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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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르웨이 작가의 글. 저는 글을 읽기 전에 웬만해서는 스포가 되는 평은 읽지 않는 편입니다. 혼자 상상하며 책을 사서 읽다보면 기대에 반하는 글을 만나기도 하고, 기대를 월등히 뛰어넘는 글을 만나 흥분하기도 하는 것이 저에게는 선물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택배기사님들이 들고 오는 택배보다 이런 설렘이 저를 더욱 생동감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신간 소개에서 이 책을 처음 만났습니다. 가본 적도 없는 노르웨이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욘 포세'라는 작가 때문에 알게 되었지요. 노벨문학상 유력후보작이란 말에 살짝 망설이기도 했지만(원래 무슨무슨상을 받은 작품은 어렵고 난해하기 마련이니까요) 얇은 책 두께를 보면서 무언가 묵직한 게 들어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책을 안아버렸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실패는 아닌 듯 한데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는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합니다. 여전히 이 책 내용이 저에게는 확 와닿기보다는 올듯 말듯 하는 상황이거든요. 그리고 이 책 덕분에 대학 때 한창 유행했던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책과 연극작품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짧은데도 불구하고 참으로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는 말씀이지요. 여튼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나 보자는 생각에 들추긴 했는데 앞부분만 몇 번을 다시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요한네스란 사내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올라이의 초조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만약 줄거리를 정리하라고 하신다면요. 올라이가 나은 요한네스가 또 다른 올라이를 낳으면서 그들의 삶과 죽음이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이 책은 줄거리 자체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지만요. 전 1장을 읽으면서 불안하고 불행한 내용이 나오면 안 되는데, 마르타가 아이를 낳다가 죽으면 어쩌지?, 요한네스가 죽으면? 아니 둘 다 죽는 거 아니야? 아니면 산파를 바래다 주다가 올라이가 죽는 건가? 등등의 걱정하면서 책장을 넘기고 있었지요. 아무래도 추리소설을 너무 과하게 읽은 때문인 듯요.

그러다가 3번째 쪽을 넘기고 나서야 이 책에 마침표가 없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이건 또 무슨 장치이지?'라는 생각에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 그런데 이놈의 마침표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있다가 없다가 이 규칙까지 생각하자니 내가 너무 지치더라구요. 그리고 쉼표는 무지 많더군요. 문장에 행갈이가 없는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시리즈가 마구 떠오르면서 정말 천천히 천천히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옮긴이의 설명 덕분에 마침표의 사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배우긴 했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

삶과 죽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다? 아니면 삶은 죽음으로 가는 여정일 뿐이다? 그것도 아니면 아침이 가고 저녁이 오듯이 모든 생은 이어진 것이다?

결론을 낼 수 없지만 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쉼표 덕분에 후루룩 책장을 넘기지 않고 꼭꼭 씹어 삼키듯이 책을 읽는 법을 배웠습니다.

쉼표(,)하나로 읽는 이의 속도도 제어할 수 있다니 작가의 솜씨에 놀랄 뿐이지요.

이 책은 재미는 없는데 묘한 매력이 있는 책입니다. 사람을 멈춰서게 하고 생각하게 합니다. 작가는 노르웨이의 피오르 해안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작품을 썼다는데 도통 가본 적이 없는 곳이어서인지 저에게는 책 내용이 그저 광활한 초원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뭔가 평화롭고 잔잔한 그곳을 떠올리게 만든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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