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참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환타지 소설이나 무협지, 또는 추리 소설을 본다고 치면 '오타쿠'나 보는 듯한 시선을 보냅니다. 게다가 이렇게 정신없는 세상 속에서 책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신선놀음이나 하는 듯이 지켜보기도 합니다. 자기들이 주식투자 하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경우는 괜찮고 제가 책을 읽으면 '몹시 한가하시군요' 내지 '여유로우시네요.' 등등의 말을 합니다. 꼭 혼자서 놀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어 기분 참 거시기합니다. 거기다가 소설을 읽으면 거시기하게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경제학' 서적이라도 손에 들고 있을라치면 '관심 분야가 참 넓으시네요.' 이런단 말입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소설이, 도대체 추리 소설이 어디가 부족하단 말씀입니다. 물론 당장의 이익이 남는 눈에 보이는 장사가 아닐지 몰라도 소설책은 참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굳건히 책을 들고 가렵니다.

그 중 제가 요즘 빠져 있는 '온다 리쿠'의 소설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전 이 작가의 작품을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란 작품 속에 잠깐 언급된 적이 있고, '흑과 다의 환상'이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인 '유리'가 연기한 연극 속의 소재가 심층적으로 서술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어찌 이 작가는 이리도 교묘하게 사건과 사건을 책과 책을 연결시키면서도 뻔한 느낌이 들지 않게 글을 써 나가는 것인지 참 감탄, 또 감탄입니다.

이번에는 3월의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나라는 늘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3월에 학기가 시작되는 것을 신기하게 여기더군요. ) 이 학교는 넓은 습원 속에 위치하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3월에 학기가 시작됩니다.  학교가 위치한 습원이란 환경도 너무나 광대하고 무엇인가를 품고 있을 듯한 근사한 배경입니다. 그런데 새학기를 하루 앞둔 2월에 입학한 아이가 등장합니다. 그녀가 이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이 학교에는 2월에 들어온 아이가 학교를 파멸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학생들이 이 아이를 주시하기 시작하게 되죠. 이 아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과 현실에서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와 시설들, 학교 내부 사정들이 이야기의 실마리로 풀려나오게 됩니다. 더 깊이 들어가다가는 '스포일러'가 되고 말 것 같아 관둡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사실을 배웠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밖에 모르던 제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붉은 여왕과 손잡고 뛰는 앨리스의 속도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애드가 앨런 포우의 엄청난 두께의 소설집 속에서 '온다 리쿠'가 말한 작품들을 간혹 연관시켜 읽기도 해 봅니다. ('도둑맞은 편지'와 같은 작품들)두꺼운 애드가 앨런 포의 단편집 속에서 그녀가 말한 작품들을 골라 읽는 재미는 배스킨 라빈스의 선택의 즐거움 몇 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이 작품을 권합니다. 아직 온다 리쿠의 작품 전부를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처음 읽으시는 분이라면 온다리쿠의 소설을 저와 같은 순서로 읽어보심이 좋을 듯 합니다.

우선 '삼월은 붉은 구렁을', 그리고 '흑과 다의 환상'을 그리고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를.... 다른 작품을 읽고 나서는 새로운 순서를 정하게 될른지도 모르긴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도 아무 무리가 없는 작품이긴 합니다. 여러분들이 마음에 드는 대로 보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네요.

그럼 '온다 리쿠'의 세계에 여러분들도 푹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이건 책과 관련없는 내용인데요. 앞에서 말한 작품 외에 다른 작품의 책 디자인이 바뀌어 조금 아쉽습니다. 개인적으로 출판사에서 왜 '하드커버'를 원하는지 의문입니다. 이전의 작품들은 디자인이 꽤 끌렸는데 이제 읽을 '빛의 제국'이라던지 '네버랜드' 등은 출판사가 바뀌면서 책 디자인이랑 표지가 아예 바뀌었더라구요. 그래서 개인적인 섭섭함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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