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양장)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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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문학이라. 솔직히 책을 연령별로 분류하는 것을 나는 별로 탐탁히 여기지 않는다. '토지'를 청소년이 읽고 이해하기 쉽게 다른 말로 바꾸어 낸 사실도 참으로 속상하다. 아이들이 읽어야 할 것을 어른들의 기준으로 재단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충격적인 영상이나 보지 않아야 할 처참한 장면이 있다면 꺼려지기 마련이긴 하나 자고로 삼류 잡지가 아니라 문학작품에서 등장하는 그러한 장면은 나름 등장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요네하라 마리란 일본 작가의 말에 따르면 어린 시절에 보았던 책속 성인물(?)은 성교육에도 도움이 되었다지 않는가. 그렇기에 나는 유아들이 보는 동화, 어린이들이 보는 어린이 도서, 청소년들이 보는 청소년 문학이란 이름이 영 탐탁치 않다. 모든 연령대가 모든 작품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요즘 들어 딸아이 덕분에 보게 되는 동화는 내용이 정말 감동적이다. 왜 이런 세상을 놓쳤을까 싶을 정도로 무릎을 치게 만드는 작품들이 한 둘이 아니다. 좋은 책은 읽으면 읽을 수록 깊은 맛이 나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맛이 느껴지게 마련인 모양인지 요즘들어 다른 시각으로 그러한 작품을 다시 읽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다양한 책을 기웃거리고 있다. 유아에 대한 책부터 시집, 시사서적, 과학서적, 추리소설 등등. 흥미로운 부분도 있고, 나의 지식이 일천하여 이해가 안 가는 책도 태반이다. 책에 대한 욕심이 많아 쌓아두고 벌여두고 읽지 못한 책 역시 무더기다. 그러나 사람과의 만남처럼 책과의 인연도 따로 있는 모양이다. 책을 살 당시에는 손이 가리라 생각했음에도 책무더기에 깔려 있던 책들, 우연히 무너진 책 더미 사이에서 난데없이 그 책을 만나기도 한다. 그렇게 만난 첫 번째 책이 바로 창비 청소년 문학상 1호 '완득이'이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직업인지라 '청소년문학'이란 타이틀이 맘에 들지 않았으나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현장감 넘치는 언어구사와 내가 학교에서 만나고 있는 아이들과 일치되는 모습에 그 책을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읽었던지 모른다. 무릇 현장의 모습을 책에 담고자 하면 세상은 어느새 현재를 과거로 만들어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달려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창비의 청소년 문학은 즉각즉각 지금의 모습을 포착한 기분이랄까? 책소개를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아이들도 '완득이'에서 '위저드베이커리'로 이어지는 책선정에는 살짝 흥미를 보인다. 나 역시 '싱커'와 '아가미'까지 그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싱커'부터 내용이 붕 뜨는 감이 있어 아쉽긴 하지만 여튼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좋고, 부모를 포함한 기성세대들이 읽기에도 좋은 작품들이 아닐까 싶다. 책에 원래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야 상관없겠지만 책을 두려워하고 멀리 하는 청소년(?)들에겐 청소년 문학-개인적으론 맘에 들지 않지만-이란 유인물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창비의 시리즈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차에 읽게 된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 이 책은 단순한 청소년 문학이라기보다는 역사와 관련된 인물들의 삶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아이들이 딱딱하게만 여기는 고전 수필에서나 등장하는 '이옥'이란 인물이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 그와 함께 짝지어 나오는 김려라는 인물의 모습과 정조라는 임금이 다스린 시대의 문학적 환경까지 이 책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일회적 관계에 빠져 친구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는 아이들이 우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주는 작품이랄까? 추리 소설처럼 '김려'의 과거와 '이옥'의 삶을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부분도 아이들의 독서 욕구를 자극할 듯 하다. 당시에 패관소품이라고 비천하게 취급받던 것들이 지금 어떻게 여겨지고 있는지, 당대의 평가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해 주는 계기도 되는 듯 하다. 하나만 보며 달려가는 우리 청소년들이 아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지금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도 되새겨주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오늘도 아이들에게 추천도서 목록 하나를 추가하려고 하는 중이다. 글이 가진 의미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알면 우리 삶도 조금은 풍성하고 넉넉해 지지 않을런지 기대해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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