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왈칵 눈물을 쏟게 만드는 구절이 있다.

그녀의 글에는.

현실을 지적하는 지당한 말씀만을 읽고 있다 보면 가슴이 쩍쩍 갈라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촉촉한 수분이 필요하기 마련이고 그럴 때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책이 있기 마련이다.

마침 곁에 있어 고마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쩍쩍 갈라지는 가슴이 온전한 수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여유로운 시간이 아니라 공간이 필요하다.

여유롭지 않은 순간에도 쉬는 시간을 만들 수는 있으나

편안하고 한적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 공간을 오늘 드디어 발견했다.

온전하진 않지만 한적하게 시선을 차단할 수 있는 구석탱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열악한 그 곳에서 책장을 넘기는 순간

후두둑이 아닌 주르륵 흐르는 난감한 눈물.

가려진 저 너머에 혹 소리가 새어나갈까봐 꾸욱꾹 울음소리를 눌러서 음소거한 상태로 잠깐 울었다.

대성통곡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어 끄윽끅만으로 만족했다.

울음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크게 나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벽 너머의 소란에 다행히도 묻혀버렸다. 고맙게도.

소란스러움이 짜증스러워 피해 왔는데 당황스러움 덕분에 소란함이 고마워지는 순간.

세상은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구나 또 한 번 느낀다.

차분차분, 조근조근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작가의 목소리에

내가 왜 위로를 받았는지...

마음이 촉촉해져서 이제 조금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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