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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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유시민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딱히 싫을 이유도 없지만 그냥 마음에 쏙 들어오는 사람은 아니란 뜻이다. 그런데 그의 글은 마음에 든다. 그가 추천하는 책은 읽고 싶어지고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들을 것만 같아서 참 좋다. 글이 좋아 사람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고 사람이 좋아 글이 좋아지는 경우는 있으나 글은 좋은데 사람이 싫은 경우란... 참 난감하다. 그건 아마도 그가 단순한 글쓴이가 아닌 정치인이었고 토론 진행자였고 이곳 저곳에서 얼굴을 볼 수 있는 사람이며 여기 저기에서 말을 쏟아내는 사람이라서 그런 듯하다. 글을 보며 글을 쓴 사람을 상상하고, 나름대로 나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면서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시민의 인지도는 그것을 차단시켜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의 글을 꾸준히 읽는다는 것은 그의 필력이 뛰어나다는 데서 원인을 찾아야 할 테다.

그런데 이번 책은 별로였다. 그동안 그가 써온 것과 약간은 다른 분위기의 내용이었다. 정치인이란 직업을 벗어던지고 자기가 할 일을 분명히 알았다는 홀가분함과 즐거움과 아쉬움은 알겠는데 그걸 시종일관 이야기하고 있다는 게 독자로서는 지루했다. 에세이의 장점이자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나서 심심했다. 유시민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옳고, 바르고, 좋은 말인 것은 알겠는데 자꾸 그래서 뭐?’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이제껏 자신이 걸어온 행보를 돌아보며 힘들었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하겠고, 그가 연대를 주장하는 마음도 알겠는데 그게 끝이다.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도 존중하고 싶고, 유언스러운 말도 감동스러울 만도 한데 시종일관 이 책을 구입하지 않고 빌려서 읽었다는 것에 만족스러웠다.

그렇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긴 했다. 뭔가가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뭔가가 없어서 허전했다. 그래서 아마도 다음에 그가 또 책을 낸다면 그때는 그가 하고자 하는 얘기가 또 있을 것 같아서 또 읽을 것 같긴 하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책 속의 글귀 하나.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소설도, 영화도, 연극도 모두 마지막이 있다.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크게 달라진다.

어떤 죽음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진다.‘

유시민이 시종일관 말하는 것 중에 하나, 우리가 알고 있으나 외면하고 싶어하는 사실,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 사실’. 그런데 그가 말한 것처럼 생의 결말이 지닌 모습에 따라 우리 모두의 삶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그의 글 덕분에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생각했으니 이 책을 읽은 것이 헛되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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