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즘과 동성애 현대의 지성 151
김학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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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동성애와 남성동맹의 접점을 바이마르와 나치를 통해 기막히게(?) 역사적이고 문화적이며 담론(개념)적으로 파악하고 있어 아주 흥미로운 책. 덧붙여 3사람의 부르주아적, 민주적, 파쇼적 성 담론 분석과 이 담론의 역사적 결합·분리·갈등은 이 책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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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통해 본 전통과 근대, 식민지와 국가 문화동역학 라이브러리 3
정병욱.이타가키 류타 엮음 / 소명출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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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푸코의 책<<안전, 영토, 인구>>(난장, 2012)을 읽어서일까? <<일기를 통해 본 전통과 근대, 식민지와 국가>>(소명출판, 2013)는 일기 등 에고도큐멘트가 이른바 권력에 의한 근대적 개인의 탄생과 '품행' 지도는 물론이고 도리어 그에 대항하는 '대항품행'의 형성까지 생성시키는 이중적인 것임을 잘 드러내준다. 일단 이 책은 서구 역사학에서 최근 들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에고도큐멘트에 관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에고도큐멘트는 '자기증언'이라는 실천적 행위의 글들을 수집하여 연구하는 것을 가리키며, 자기증언의 자료란 일기를 비롯한 자서전(소설 포함), 편지 등 개인이 쓴 모든 것들을 의미한다. 그간 역사 연구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만 이용되던 지극히 일반적인 인물들의 개인적인 기록물들이 이른바 민중사로부터 시작된 아래(밑)으로부터의 역사 및 미시사의 영향아래 새로운 역사적 방법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일기는 근대 이전에도 쓰여지긴 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사적이지 않은 공공성을 지냈다. 예를 들어 남자가 일기를 썼고 이를 가족이 모두 열람하는 등 전혀 사적이지 않았다. 반면 근대에는 프라이버시 탄생과 함께 일기는 숨겨야하는 지극히 사적인 것을 표방하며 대중적으로 폭넓게 쓰여지기 시작했다. 물론 부모와 선생을 통한 국가권력의 검열을 당하면서도 말이다. 그렇기에 근대의 일기는 사적이면서도 근대 이전과 다른 의미에서 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서구의 연구에서 근대적 개인(근대적 주체)의 탄생과 일기쓰기가 연결되어 있음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기는 근대적 개인의 주체성을 인도하고 지도하는 장치로 사용이 되었다고 해서 단순히 자아성찰이나 개인의 일상을 기록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사회의 집단기억을 드러내주는 창이기도 하다. 따라서 에고도큐멘트라는 지위를 획득하며 일기쓰기와 일기의 내용은 주체를 형성하는 측면에서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일기와 같은 자기증언은 그러한 국가권력이 인도하고 지도하는 품행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그와 반대로 그에 대한 대항품행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개별 연구에서 지적하고 있어 흥미롭다. 예를 들어 니시카와 유코의 <근대에 일기를 쓴다는 것의 의미>에서는 국민교육장치로써의 일기와 그로부터의 일탈의 예를 동시에 제기하는데 후자의 예가 나카이 히데오의 반전일기와 전쟁 직전 농민들을 봉기시켜 자치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던 여성 아나키즘 운동가인 야기 아키코의 일기이다. 둘다 국가권력에 의한 품행의 내면화된 신체로부터 일탈된 모습을 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한편, 김무용의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 유족의 자서전 분석>에서는 일기는 아니지만 민간인 학살 유가족의 그간 생활과 달리 자서전 쓰기가 국가에 충성하는 근대적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문제삼아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대항품행을 형성하였다는 실례를 그/그녀들의 자서전 분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학살 이후 권력에 의해 강요된 삶(반공투사)을 자선전 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정체성 형성과 대항품행의 장을 열고 있음은 주목할만 하다. 이처럼 이 책은 일기와 같은 자기증언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부각시켜 밑으로부터의 역사를 통해 권력과 개인과의 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읽고 고민할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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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2년, 타자의 은폐 - ‘근대성 신화’의 기원을 찾아서 트랜스라틴 총서 5
엔리케 두셀 지음, 박병규 옮김 / 그린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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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셀의 <<1492년, 타자의 은폐>>는 이른바 1492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서구 역사학 및 이를 자기동일화한 라틴 아메리카의 서구지향적 역사학이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의 발견을 라틴 아메리카 역사의 시작으로 보는 관점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로부터 시작한다. 이 책은 그의 강연록을 묶은 것으로 그 강연이 전개된 시기가 1992년을 전후한 콜롬버스 아메리카 발견 500주년을 기념하는 라틴 아메리카의 각종 행사에 자극받아 행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논의의 핵심은 1492년이라는 시간은 역사적으로 어떻게 볼 것인가에 두어져 있다. 기존의 역사가 1492년을 아메리카 역사의 시작이라고 했다면 듀셀은 오히려 1492년을 아메리카 역사의 은폐(종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오히려 유럽중심주의적인 '근대성 신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이때 근대성의 신화는 '희생 신화'라는 것이다. 즉, 문명과 문화로 대표되는 자본의 승리(여섯번째 태양)에는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며 아메리카 타자들의 수많은 학살은 그 희생에 다름 아니며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는 점을 폭로한다. 따라서 듀셀은 글의 모두에 밝힌 근대성의 두 가지 측면인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중 부정적 측면의 역사를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통해 그대로 드러내었다. 즉, 그 과정은 서구가 타자를 어떻게 발명하고 발견하며 은폐하는가의 역사적 과정이었다. 결국, 듀셀이 주장하는 것은 이 타자의 은폐(희생)의 고리를 해체하고 근대성 신화의 폭로해야지만이 근대성의 긍정적인 측면인 해방의 기획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듀셀이 강조하는 근대성의 긍정적인 측면이 드러난다. 즉, 해방인 것이다. 

다만 듀셀의 논의에는 여성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서구의 라틴 아메리카 식민화 과정에서 철저하게 희생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그가 이야기하면서도 정리하는 글에서 타자의 범주에 여성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은 어쩌면 그의 학문적 스승인 레비나스와도 연결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도 든다. 어쨌든 한계는 있으나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통해 서구중심주의와 근대성의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은 한국의 근대성과 비교할 수 있는 좋은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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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의 신화를 넘어서
임지현.이성시 엮음, 비판과 연대를 위한 동아시아 역사포럼 기획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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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의 신화를 넘어서>>는 '국사'라는 교과서의 기술적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국사'가 가지고 있는 근대 국민 국가 권력의 역사 왜곡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사'의 탈피를 주장하고 있다.

다음은 이 책을 집필한 연구자들의 소개글이다.
우리에게 '국사(國史)'는 억압이며 배제이며 은폐입니다. 국사는 역사를 일국사라는 하나의 틀 안에 가둬버림으로써 밑으로부터의 역사상을 매몰하고, 역사적 상상력의 결핍을 불러오게 됩니다. - 이성시(와세다대, 한국고대사)
'국사'의 해체는 유럽 중심의 세계사에 대한 동경, 제국과 근대에 대한 욕망을 버림으로써 '길들여진 타자'인 주변부 역사학을 해방시키는 것입니다. 또한 동아시아 차원에서 남.북한-중국-일본의 국가 권력을 잇는 '적대적 공범관계'의 해체를 의미합니다. - 임지현(한양대, 동유럽사)

적절한 문제제기와 지적임에도 불구하고 대안의 부재와 이러한 운동이 한국에 한정된 점은 근본적으로 이 '운동'의 한계와 어려움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은 이영호 선생의 이 연구성과에 대한 비판이다. 한번 되새겨볼만한 지적이라 생각된다.

"민족주의와 그에 기반을 둔 국사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제국주의와 식민지 모두에 그 정신사적 배경이 있음을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과연 현실적인 국제관계는 그러한 지향에 적합한 조건이 형성되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문제삼아야 할 것은 어디에 있는가? 애국주의에 기초한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 일본의 군사 대국화, 중국의 티베트 탄압과 러시아의 체첸 탄압 등 적대적 공범관계의 전형적이고 전세계적인 지배의 청산을 촉구하는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궁극적으로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당연히 국민(민족) 국가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비판 그리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해체를 지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리고 외부적으로는 이러한 비판과 논의는 위험스럽고 무책임하다는 느낌이 든다. 임지현 선생의 "'해체한 다음의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준비된 답변이 없다.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 '동아시아 역사포럼'의 유일한 대안이다"라는 말이 그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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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시선 - 일본의 자유주의 지식인 요시노 사쿠조와 조선문제
한상일 지음 / 새물결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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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로 사용된 그림은 동화가 가능하다는 상징적인 만화.   

"조선인이 입고 있는 흰색은 어떤 색으로도 염색할 수 있기 때문에 염색하는 사람의 의도와 기술에 달려 있다."
 
일본 근대 지식인 중 조선을 이해했던(?) 지식인 중 한 명인 요시노 사쿠조[吉野作造]의 조선인식에 관한 비판서. 요시노의 성장과 영향받았던 사람들을 분석하고 이후 요시노의 조선문제에 관한 언설들을 분석하면서 일본에서는 민본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지향한 진보적인 자유주의 지식인이었고, 한편으로는 1910년대 조선총독부 및 일본정부의 식민지정책을 실랄하게 비판한 지식인이었만, 결코 조선의 독립을 주장하거나 조선민중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한 지식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요시노를 당시 일본의 시대적 조류인 제국주의를 반대하고 폐지하려는 입장이 아니라 세계가 인정하고 식민지민조차도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식민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자유주의적인 동화주의자' 또는 '부드러운 제국주의자'였다고 주장한다. 식민지기 일본지식인의 조선인식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은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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