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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법
신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신의진 박사의 책은 이미 2권인가 읽은 적이 있고, 매번 큰 도움을 얻곤 했다. 특히 <현명한 부모들은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를 읽은 덕분에 그 수많은 (정말 이름도 요상한) 온갖 조기교육 프로그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래서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건만.... 신의진 박사의 신간이 또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은근히 삐딱한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었다. '벌써 또 책을 냈다고? 너무 자주 책을 내는거 아냐?'
한번 베스트셀러를 쓴 저자가 비슷한 주제의 책을 여러권 내다 보면 (그것도 짧은 시간에 여러권) 갈수록 책 내용이 부실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신박사의 신간 소식을 듣고 혼자 심술을 낸 것도 바로 그런 염려때문이었다. 하지만 <현명한...대화법>을 읽으면서 그런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을 덮는 순간엔 오히려 '신의진 박사는 세상의 부모들에게 정말 하고싶은 말이 많은가보다...' 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사실, 책 속의 대화법들은 최근 들어 내가 가장 궁금해하던 내용들이다. 자녀교육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는 울 시누이가 얼마전 'Reflective Listening' 이라는 생소한 개념에 대해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영어로 된 전문용어라 도대체 뭔소리냐 싶지만,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자녀의 심정을 이해해주는 대화법'을 말한다. 가장 쉬운 예를 들자면, 아이가 '심심해~' 라고 말할때 '왜 심심해?' '심심하면 나가서 놀지?'하는 식으로 판단을 내리는게 아니라, '너 심심하구나' 하고 그 심정을 이해하는 대답을 하라는 것이다.
'심심해' 그러는데 '심심하구나' 라고 대답하라니! 처음에는 이게 무슨 바보들의 선문답인가 싶었다. 하지만 시누이가 울 아들놈에게 이 대화법을 적용하는 걸보고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인가에 잔뜩 삐쳐있던 아들놈이 시누이가 한두마디 댓구를 하자 금새 구세주를 만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비로소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났다는 듯이. 시누이는 내게 Reflective Listening에 관한 꽤 두툼한 영어원서도 한권 선물해주었는데, 구체적인 내용들을 알고싶은 마음 굴뚝같았어도 선뜻 책장을 못 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 책이 그 '이해해주는 대화법'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다루고 있다. (덕분에 두툼한 원서를 서둘러 읽지 않아도 된다! 만세!) 읽다보면 '우리 부모님도 나하고 이렇게 대화해주셨다면 서/로/가/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릴적 우리가 부모에게 기대했던 건 끝없는 훈계가 아닌 '네 마음을 이해한다'는 단 한마디였는데....
사실 '이해해주는 대화법' 의 개념 자체는 자녀교육 전문가들 사이엔 널리 알려진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의사이기에 앞서 자식기르는 부모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가 자녀들과 직접 겪은 상황들을 중심으로 실제적인 대화법들을 알려주고 있어, 쉽게 공감도 가고 깨닫게 되는 부분도 많다. (신의진 박사야말로 독자들과의 대화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저자라는 생각이....)
책은 단숨에 읽어버렸지만, 이 책은 두고두고 책장에서 꺼내 읽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단순히 대화법만이 아니라 자녀를 대하는 기본태도에 변화가 선행되야하므로 앞으로도 오랜 수련^^ 이 필요할 것이다. 부모의 길이란 어차피 도를 닦는 과정, 이 정도로 듬직한 비법서를 옆에 두고 있다면 그 오랜 수련기간이 마냥 갑갑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