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샤베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달 샤베트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백희나 작가는 현대라는 배경에 옛이야기를 잘 버무려서 동화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이야기들을 잘 만들어 내는 것 같다. 2004년 대히트를 친 구름빵에 이어서 이번에는 달 샤베트라는 책을 내셨다. 구름이라는 자연물에 빵이라는 먹거리를, 달이라는 자연물에 또다시 샤베트라는 먹거리를 매칭 시켰다. 구름빵이 비가 내리고, 나뭇가지가 앙상한 살짝 쌀쌀한 계쩔을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 책은 달마저 녹아내릴 정도로 더운 한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덥다. 에어컨을 켤 수 밖에 없는 무더위가 계속 되었다. 에어컨을 켜지 말까 하는 날에도 창문을 열면 아래, 위, 옆집에서 돌아가고 있는 에어컨 팬에서 후끈한 공기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것만 같아서 문을 열기도 두려워 진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캠페인을 종종 만나면서 가능하면 에너지를 덜 써야 한다는 부담감도 들긴 들지만. 이내 무더위에 무릎을 꿇고 에어컨을 틀기가 일쑤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희나 작가는 무더위와 에너지, 환경 문제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서 달 샤베트라는 동화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고 있는 전기. 더우면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면 그만일까? 우리들의 전기를 쓰는 평범한 일상이 과연 문제가 없는 걸까? 하는 문제를 던지고 있다. 달이 녹아 내리는 상상력도, 그 녹아내린 달 방울들을 모아서 샤베트로 만든다는 발상도 기발했지만, 샤베트를 먹고 더위가 달아나자 꽁꽁 닫아 두었던 창문을 열고 잠을 청한다는 문제 해결 방법도 참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은 큰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책에서는 정전) 일상적으로 편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인 효과를 깨닫기 어렵다. 아이들은 이 책을 보면서 질문을 많이 던질 것 같다. 엄마. 더우면 달이 녹아요? 옛날에는 안녹았는데 왜 지금 녹아요? 왜 전기를 많이 쓰면 더 더워져요? 왜 에어컨을 키는 것이 나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고 환경과 지구온난화에 대해서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주제 전반부에 달 샤베트를 먹고 잠을 청한 주민들에 이어서 할머니를 찾아온 또다른 손님. 옥토끼의 이야기 또한 재미있었다. 달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 달에는 토끼들이 절구를 빻고 있다는 옛이야기를 알고 있는 아이들이 물을 법한 질문에 대한 답도 풀어주고 있다. 달이 녹아서 토끼들은 집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할머니를 찾아왔다. 화분에 달물을 부어 달맞이 꽃을 피우고, 그 달맞이 꽃이 밝혀내는 빛에 의해서 달이 손톱달에서 보름달로 차오르고 토끼들은 원래의 집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내가 특히 재미있게 본 부분은 '토끼가 집을 잃었다고 늑대를 찾아오는 대목'이었다. 기존의 옛이야기에서는 토끼들에게 늑대는 피해야 할 잘못하면 잡아 먹힐 수도 있는 위험한 포식자였다. 하지만 작가는 나와 너와 자연이 함께 잘 사는 세상이라는 주제에 맞게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화해도 보여주고 있다. 모두가 잘 사는 세상. 그리고 녹아 없어진 달이 다시 차오르듯이 원래의 상태로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돌이키자는 돌이킬 수 있다는 얘기 또한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할머니의 잠자는 모습으로 끝이난다. 달 샤베트 사건이 한 여름밤의 꿈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상과 이런 꿈. 상상만 해도 즐겁고 행복하지 않던가? 실제로 만든 3D 세트와 손으로 그린 2D 종이 그림과, 컴퓨터로 합성한 믹스드 미디어. 역시 다양한 차원과 방법들의 조화로 보이는데. 참 통합적으로 주제를 잘 드러내도록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뒷 면지에는 서지 정보가 있다. 그냥 넘길까 하다가 딱딱한 폰트를 쓰는 일반 책들과는 달리 본문의 귀여운 폰트와 동일한 폰트를 써서 눈길을 끌길래 자세히 들여다 봤다.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이 소개되기 마련인 정보 대신에 이 책에는 지은이와 더불어서 '실제로 도움을 준' 이들의 명단이 친절하게 올라가 있다. "끊임 없는 조언과 의논, 현실적인 조언, 한글 맞춤법 도움, 인형가구우편담당, 그림책의 영감과 응원, 힘솟는 케이크, 육아와 집안일 큰도움"등. 이걸 읽고 나니깐 빛을 못보던 스탭들의 숨은 노고가 훤히 보이는 듯 했다. 그래. 누군가 창작 활동을 하려면 누군가는 집안일을 해줘야 하고, 지쳤을 때 사온 케이크는 큰 힘이 되지. 몇 번이고 책에 대해서 조언해 주고 하는 과정 없이 어찌 책이 나오랴..를 생각하니 괜시리 작가가 더 괜찮게 느껴졌다. 작가도 잘되고, 자잘하더라도 애정을 쏟아 부었던 사람들도 행복한 출판 세상. 역히 화합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콩기름 인쇄를 했고, 비닐 코팅하지 않았다는 안내가 소개되어 있다. 자연을 생각하자는 주제를 물리적으로 실현했다고나 할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끄고 덜 시원해도 한번 싹 샤워하고 나면 자연의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것 처럼 다소 거칠고, 쉽게 더러워 질 수도 있지만 조심조심 다뤄주면 비닐이 없어도 괜찮다는 걸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겠지?  

* 이미지는 알라딘 미리보기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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