있는 듯 없는 듯 먼지만 쌓여가는 게 불쌍해서 어딘가 보고 들은 바 대로 물뿜기로 물을 조금씩 뿌려주다가 잊고 있었지 뭐야. 고것이 자기 건조하다고 물 달라고 외치고 있더라구. 타다닥 타타탁. 이 좁은 공간에서 빨아들일 물기도 없이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었던 게야. 옷장 속에 하마는 물을 주구장창 먹어대는데 요건 왜 물이 없다고 타닥타닥거리는지. 여튼 눈으로 보는 것보다 소리로 기억되는 일상들이 있는데 비도 그런 것 같아. 물론 냄새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물이 도로 바닥에 닿는 소리도, 차 바퀴에 깔려 굴러가는 소리도 난 좋더라. 깔리는 입장에서 어떨지 몰라도. 그래서 난 니가 차암 좋다구.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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