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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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김애란의 소설은 <비행운>이 처음이었습니다. 몇 권의 김애란의 소설책을 소장하고 있지만, 손이 잘 가지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결국은 집에있던 책들을 제껴두고 동네 도서관에서 대출해 온 이 책을 먼저 만났습니다. 나는 단편을 싫어 하는것도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단지 흐름의 끊김. 몰입하려는 순간 이야기는 끝이나 있다는 것이... 그러한게 싫었을 뿐. 깊이 빠져들수도 짧은 이야기를 이해할수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책은 단편소설 입니다. 요즘 두꺼운 소설은 싫었고, 무료한 지루한 이야기를 질질 끌고 가는 소설도 싫었습니다. 그러했으니 나는 결국 <비행운>을 선택할 수밖에요. 

 

소설 <비행운>은 <너의 여름은 어떠니/벌레들/물속 골리앗/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하루의 축/큐티클/호텔 니약 따/서른> 이렇게 8편로 빼곡히 하얀 종이 위를 채우고 있습니다. 나는 무엇이 김애란이란 작가의 글을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는지 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었지요. 그녀의 텍스트는 첫 장, 첫 문구에서부터 '끌어당김'이 있습니다. 단순히 몇 문장을 읽었을 뿐인데, 벌써 뒷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니까요. 하지만 그 끌어당김이란 호기심의 가벼움은 책의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김애란 특유의 문체나 표현에서 결국 깊은 탄식과 한숨으로 되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단편이라는 이유로 나는 이 소설의 모든 이야기가 가벼울 것이라 섣부른 판단을 했던 것이 실수였지요. 이야기 하나 하나가 쉽지가 않네요. 난해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텍스트 속에 베여있는 짙은 어둠과 우울, 상처, 아픔들이 너무 디테일하게 내게로 전해진다는 것에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8편의 이야기들 중 특히 여운이 강했던 작품은 '너의 여름은 어떠니 / 벌레들 / 서른' 입니다. 그 외의 이야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내가 느낀 감정과 감성들이 이입되는 농도가 이 3편에 더욱 집중되었다는 것뿐. 하지만 마지막 이야기 '서른'은 내게 가장 저릿한 아픔과 울림을 주고 말았네요..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라는 소설 속 한 여인의 중얼거림은 '서른'이라는 단편 속 이야기를 한번에 단축해 놓은 한 마디  였던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끝이 찡해집니다. 서른 이란 단편속 여주인공도, 그리고 그녀로 인해 상처를 입은 한 소녀도.. 누구를 탓하기도 원망 할수도 없습니다. 그들은 살아가기 위해, 어쩔수 없이 선택한 것이였으니까요. 서른이란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녀의 고해성사 같은 편지를 읽으면서, 한없이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마네요.

 

소설 <비행운>은 그러합니다. 제목처럼 비행기가 남기고 간 긴 구름의 흔적일 수도, 아니면 불운을 의미하는 비행운(非幸運)을 뜻하기도 해요.. 새로운 삶을 동경하는 꿈과 그로인해 끝없이 이어지는 불운에 대한 이야기로 이 소설은 채워져 있는 것이지요. 내가 살고있는 지금의 고통스런 현실 사회의 내면을, 어쩌면 내 주변의 사람들의 이야기 일듯한 '그들의 삶'을 대변해 주는것 같기도 합니다. 세세한 텍스트의 묘사로 그들의 현실의 삶을 이해할수도, 공감할수도 있었기도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나' 그리고 '당신'다를까 싶은 생각을 하니 단순히 짧은 단편 소설로 치부하기가 어렵습니다. <비행운>을 읽으면서 때로는 지금의 내 삶에 안도, 안주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나에게도 같은 상황의 불운이 찾아올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합니다. 살아간다는것은, 어찌보면 노력과 선택이 아닐런지요. 생각의 차이 일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책 속의 인물들도, 그리고 삶이 고단한 '당신'들도 힘을 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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