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뉴욕 영화로 만나는 도시
스콧 조던 해리스 지음, 채윤 옮김 / 낭만북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책장에 처박아 두었다가 얼마 전에 읽은 '필름 파리'에 이어서 같은 출판사의 '필름 뉴욕'을 읽었다. 아마 세트로 샀었던 모양이다. 품절된 책이기는 하지만,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수 있는 사람도 있으니까 리뷰하는 것이 의미없지는 않다.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44편의 스틸컷과 리뷰가 실려 있는 책으로 '필름 파리'와 구성은 같다. 짧은 리뷰들은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주기에는 턱없이 모자르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번역'이다. 역자가 영화와 영화사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번역된 문장이 도무지 읽히질 않는다. 영역에서 흔히 문제되는 피동형 문장으로의 번역은 기본이고(우리말은 피동형 문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주어와 술어가 제대로 호응하지 않는다. 여러 번 읽어도 의미는 파악되지 않고,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처음으로 돌아와 다시 몇 번을 읽게 된다. 정말 안좋은 번역의 요건은 다 갖추었다. 이 책을 산 사람이 후회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그렇다.


  이 책을 엮은 스콧 조던 해리스는 뉴욕의 영화 관광 안내서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촬영의 개요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포부는 저자만의 것이다. 인상적인 책도 아니고, 관광 안내서로도 흥미를 끌지 못하는 책이다. 거기에다 형편없는 번역이 더해져서 무어라 덧붙일 말도 없게 만든다.


  그런 글들이 있기는 하다. 비문(文)에다 글쓴 사람의 자의식 과잉,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현학적 문장의 나열들... 평론 읽다 보면 그런 한심한 글들 수두룩하게 나온다. 마치 이 책의 번역을 읽는 것과 같은 글들. 글읽기의 악몽을 제공해준다고나 할까. 대부분의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글은 잘 쓰지 못한 글이며, 그건 글을 쓴 사람 자신이 글에서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길을 모르는 사람이 무슨 길을 안내할 수 있겠는가...


  리뷰에 꼭 평가하게 되어있는 별점에 하나를 클릭했다. 전혀 주지 않으면 글이 올라가지 않는 시스템이다. 별 하나도 솔직히 과하다.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산 사람은 뭔가 억울한 마음이 들 것이며, 도대체 이걸 왜 샀나 후회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느니, 뉴욕이 배경으로 나온 영화 한 편 보는 게 낫다. 이 책에 나오지 않는 영화, 마틴 스콜세지의 '디파티드(The Departed, 2006)'를 추천한다. 이 영화는 보스턴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뉴욕에서 촬영되었다. 뉴욕 시 당국의 영화 제작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 때문이었다. 러닝 타임 2시간 30분이 어떻게 흘러가 버리는지도 모르게 만드는 영화. 이런 영화에서 스콜세지를 따라갈 사람은 없구나, 라는 것을 증명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신들린 연기는 언제 봐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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