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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첫정은 무섭다.
난 '미나토 가나에'를 <고백>이란 소설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책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화악 빨려들어가는 나를 나도 어찌할 수 없었다. 일을 하느라 잠깐 잠깐 손을 놓긴 해야 했으나, 일이 끝나기 바쁘게 책장을 들추는 내 모습을 보고 나의 동료들도 그 책을 마구마구 읽기에 바빴다. 숨가쁘기도 하고, 반전이 있으려나 기대가 되기도 하고, 도대체 이런 흡인력의 정체는 무엇일까 순간순간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일본 추리소설이 한창 번역되고 있었지만 '온다리쿠'의 학원물과도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물과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릴러풍과도 다른 이 추리의 장르는 뭘까 싶어 열심히 읽었다. 물론 끝까지 재미를 느끼면서 읽었다.
이게 내가 미나타 가나에에게 가진 첫.정.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책이 번역되는 족족 읽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고백하듯이 서간체로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어째 반복되는 듯이 보이기도 하고 <고백>이 워낙 강렬하여서 감동도 조금씩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앞으로 '미나토 가나에'의 책은 더이상 읽지 않을 테야라고 말하기에는 미련이 남았다. 언제든지 새롭고 강렬한 이야기꾼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인물이라 믿으니 말이다. 그런데 <야행관람차> 이후로 그녀의 책을 사서 보지는 않기로 결심했다. 당분간은. 그러다가 나온 신간 '모성' 역시나 고백체의 문투에 새로운 모성을 조명할 거란 기대. 서점에서 잠시 서서 읽다가 내려놓아도 별로 아쉽지는 않았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발견. 읽기 시작.
역시 빌려읽기를 잘 한 것 같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지만 나는 별로였음을 밝힌다.
환절기에 자꾸 쓰러져 자기 바쁜 와중에 '위화'의 <제7일>을 읽고 다음으로 손에 든 <모성>이었다. 그런데 불현듯 이 책이 별로였다는 것을 나에게 기억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 아쉽다. 재미있고 흥미로워 나의 피로를 날리면서 나를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과 같은 책을 만나고 싶은데...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려는 날씨에 날 뜨겁게 해 줄 책이 나에게 다가왔으면 싶다. 사족으로 말하자면 그나마 '위화'의 <제7일>이 읽기엔 훨씬 나았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