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챔피언
로알드 달 지음, 정해영 외 옮김 / 강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소설은 허구이다. 그러나 현실보다 더한 현실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허구이다. '로알드 달'이 누구인지 몰랐을 때 그를 처음 접한 것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통해서였다. 영화 포스터만 보고 아이들을 데려왔던 젊은 엄마들이 울음을 터트린 아이들을 데리고 우왕좌왕 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부모들의 군상을 어쩜 그리 통렬하게 설파한 것인지...

 '로알드 달'의 놀라운 상상력과 재치있는 이야기 솜씨에 그때부터 반했던 것 같다. 그 다음에 접한 작품 '맛'에서는 정말 헤어나올 수조차 없었다. 단순히 '뻥'이라는 속된 말로 치부할 수 없는 치밀한 이야기 솜씨와 요소요소에 배치된 어이없는 사건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그 속에 쑤욱 빠져들어가는 내 자신이 느껴질 정도이다.  약삭 빠르게 살아가는 이들이 결국 빠지게 되는 함정들, 그들의 헛된 허영심이 가져온 결과는 통쾌함을 준다.  현실에서 느꼈던 답답함과 대조적일 사건이라서인지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듯도 하다.

 이번에 읽은 '세계 챔피언'은 '맛'보다는 좀더 무겁고 깊은 맛이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의 소설을 추천해 주곤 하는데 간혹 그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아마 그런 사람들에게 이번 작품은 조금 더 힘들 듯 하다는 생각도 든다.  중편처럼 느껴지는 단편 속에 등장하는 클로드의 생활, 그의 대책없어 보이기도하지만 동참하게 만들기도 하는 어이없는 사기극들. 구더기 공장에 이르면 정말 책을 읽는 나조차도 구역질을 하게 만들 정도이다. 그런데도 웃음을 흘리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진정 로알드 달의 말맛이 아닌가 싶다. '뇌'만 덩그러니 남겨진 남편에 대한 이야기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나무'에 등장하는 소재와 얼핏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천재적인 이야기꾼들은 다들 그런 상상을 하는가 싶다.  또한 변화없는 일상 속에서 안주하던 사람들이 작은 변화에 적대적인 감정을 갖는 과정을 묘사한 것 하며,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폭력의 가해자에게 되갚어주리라는 주인공의 결심과 그에 맞받아치는 대꾸라니... 분명 일상생활에서 이것을 잘못 활용한다면 썰렁유머 시리즈가 될 터인데 '로알드 달'이 이것을 시도하면 그야말로 치밀한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무료한 일상 속에서 폭소를 터트리고 싶다면 그의 작품을 연일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다만 한꺼번에 다 읽어버리지 말고 겨울저녁에 숨겨둔 곶감 빼먹듯이 야금야금 손을 댄다면 그 맛도 솔찮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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