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암사 78주년 기념으로 갖고 있는 현암사 책 78쪽을 찍어 올리는 이벤트를 하고 있더라. 하이드 님 서재에서 보고 오호 재밌겠다, 생각했는데.... 책 사진 찍어 올리는 거 또 은근 귀찮아서 에이 말자, 하다가.... 며칠 전에 서재에서 무슨 책 찾다가 문득 생각나서 해보았다. 생각보다 현암사 책 없어서 놀람...(근데 책 앞칸만 훑어본 거라, 뒤쪽에 숨겨진 책이 분명히 더 있을 거 같은데....?)





#현암사78주년이벤트 (~11/19)
갖고 계신 현암사 책 78P의 사진과 함께 마음에 드는 문장을 인용으로 올려주세요! (도서명 기입 필수)


 이벤트 상품
 *나쓰메 소세키 전집|전 14권| (1명)
 *조지 오웰 소설 전집|전 6권|(한정판, 5명)
 *2023년 출간 도서 1권 선택 (법전류 제외, 10명)







나쓰메 소세키 전집- 이벤트로 1명에게 이 전집을 준다고 하는데 저는 이미 다 갖고 있으므로 괜찮습니다. 그냥 재미로 해보는 거랍니다...... 이 전집의 78쪽을 다 찍어 올리기는 너무 귀찮아서 ㅋㅋㅋㅋㅋㅋㅋ 나쓰메 소세키 작품 중에서 (아직까지는) 가장 좋아하는 <행인>의 78쪽을 찍어보기로 했다.




“화를 내면 안 되네.” 그가 말했다. "숨기는 게 아니네. 자네하고는 관계없는 일을 일부러 떠드는 것으로 보이는 게 싫어서 말하지 않으려고 생각했을 뿐이니까." (<행인>, 78쪽)



<행인> 78쪽엔 별 문장이 없다. 그래도 위의 문장에 눈길이 머문 것은 저 대화들이 나쓰메 소세키 작중 인물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해서.









그 안에서 베네딕트는 자신을 정신적 장애가 있는 소녀로 그렸다. 가족과의 갈등 그리고 삶과 고통스럽게 타협하고 화해하는 영혼으로 말이다.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 79쪽)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 참 좋은 책이다, 수년 전 읽고 리뷰까지 남겼는데 책 안 팔고 갖고 있는 거 보소. 오잉? 지금 보니 절판이네. 그리고 중고 가격이 더 높다...? 오호라 책테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뻥. 갖고 있을 거야. 지적 자극을 주는 사제관계이자 연인이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 근데 78쪽은 하이드 님이 언급하셨듯이 없다..... 장과 장을 나누는 속지였고요.... 그래서 79쪽에서 찍은 문장. 루스 베네딕트의 어린 시절을 잘 묘사한 문장으로.

그런데 이 책에서 진짜 내가 좋아하는 문장은 바로 이 구절.


‘우리의 사랑은, 우리 모두가 자신 있게 들어갈 수 있는, 자유로운 집’이라고 베네딕트가 쓰자 미드는 다음과 같이 화답했다. “내 삶의 중심은 벽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곳이에요. 내 존재의 핵심은 당신의 완벽함을 중심으로 마감돼요.” (441쪽)






오잉? 이런 책이 있었어?! 하고 보니 아, 이건 내가 산 책이 아니고 집사2가 산 책. 예전에 집사2가 이 책 사왔을 때 아니 그냥 <젠더트러블>을 읽지 뭔 해제한 책을 샀느냐고 구시렁댄 기억이 났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안 읽은 책인데 이번에 78쪽을 딱 펼쳐보니 이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흥미로운...데?




버틀러에게 젠더는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특수한 일련의 관계를 둘러싼 상호 수렴점인 반면, 이리가레에게는 여성적인 성이 언어의 부재 지점이며, 문법적으로 규정된 실체의 실현 불가능성이자 남성적 담론의 지속적이고 근원적인 환영이다. (<젠더는 패러디다>, 78쪽)









올리비아 랭 <강으로> 이것도 사두고 아직 안 읽었어...;;;; 그러고 보니 현암사에서 처음 올리비아 랭 에세이 발굴해서 소개하고 지금은 다 절판... 다른 회사에서 올리비아 랭 판권 가져간 듯.


그래도 과거는 결과적으로 위안을 안겨주기도 한다. (<강으로>, 78쪽)
그리고 이렇게 토막토막 끌어온 문화 유물은 악조건을 무릅쓰고 초지일관으로 밀고 나간 인간의 끈기를 증명해준다.(<강으로>, 78쪽)






이것도 올리비아 랭 책. 이거 읽으면 술 엄청 마시고 싶어질까 봐 자제 중인데(웃기시네 ㅋㅋㅋㅋ), 78쪽 딱 펼치니 존 치버 이야기라 좋았다. 표지 찍은 위 사진에서 뒤쪽에 살짜쿵 존 치버 보이는 것은 우연의 일치치고는 재미난 우연. 78쪽은 치버가 자신처럼 똑같은 주정뱅이 카버를 만나기 전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진의 위안도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 7년 전”이라는 구절이 특히 마음에 드는데... 존 치버, 진 좋아했어요? 난 진 별로던데....






1968년이라면 그가 레이먼드 카버와 아이오와 시티 인근을 활개치고 다니기 5년 전이자, 스미더스 알코올 치료 및 훈련 센터에 들어가 파산한 델리카트슨 점주와 한 방을 쓰며 슬픔도 진의 위안도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 7년 전이다. (<작가와 술>, 78쪽>)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 망다랭>- 1권이 아닌 2권 78쪽을 찍어봤는데 오잉?! 하이드 님도 그러셨더라...? 그리고 거의 비슷한 문장을 골라서 재미났습니다.






죽음은 모든 것을 삭혀버리지. 희생된 세대가 최후의 만찬에 참가하겠다며 무덤에서 나오는 일은 없어. 희생된 세대를 위로하는 것은 선택된 사람들도 얼마 후면 지하에 있는 그들을 만나러 가게 된다는 사실뿐이겠지. 행복과 불행 사이에 사람들이 믿고 있는 만큼의 차이는 없을지 몰라. (<레 망다랭>, 2권 78쪽)




이거 근데 트위터에 올려야 하는 것인가...? 귀찮다..... 상품을 받는다면 조지 오웰 전집 받고 싶지만 트위터에 안 올릴 거 같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보니까 처음엔 조지 오웰, 전집으로만 팔아서 패스했는데 이젠 낱권으로도 파는구나? <신부의 딸> 살까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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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19 19:0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제법 많은 축에 속하는군요!

독서괭 2023-11-18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어떤 이벤트든 준비되어 있는 잠자냥!! 소세키 전집은 볼 때마다 간지난다 싶은데 막상 소세키는 그닥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요 ㅋㅋ
전 현암사 한권도 없는 줄 알았는데 두권 있다라고요.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현암사 책인지 몰랐어요. 안 읽어서….

잠자냥 2023-11-19 19:08   좋아요 1 | URL
어떤 이벤트든?! ㅋㅋㅋㅋㅋㅋㅋ 이벤트 싫어하는데 이벤트 준비는 항상 되어 있는 잠자냥?!
아 마르타 그 책도 현암사군요. 읽고 팔아서 없어…;;; (현암사 참 다채롭게 내고 있구나)

책읽는나무 2023-11-19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암사는 예전에 그림책 쪽으로 많이 들고 있었는데 다 처분!!ㅜㅜ
그림책들 읽으면서 현암사 출판사 참 괜찮다.라고 생각한 적 많았어요.
내 책들 중 현암사 찾으려니 그닥 없군요.
이중으로 꽂아 둬 뒤지려니 먼지 나올까봐 손 대기도 싫고...ㅋㅋㅋ
근데 소세키 전집이 1등 상품!
당첨되시는 거 아녜요?ㅋㅋㅋ

잠자냥 2023-11-19 19:09   좋아요 1 | URL
그림책도 많이 냈군요. 하긴 역사가 78년이면 그럴 만도 합니다.
저는 1등은 다락방에게 양보. ㅋㅋㅋㅋ(트위터에 올리기 귀찮으므로 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3-11-19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잠자냥님, 아싸 신나라
저도 저 [마가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 5-6년 전? 쯤 읽었는데요 아싸.
오늘따라 잠자냥님이랑 어떻게해든 공통분모 만들려 필사적이 된 느낌!

벌써 2권이네요 ㅎ

잠자냥 2023-11-19 21:0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공통분모 생겨서 즐겁다니 기쁘네요. ㅋㅋㅋㅋ

자목련 2023-11-20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의 책장에 없는 출판사가 있을까요? 아마도 없을 듯~

잠자냥 2023-11-20 12:18   좋아요 0 | URL
에이, 그래도 있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분도출판사 같은? 아아... 그러고 검색해 보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 <꽃들에게 희망을> 이런 책이 여기서 나왔군요. ㅋㅋㅋㅋㅋㅋㅋ

관심 있는 책 나와도 제 돈 주고 사보지 않으려고 마음 먹고 있는 출판사는 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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