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합본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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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읽었다. 우리 도서관엔 합본으로 나온 건 없고 5권짜리로 나온 게 있던데 빌려 읽기엔 5권 짜리가 낫지 싶다. 합본으로도 나왔겠다, 5권 다 읽고 한꺼번에 쓰려고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냥 그때그때 읽고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권에선 무슨 레스토랑으로 간다고 하니 말이다. 각 권마다 포커스가 다른 것 같아서. 이 책은 큰 스토리 속에 사소한 풍자들이 반짝이는 책이다. 첫 무대는 아서라는 사람의 집 앞인데 의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 버린 우회도로 건설을 위해 아서의 집이 철거당할 예정이다. 물론, 아서로서는 황당할 노릇. 불도저 앞에 드러누워 버린다. 그리고 곧 포드라는 은하계 히치하이커가 나타나는데 이 포드가 아서를 구출하게 된다. 어디로부터? 은하계 우회정거장 건설을 위해 일방적으로 철거 당한 지구로부터. 그렇게 갑작스레 지구를 철거해 버린 자들의 비행접시를 얻어 타게 되고..어쩌고 저쩌고..하는 이야기들. 큰 틀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야,,이 책은 소소한 재미가 있어서 좋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초등학생이 이 책을 참 재밌게 읽더라고 했다. 궁금했다. 아이의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본 이 책은 과연 어땠을까. 아는가, 모든 문명은 인간의 상상력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미 어떠한 발견 내지는 발명에 대한 예언이 있었고 그 예언은 대개 문학작품 속에 나타난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책의 어느 한 부분 쯤은 몇십년, 몇백년, 몇천년 후에는 그 시대 살게된 존재들의 일상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가 이런 자잘한 상상을 했다면 아이들은 오죽 하겠느냔 말이지. 이 책에서 풍자, 냉소의 코드를 읽고 즐거워 하는 사람도 있겠고,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펴며 즐거워 하는 사람도 있겠다. 어느 쪽이 됐든 간에 일단은 재밌단 말이지!

2권을 읽었다. 나눠서 리뷰를 쓰려고 했던 나를 반성했다. 나눠서 쓸 수 있는 책이 아니다. 3권까지 읽었다가 여러가지 바쁜 일로 인해 좀 제쳐뒀다가 4,5권을 마저 읽었다. 히치하이커를 읽는 동안에 오만가지 망상들에 시달리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했는데 이 책 읽기를 중단하고 나서 다시 팍팍한 생활을 하다 보니 그 오만가지 생각들이 딱 멈춰버렸다. 역시, 히치하이커라는 책은 사람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많이 자극해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말이지...

그래서, 대체 결말이 어떻게 된 거야?? 마지막에 성냥갑이 어쩌고 했는데 그게 뭔지 이해를 못했단 말이야. 5권까지의 대장정을 마쳤는데 대체 결말이 뭐냔 말이다!! 아, 이건 정말이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답단 말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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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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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벌써 다 읽었다니, 꽤 잘 읽혔고, 재밌게 읽었나보다 싶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기가 조금 공부하고, 그 다음은 독자가 이어서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지금까지의 내 공부법을 되돌아보고, 저자의 공부 방법에 비춰보아 나의 공부 방법을 다시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책을 읽고 느꼈다고 해서, 꼭 이 책처럼 주제별로 묶어서 책을 읽고난 후, 그 책들에 대한 독후감을 쓰겠다는 건 아니다. 내가 말하는 공부 방법을 달리 하겠다는 의미는 장정일의 공부 방법을 통해, 책을 읽으며 어떤 식으로 비판을 가해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았고, 또 그 책의 주제나 지식에 대해 내 나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지금까지 나의 독서법은 그저, 읽었음,이었다. 전문서적을 보면서도,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등..을 그저 소설책 읽듯이, 어떤 책을 읽었음과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이런 식으로 끝났던 것이 나의 독서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정일은 '공부'라는 화두를 던져 주었고, 내가 지금까지 바라던 바는 무언가를 읽었음이 아니라 그 읽었음을 통해 나를 키워가고 발전시켜 가고 싶었다는 걸 상기해 볼 때, 지금까지의 나의 독서법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의 독서법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공부에 대해서..소설이나 그저 재밌게 읽고 싶은 책들까지 이렇게 읽을 생각은 없다.)

장정일은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그가 써 왔던 독서일기들까지 생각해보면 상당히 많은 양의 책들을 상당히 많이 사유해가며 읽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형식이 독후감이다 보니 해당 책이나 영화에 대해 읽지 않고서도 읽은 것 같이, 보지 않고서도 본 것 같이 느낄 수 있도록 기술해 놓았으나, 장정일이 주문하는 것이 자기가 조금 해 놓은 공부를 이어서 하는 것임을 상기해 볼 때, 이 책의 요는 장정일이 요약해 놓은 어떤 책이나 영화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책들을 읽고 장정일이 생각해 보았던 바, 비판하고 있는 바에 대해 장정일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아닌,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또 재정립해 보고 부족한 것은 더 공부해 보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장정일은 여러권의 책을 읽고서 독후감을 쓰고 있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장정일의 소신이나 가치관에 따른 것이라기 보다는 그의 지식의 축적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도 있었다. 그러하기에 또 다른 지식을 접하게 되면 아, 지금까지 내가 잘못 알았다, 이런 것임을 알았으니 이젠 이렇게 생각한다, 라고 말하게 된다. 글쎄, 어찌보면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 적당히 유연성을 갖춘 모습으로 비춰질수도 있지만 이는 자칫 잘못하면 독자가 어떤 책을 접했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따른 사유보다는 그저 그 책의 지식들만 축적하고 그에 따라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줄줄  늘어 놓는 것 밖에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물론, 이건 타인에 대한 우려라던지, 장정일에 대한 우려가 아닌, 앞으로 공부를 해 나갈 나 자신에 대한 우려임을 밝혀둔다. 이런 점에 주의 하면서 공부를 해 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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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 지향의 일본인
이어령 지음 / 문학사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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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역시 고등학생 때 '국화와칼'과 함께 읽었던 책으로 국화와칼은 읽었다는 기억만 있는 반면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쥘부채'라는 키워드와 함께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억되어 있었다. 일본인의 축소지향적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는 쥘부채는 역시나 다른 문물과 마찬가지로 중국, 한국에서 전해졌으나 이 부채를 한 손에 쏙 들어오도록 축소시킨 건 일본인이었다. 이 책을 이제와 다시 읽으니 그동안 책이 개정된건지 아니면 정말 이런 내용과 이런 구성이었는데 또 나의 두뇌가 나를 배신한 건지, 아마도 나의 두뇌가 나를 배신한 것일 게다. 쥘부채라던가 트랜지스터라던가 구체적인 물건이 제시된 부분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는데 일본의 정신적, 행동적 측면에 대한 건 잘 기억하지 못하는 걸 보면. 그냥, 이 책보다 일본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책을 나는 아직까진 본 적이 없다.

'국화와칼'은 고전이다. 그야말로 고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지금에 와서까지 실용성이 있다. 지금에 와서도 일본인의 성향에 대해서 이해하고 짐작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지금 당장 내가 일본에 가서 어떠한 문제에 직면한다면 나는 이 책의 내용을 한번 떠올려

볼 것 같다. 그리고 일본인의 정서에 맞게 행동하는 게 어떤건지 생각해 볼 것이고. 시대가 변하고 있고 일본인들도 변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만 생각하느냐고? 우리나라도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이 변했다. 그래서 요즘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기도 하고 그런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노인공경, 연장자 우대가 남아 있다. 설사, 꼭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노인 공경, 연장자 우대 했다고 욕 먹을 일은 없다. 그냥 이런식의 해결책이라는거지. 그리고 또 하나. 역시나 뭐든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받아들인다. 지난 학기에 '일본문화의 이해'라는 강의 들으면서 탐탁지 않아 했는데 그래도 한학기 동안 강의 들은 게 도움은 된 것 같다. 와비니, 리큐니 하는 것들, 아예 뭔지도 모르고 책을 봤다면 또 기억 못하고 넘겼을 법 한데 대충이라도 뭔지 알고는 있으니 그것들을 예로 들면서 일본인의 축소지향적 측면에 대해 설명을 하니 무슨말 하는지는 알겠다는 거지. 이 책은 출판할 때 일본에서 일본어판으로 출간한 책이라 나중에 한국어 번역 요청이 들어왔을 때, 일본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르는 한국인들이 보면 잘 이해도 안 되고 번역하려 해도 마땅히 번역이 안 될 것 같다며 차일피일 미루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맞는 말이다. 일본 문화에 대해 알고 싶고 더 깊이있게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일본 문화에는 뭐가 있는지를 다룬 책부터 먼저 읽어보고 더 깊은 이해를 위해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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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구하기
조나단 B. 와이트 지음, 안진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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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스미스 구하기라는 제목에서 이 책은 애덤스미스에 관한 책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구하기'라는 말에 있어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어떻게' 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 책의 시작은 해럴드라는 한 남자가 경제학자인 리치의 집 문을 두드리면서 시작된다. 이 해럴드라는 남자에게는 자칭 애덤스미스라고 하는 영혼이 빙의되어 있다.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매개자 역할로 줄리아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자칭 애덤스미스라는 영혼이 자신에게 말을 건다고 해서 지극히 현실적이며 이성적인 리치가 곧이 곧대로 믿어줄 리 없다. 그는 애덤스미스를 시험하게 되고 그러면서 그의 이야기에 빨려 들면서 그가 애덤스미스임을 인정하게 되고 그리고 그의 뛰어난 지성에 감복하게 되고 후에 그가 떠났음을 알았을 때는 시련이라도 당한 듯이 허전해하게 된다.

 

 여기서 애덤스미스는 현 시대의 인물 속에 자신의 영혼이 들어가면서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하며 자기 스스로를 구해내기로 한다. 그리고 그 대상으로 선택된 리치는 이 시대 어느 경제학자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리치가 대변하는 이 시대 상황이란 무엇인가. 바로 시장원리의 기본이 무너진 시대 속에서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이다. 반면, 애덤스미스는 그 무너진 기본, 시장원리를 떠받치고 있는 도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적절한 예를 들어놨는데 잠시 살펴보자.

 

 해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해달은 지난 2세기 동안 수렵의 대상으로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가죽에 대한 높은 수요 때문이었다. 해달의 운명은 그 유명한 '공공 목장의 비극'을 따르고 있다. 해달은 아무도 소유하지 않은 공공의 자산이었다. 따라서 해달은 보호하는 특정 개인이 금전적 이익을 거둘 수는 없었다. 대신 해달을 수렵하여 상당한 이득을 취하는 사람은 늘어났다. 해달의 수가 적어질수록 뜻하지 않았던 결과가 생겨났다. 해달은 성게를 잡아억기 때문이다. 천적이 없어지니 성게는 배로 증가하여 수중 식물들을 먹어 치웠다. 바닷속 해조류 숲이 사라지게 되자 그곳에 살던 어족들도 무더기로 사라졌다. 이번에는 그 물고기를 먹던 새들도 모습을 감추었다. 단기적으로 보면 수렵꾼들은 이득을 얻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훨씬 큰 정도의 손실을 입게 되었다. 이 생태계 재앙은 1911년 해달의 수렵을 금하는 국제 협약이 체결되면서 일단락 지어졌고 해달의 수는 조금씩 늘어나는 중이었다.'

 

 이 이야기는 해달을 그것이 속해 있는 환경과 따로 떼어 이윤을 내기 위한 단순한 상품으로 간주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는 시장과 제도적 조직, 사회적 가치가 모두 얽혀 있는 통합 체제다. 비인격적인 시장을 다루는 수학적인 모델을 가지고는 그 복합성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애덤스미스는 시장을, 보이지 않는 손을, 그들의 이기심을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또한 애덤스미스는 독점과 노동력 착취 등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가 그리던 시장은 제도적 조직, 사회적 가치가 모두 얽혀 있는 통합체로서의 시장과 그 속의 사람들은 각자의 본능과 이성이 적절히 결합된 이기심과 덕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즉, 현재 일어나고 있는 자본주의의 모순들은 애덤스미스 때문이 아니라 현재를 살고 있는 경제학자와 그 속의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기계처럼 애덤스미스 하면 보이지 않는 손 하면서 여기까지만 생각할 뿐 애덤스미스가 국부론을 쓰기 이전에 썼던 도덕감정론은 까맣게 잊고 있기 때문이다. 애덤스미스가 말했던 자유시장만을 쫓을 뿐, 그 자유시장의 전제조건은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이 책에서 다시 불려 나온 애덤스미스는 자유시장은 여전히 지지하면서 자신이 일찍이 말했던 인간의 덕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 속에 좋은 구절들이 많은데 잠깐 소개를 하자면 '모든 경제적 활동은 인간의 활동이기 때문에 반드시 도덕적이어야 한다.(윌리엄 레트윈)', '이기심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그 이기심을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 자신의 행동의 타당성에 진심으로 신중을 하가는 것이...덕의 진정한 정수이다.(애덤스미스)'. 이 외에 내가 진정으로 감동을 받고 개인적을 반성한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내가 정리를 좀 해서 말을 하자면 이런 것이다.

 

 애덤스미스는 양심은 본능과 이성 두가지를 모두 사용하여 형성된 것이라 한다. 그리고 자기보존이나 자기애의 본능은 한계를 넘지만 않으면 고결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에게는 인정받고자 하는 본능 또한 있는데 이것은 타인, 자신 모두에게 해당한다. 자신이 어떠한 행동을 하기 전에 그 행동을 할지 하지 않을지에 대해서 내면에서는 대화를 벌인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지 않다고 해도 자신이 상상하는 관중,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관중의 인정을 토대로 결정을 내린다. 즉, 자기자신과의 대화를 하는 것이다. 애덤스미스는 이러한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양심을 계발할 수 있다고 한다.

타인과의 동감은 어떻게 이루어 지는가? 타인과의 동감이란 내 느낌이 적절하다고 타인이 인정해 주는 것인데 이러한 타인과의 동감은 상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상상은 진정한 인간이 되라고 조물주가 내려 준 선물과도 같다. 일단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게 되면 나는 행동과 감정을 의식하게 된다. 감정이나 행동이 실제로 적절한지 보기 위해 그것을 주시하게 된다. 그리고 타인이 나를 보는 것처럼 내 자신을 보려고 노력한다. 나는 이 연극에서 배우일 뿐 아니라 '공정한 관객' 이 되는 것이다.

공정한 관객은 양심을 창조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건, 우리는 타인이 던지는 외부적인 찬사를 얻으려고 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서 나오는 내부적인 존경과 찬사도 얻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찬사에 부응하려고 한다. 말하자면 칭찬받기에 마땅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확실히 양심이 인간의 나약함에 패배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신에게 무엇이 가장 적절한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양심에 물어보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자신과의 대화라는 키워드로 집중된다. 자신과의 대화.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자기 가치관을 세우고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어떠한 일에 앞서 그 일이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일인지를 점검해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일을 할 때에만 우리의 양심은 평온할 수 있다. 이 자신과의 대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이는 즉, 가치판단의 결여가 될 것이고 이렇게 가치판단이 결여된 상태에서 행해진 행동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내가 자신과의 대화를 재개할 때 어떤 형식으로든 내 양심에 상처를 주게 된다.

 이 책은 주로 경제학을 다루고 있지만 그 경제학 속엔 인간도 포함되어 있고 그 인간이란 도덕이 살아있는 인간을 말하고 있기에 나에게 이런 반성을 하게 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자신과의 대화를 게을리 했는지 그래서 간혹 내 가치관에 반하는 일을 저질러 놓고 그 후에 얼마나 아파했는지 등을 떠올려 볼 때, 자신의 가치관, 양심을 위해서 자신과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아마도 시장 또한 이러한 자신과의 대화를 게을리 했기 때문에 지금의 모순들이 발생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 시장의 처음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무엇을 위한 시장이었는지 그러한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기본 전제들이 무엇이었는지 즉, 시장의 가치관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질문하지 않게 되고 이야기 하지 않게 되면서 시장이 이 지경이 되진 않았을까? 애덤스미스가 원죄인 양 애덤스미스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고 애덤스미스의 본질을 알지도 못한 채 그를 찬양하는 사람들도 있고 한 것도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여하튼, 이 책은 나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아, 애덤스미스가 이런 말도 했구나,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나이를 조금 더 먹고 공부를 조금 더 하고 내가 조금 더 변함으로써 다시 한번 이 책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참, 너무 애덤스미스에 대한 이야기만 했는데 그야말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자면 책은 소설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일단 시작하기는 쉽다. 친구에게 이 책을 빌려 줬더니 처음 몇장만 읽고는 재밌다고, 재밌을 것 같다고 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읽다 보면, 즉 애덤스미스와 경제학자 리치가 영적 대화를 시작하게 되면 시장이 어떻고 도덕이 어떻고 하면서 조금 심각한 이야기들이 나오게 되는데 이 부분을 재밌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그냥 가볍게 소설처럼만 보고 싶었다면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간중간 적절한 예로써 활용 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나오고 있으니 소설로만 보려 했던 사람들도 이 책을 읽는 데에는 크게 어렵지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던 점은 포커를 치는 장면에서 여러 철학자들이 스미스의 친구로 나오는데 그 이야기가 좀 더 길게 그리고  여러 사상들을 적절히 엮어 내어 재밌게 구성 되어더라면 하는 점이었다. 뭐, 이야기의 중심이 애덤 스미스이니 굳이 다른 철학자들 이야기까지 깊이 다루지 않은 게 오히려 더 잘한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냥 조금 아쉬웠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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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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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들은 신기할 정도의 영속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수명이 아주 긴 원자들은 정말 여러 곳을 돌아다닌다. 당신의 몸 속에 있는 원자들은 모두 몸 속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몇 개이 별을 거쳐서 왔을 것이고, 수백만년에 이르는 생물들의 일부였을 것이 거의 분명하다. 우리는 정말로 엄천난 수의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죽고 나면 그 원소들은 모두 재활용 된다. 그래서 우리 몸 속에 있는 원자들 중 상당수는 한 때 셰익스피어의 몸 속에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우리는 모두 윤회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죽고 나면, 우리 몸 속에 있던 원자들은 모두 흩어져서 다른 곳에서 새로운 목적으로 사용된다. 나뭇잎의 일부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몸이 될 수도 있으며, 이슬방울이 될 수도 있다. " -p148

"결국 우리는 나이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도 없고, 거리를 알 수 없는 곳에 있는 별들에 둘러싸여서, 우리가 확인도 할 수 없는 물질로 가득 채워진 채로, 우리가 제대로 이해할 수도 없는 물리 법칙에 따라서 움직이는 우주에 살고 있다는 셈이다." -p188

"생명이라는 것이 그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생명은 그저 존재하고 싶어할 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생물은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주 흥미롭다." -p353

"지구라는 별은 너무나도 대단하고 신비롭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모든 생명체는 하나이다. 그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심오한 진리이고, 그렇다는 사실이 앞으로 증명될 것이라고 믿는다." -p436

"또다른 친구였던 알렉산데르 폰 훔볼트는 그런 아가시를 보면서 과학적 발견에는 세 단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고 부정을 하고, 그 후에는 그 중요성을 부정하며, 마지막으로는 엉뚱한 사람에게 그 업적을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p441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었던 구절들.

 

이 책은 자연과학사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 지구가 어떻게 탄생했는가, 이 우주를, 지구를 이루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지구에 생명체는 어떻게 탄생했으며, 그것들은 어떻게 멸종되어 갔고, 또 일부는 어떻게 후세에까지 전해지게 되었는가, 우리 인간의 조상은 누구이며, 우리는 어떻게 지금 이 곳에 존재하게 되었는가. 이런 이야기들. 그리고 어떠한 이론이 생겨나게 된 배경이라던지, 그걸 먼저 발견했으나 본인이 그 중요성을 미처 인식하지 못해 자신보다 더 늦게 발견한 사람에게 그 공이 돌아간 이야기라던지, 정말 사소한 우연에 의해 어떠한 이론이 발견된 배경이라던지, 자연과학사가 마냥 어렵고 딱딱하기만 할 것 같지만 이 책은 마냥 어려운 이야기를 그나마 재미있게는 읽을 수는 있게 되어 있다. 절대,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이 어렵지 않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여러 용어들은 생전 처음들어 보는 것들이고 이런저런 이론에 대한 설명은 읽어도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다행인 것은 그런 것들은 그냥 지나쳐도 이 책을 읽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것. 외워서 시험칠 것들도 아니니 우린 그렇게 부담스러워 하지 않아도 된다. 좀 머리 아프다 싶으면 그냥 눈으로 활자를 읽고만 넘어가시라, 그러다 보면 자신이 흥미로워 할 만한 내용들이 이어져 나오기 나오고 우린 그 부분에 대해 재밌어 하면서 이 책을 읽어 주면 된다. 게다가 일부는 정말이지 공감까지 하게 된다는 것. 생명이지 않은가, 우리 모두는.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 이기에 그리고 그 생명은 어찌보면 모두 하나이기에 더더욱 와 닿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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