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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진실로 강하더냐 - 근대의 길목에 선 조선의 선택
허동현 지음 / 당대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1881년 고종의 밀명에 의해 일본에 파견되어 일본의 근대 문물과 제도를 습득하고 돌아와 당시 조선의 근대화에 기여했던 조사시찰단에 대한 책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조사시찰단이 일본의 어떤 모습과 근대 문물 및 제도를 보고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으며 또한 어떤 부분을 받아들여 조선의 근대화에 기여했는지를 자세하게 논증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의 자주적 근대화의 실패를 조사시찰단의 활동과 그 영향만으로 규정내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사시찰단의 일본시찰이 갑신정변과 갑오개혁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또한 저자는 대외의존적인 개혁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듯 하면서도 이 책 전체에 흐르는 논지는 근대 국민국가 수립론자의 견해를 시대적 상황에서 지지하는 듯하다. 하지만 근대 국민국가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야 가능한데도 수립론자들은 민중을 도외시하고 외세에 의존적이었다는 점은 오히려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된다. 저자가 주장하듯이 근대 국민국가 수립론자 중 어윤중 같은 점진적인 개혁론자라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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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신의 기원 - 언어, 국가, 대의제, 그리고 통화 이매진 컨텍스트
가라타니 고진 지음, 송태욱 옮김 / 이매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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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책 제목만으로는 그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 책 제목만으로 느껴지는 책의 내용은 일본정신의 기원을 언어, 국가, 대의제 그리고 통화를 통해 파악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알라딘 리뷰에도 이렇게 되어있다). 물론 일본문학작품을 통해 논리를 전개하고 있어 이러한 작품들이 일본정신이라 할 수는 있겠으나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새로운 대안세계의 제시를 위해 일본문학작품을 예로 들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자본제=내이션=스테이트의 지양과 어소시에이션'이라 할 수 있다.

책 순서와는 상관없이 먼저 일본정신의 기원과 밀접히 관련되는 제2장의 일본정신의 기원은 '상상의 공동체'인 내셔널리즘의 중요한 요소인 언어(문자)를 통해 일본인의 자아 구조의 성립을 살펴보고 있다. 일본어의 특징인 한자를 음과 훈으로 읽는다는 것,그리고 한자와 가나를 병용하는 것이 '거세의 배제'(원리적이고 체계적인 것에 의한 억압이 없었다는 것)를 통하여 외래문화를 일본 속에 내면화하면서도 외래화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 점이야 말로 '일본적'이라고 파악한다.

더 나아가 천황제의 오랜 존속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관계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한다. 즉 일본에서의 천황제의 존속이 천황제의 뿌리깊은 신화적인 힘때문이 아니라 한번도 이민족에게 직접 지배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곧 조선이라는 존재가 일본의 정치적 문화적 형태를 크게 규정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 또한 '거세의 배제'가 있게한 역사적인 요인임을 지적한다. 참고로 고진은 조선에서의 이민족 침략의 거듭된 경험이 '억압'과 '주체'를 강화해 중국보다 더 원리적이고 체계적이려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의미있는 지적이라 생각된다.

한편 고진은 근대사회를 분석하면서 근대 국가는 자본제=내이션=스테이트라고 불러야 하며 이 셋은 서로 보완하고 보강한다고 한다. 즉 경제적으로 자유롭게 행동하고 그것이 계급적 대립이나 모순을 초래할 때(자본제), 그것을 국민의 상호부조적인 감정에 의해 넘어서며(내이션) 의회를 통한 국가권력에 의해 규제하고 부를 재분배하는 방식이다(스테이트). 이 세가지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각기 다른 '교환'원리(국가-수탈과 재분배, 시장경제-화폐에 의한 교환, 내이션-호혜제)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만을 타도하려고 하면, 국가적인 관리를 강화하게 되거나 내이션의 감정에 발이 채이게 된다.
또한 국가나 내이션(공동체)에 의해 제어하려고 하면 국가나 내이션이 강화된다. 그리고 그런 시도는 국가간 대립을 낳고, 결국 자본을 지원하는 형태로 귀결될 것이다. 자본제=내이션=스테이트는 삼위일체 구조로서 존재하므로 구조의 '내부'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용없다. 따라서 이러한 자본제=내이션=스테이트에 대한 대항의 장을, 그 삼위일체의 '외부'인 어소시에이셔니즘에서 찾으면 된다는 것이 고진의 주장이다.

따라서 고진은 이러한 어소시에이셔니즘의 내용을 일본문학작품에서 단서를 찾아 설명하고 있다. 즉 기쿠치 칸의 '투표'를 통해 대의제 민주주의의 비민주성을 밝히고 모든 사람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추첨을 통한 참여민주주의를 제시하고 있으며, 다니자키 쥰이치로가 쓴 '작은 왕국'을 통해 윤리적이고 경제적인 시민통화의 유통을 제기한다. 이러한 교환의 원리, 또는 어소시에이션이 확산될 때, 세 개의 교환 원리에 뿌리를 둔 자본제=내이션=스테이트는 그 기반을 잃고 소멸할 것이라고 결론내린다.

이상과 같이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일본정신의 분석 또는 일본의 정신분석과 그를 통한 미래사회의 대안을 제시한다. 또한 실천도 더불어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고진의 운동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고진은 이 운동이 수세기가 걸릴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먼 도정이라 하더라도 그 길만은 분명하다고 확신한다. 오늘날과 같이 불확실한 현실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은 허황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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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읽는 한국 사회문화사 - 한국 사회문화사 01
이효인 지음 / 개마고원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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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제(?)이기도 한 '악몽의 근대, 미몽의 영화'라는 함축된 표현이 한국영화의 현주소라고 지은이는 말하는 것 같다. 왜곡되고 억압받고 검열당한 그래서 고통스러운 악몽과 같은 한국 현대사를 한국 영화는 저항하거나(작은 저항은 있었지만) 정면에서 극복하려고 하지 않았고 애둘러서 부정하거나 회피하거나 아니면 과감히 그 속에 순응하였다고 비판한다.

또한 악몽의 근대가 극복(이런걸 극복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회피되어 돌아보지 않는 것인지?)된 것처럼 보이는 현재(왜곡된 근대가 아니라 합리적인 근대의 완성으로 가는 길인지 포스트 모던으로 완전히 넘어선 것이지는 모르겠지만)에도 한국 영화는 우회적으로 돌아 넘어서 '현재의 한국'을 파악할 수 없는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시대의 물결에 편승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 영화의 이러한 한계는 시대적 상황에 따른 한계이지만 그 한계를 정면에서 극복하려고 하지 않은 한국 영화 스스로의 한계였던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영화를 쾌락, 근대, 강박, 여자를 통해 분석하며, 그러한 분석은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들이 나온 시대에 의해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영화를 통한 역사보기라기 보다는 역사를 통한 영화보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한국 영화 및 감독에 대한 냉혹한 비판은 역사에 끌려다니는 영화가 아니라 역사의 주체로서의 한국 영화가 되기 바라는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지은이의 비판적 성찰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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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초극론 - 일본 근대 사상사에 대한 시각, 일본의 현대 지성 5
히로마쓰 와타루 지음, 김항 옮김 / 민음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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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일본은 전전과 전후를 분리하여 사고하려고 하고 그런 사고 속에 전전의 가해자에서 벗어나 전후의 피해자로 자리매김하려고 한다. 물론 가해자의 책임과 반성을 회피하기 위해서. 그러나 이러한 피해자되기는 경제부흥의 여파로 자신감을 회복한 이후 다시 전전의 자심감을 표현하는 논리로 전환하고 있다. 그 논리가 전전의 논리를 계승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과거 지식인의 논의가 현재에도 여전히 계승되고 있다는, 그리고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불철저성을 근대 일본 지성사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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