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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미스터 디킨스 - 한국 작가 9인의 찰스 디킨스 테마 소설집
김경욱 외 지음 / 이음 / 2012년 12월
평점 :
내가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작가진이 화려하기 때문이었다. 일단 최제훈과 김중혁, 김경욱이 날 사로잡았고 하성란이 끌렸으며 그리고 나머지 잘 알지 못하는, 가끔 듣기만 하고 접해 본 적 없는 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렘. 단연코 망설임 없이 장바구니에 담아버렸다.
글쎄... 읽고 나니 우선 찰스 디킨스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만화로 봐서 너무 익숙해진 그의 작품들을 몸소 확인해야겠다는 맘이 들었다랄까? 영어까지 잘 한다면 원서로 읽고 싶은 마음 굴뚝이나 그건 아무래도 이생에선 불가능할 듯 하고. 여튼 한글 번역판이라도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하성란 작가의 이야기는 잔잔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미드 프린지가 생각나기도 하고,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이라는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김중혁. 더이상 말이 필요없는, 내가 즐겨읽는 독특한 시선의 작가. 능수능란한 말재주가 사람을 현혹시키는 작가.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날 현혹까지 시키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실망한 것은 아니고. 기대가 컸달까?
배명훈. 과학적 지식(?)과 함께 그의 상상력이 맘에 든다. 그렇지. 저럴 수도 있겠구나. 저런 생각이? 등등의 단상을 가지게 되었다. 다음에는 그의 단독 작품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
백가흠. 이건 뭐랄까? 짜증나는 한 사람의 등장이 나를 사로잡았는데 그래도 좀더 짜증스럽게 그를 그렸으면 싶은 아쉬움이 남는달까? 여튼 앞으로가 궁금해지는 작가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박솔뫼. 어렵다. 꿈인듯 아닌듯. 의식의 흐름기법인 양 나에게 난해했다.
박성원의 소년. 이 작가가 궁금해지려고 한다.
윤성희. 중간중간에 나오는 문장들이 드문드문 기억이 난다. 여고 정문 앞에서 아침마다 지각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던 중년 아줌마 둘에 대한 이야기가 뭔지 모르게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다가올 미래여서일까나?
최제훈. 우리나라에도 이런 추리소설이 있다는 게 뿌듯하다 생각하게 만들었던 작가. 역시나 여기에서도 그의 글발이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신간치고 읽는 속도도 기대감도 시들해질 즈음 그의 글로 모든 것을 위로받았다. 좋았다. 어여 장편을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
김경욱. 좋았는데 어둡고 최제훈 작가의 뒤에 있다보니 최제훈에게 눈 멀어버린 내가 심드렁해져버려 작가에겐 미안.
여튼 오늘 나는 이 책을 읽고 최제훈 글만 머릿속에 오롯이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