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법 국회 통과…"해체될 여당의 마지막 패악질"

 

  직권상정 일사천리…민노 "직권상정 날치기 통과 규탄"
  2006-11-30 오후 3:57:06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하다. 재벌에게는 그렇게 약하게 하더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이것이 노무현 정부의 말로가 될 것이다."
  
  여야 의원들이 직권상정으로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는 동안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절규했다. 30일 국회는 논란을 거듭하던 비정규직 관련 3개 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처리했다.
 

  
  "힘 없는 노동자들에게만 당당한 여당이냐"
  
  이틀 째 법사위 회의실을 점거하고 있던 민노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표결 진행 저지에 나섰지만 9명의 의원들과 "비정규직법 날치기처리 규탄한다"는 플래카드 한 장으로 여야의 직권상정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이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심사보고를 진행하려 하자 민주노동당 단병호, 이영순 의원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뉴시스

  단병호, 심상정 의원이 임채정 국회의장의 의사진행을 적극 저지하려 했지만, 열린우리당 선병렬, 오영식 의원 등에게 가로막혔다. 임 의장도 "소란을 피우지 말고 자리에 들어가 앉으라"고 응수했다.
  
  한나라당과 비정규직법안 작권상정에 이미 합의한 우리당은 거칠 것이 없었다. 소속 의원 40여 명은 미리 본회의장에 진입했고 선병렬, 김형주, 김태년 의원 등 10여 명은 의장석을 에워싸고 혹시 있을지 모를 물리적 충돌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권영길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노동부 장관이 법안에 대해 재논의하자고 하더니 지금 뭐 하는 짓이냐"며 강력히 반발했다. 심상정 의원도 "힘없는 노동자들에게만 당당한 여당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비정규직 악법에 대한 직권상정을 당장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노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일부 여당의원들은 "이제 그만해라. 할 만큼 하지 않았느냐"고 맞고함을 질렀고 "국회의장은 빨리 표결을 진행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점거에는 꼼짝 못하더니…"
  
▲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비정규직법안의 직권상정에 항의하며 국회의장석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한편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민노당 의원들을 제외하고 표결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사람은 우리당 임종인 의원뿐이었다. 국회의장이 반대토론 없이 표결을 진행하자 임 의원은 "한나라당이 점거할 때는 아무 것도 못하던 여당이 뭐 하는 짓이냐"며 "국가보안법이나 전효숙 임명동의안은 왜 직권상정하지 않았느냐. 이게 정의인가"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앞서 본회의장 앞에서는 민노당 당직자 및 보좌관들이 국회 경위들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일부 당직자들의 안경이 깨지는 사태도 벌어졌다. 여당의 일부 여성 당직자들도 몸싸움에 합세하면서 본회의장 입구는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몸싸움이 격해지면서 비명소리도 터져 나왔다. "날치기 통과 규탄한다"는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던 한 여성 보좌관은 "남성 경위가 몸을 거꾸로 바닥에 메쳐서 머리를 다쳤다"고 말했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곧 해체될 여당의 마지막 패악질을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비정규직법안이 표결처리 된 직후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로써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과 남용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며 "노사를 비롯한 국민들께서 보여 준 관심과 기대를 깊이 새겨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호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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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비정규법안 날치기 통과

임채정, 벼르고 들어와 직권상정 감행.. 민노, 망연자실

정용진 기자 jeremi20@jinbo.net

 ⓒ 진보정치 이치열 기자

30일 2시 30분 비정규직법안이 임채정 국회의장에 의해 직권상정, 관련 법안 3개가 모두 통과됐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직권상정을 말아달라고 거세게 반발했으나 결국, 임채정 국회의장은 관련 법률을 차례대로 표결 처리했다.

임채정, 거센 반발속에 직권상정 감행

임채정 국회의장은 2시 18분 개의를 선언한 후 "비정규직 관련 법안에 대해 국회법에 따라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자들과의 협의를 거쳤으므로 직권상정을 하겠다"고 말하는 등 처음부터 벼르고 온 듯 바로 상정을 시도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날치기 통과를 규탄한다", "비정규직 악법 철회하라"며 반발하고, 단병호 의원이 단상 가까이로 나와 의장석 바로 아래서 임채정 의장의 발언 중 마이크를 낚아채는 등 저지를 시도 했으나 역부족 이었다.

자리에 앉아 있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제 좀 그만 하라" "해도 너무한다"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임채정 의장은 표결과정에서 민주노동당 의원 등 관련한 반대토론 절차도 거치지 않고 바로 표결처리에 들어갔다. "왜 반대토론 기회도 주지 않느냐"며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으나 임채정 의장은 "정상적으로 토론을 진행할 상황이 아니다"며 그대로 강행했다.

결국, 20분 만인 2시 37분경 2년여를 국회에서 표류하던 비정규 3법은 이렇게 통과됐다.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안 재석199인 중 찬성 169, 기권 30, 반대 0으로 가결,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중 개정법률안 재석198인 중 찬성 169, 반대 1로 가결, △노동위원회법중개정법률안은 재석 205인 중 찬성 172, 반대 1로 가결 등 모두 통과됐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표결 내내 고성을 지르며 야유를 보내는 등 애를 태웠으나 표결처리까지 마친 현재, 분노속에서 '비정규악법 날치기처리 규탄한다'는 현수막을 펼쳐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으나 무력감에 망연자실 해 있다. 국회 본회의는 지금 산적한 다른 현안들을 신속한 절차로 표결 처리를 진행 중이다.
 ⓒ 진보정치 이치열 기자

 ⓒ 진보정치 이치열 기자

 ⓒ 진보정치 이치열 기자

직권상정 사전예고, 민노- 원내 소수정당 한계 여실히 느껴

한편, 이는 전날인 29일부터 예고되어 왔다. 전날 민주노동당의 법사위 점거로 간신히 처리를 무산된바 있으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를 거쳐 늦어도 12월 1일까지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서라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공표한 바 있다.

30일 오전에는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늘 직권상정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날도 법사위 회의장을 점거했으나 열린우리당이 본회의에서 직권상정 처리할 경우, 9명의 의원이 물리력으로 200명에 육박하는 열린우리당 의원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인 점을 감안, 통탄한 분위기가 팽배했다. 다만 여지껏 해 왔듯 "최선을 다한다"는 의지만큼은 서로 확인했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2시에 진행될 본회의에 앞서, 본회의장 입구에서 민주노동당 보좌진으로 구성된 30여 명의 인원이 본회의장 정문 출입구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는 등 저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 진보정치 이치열 기자

 ⓒ 진보정치 이치열 기자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측은 여성 보좌관들을 동원해 이들의 시위를 가로막는 등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피켓을 들고 서있는 민주노동당 보좌진들과 불과 3미터의 간격을 두고 마치 '인간 바리케이트'를 쳐 피켓 내용을 확인할 수 없도록 가리고 서 있었던 것이다.
 ⓒ 진보정치 이치열 기자

또한 이어서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회의장으로 들어서자 국회 경위와 피켓시위대간의 충돌이 발생해 민주노동당의 한 여성 보좌관이 바닥에 내팽겨쳐져 머리를 다치고 안경이 부러지는 등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미 이날 오전에 가진 59차 최고위원회에서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안타깝다. 겨우 9석 작은 정당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라며 참담한 심경을 드러내는 등 이미 이 같은 사태를 받아들였다. 그는 "고육지책일 뿐이지만 저 거대 정당들끼리 합의하고 밀어붙이면 우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여당이 본회의 직권상정을 강행할 경우 막을 수 있는 별다른 도리가 없는 원내 9석을 가진 소수정당으로서의 한계를 여실히 자인하는 부분이다.

문성현 대표는 다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역사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오늘 비록 묵살되고 짓밟히더라도 꿋꿋하게 우리의 할 일을 해나가는 것이 앞으로 투쟁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며 남은 힘을 다해 비정규법안 통과 저지를 해나갈 것을 다짐했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당초 이번 본회의에서 비정규법안이 안건으로 올라올 경우, 의장석 점거 등 몸을 던져서 막아내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실제 회의과정에서는 이마저도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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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은 이미 왔다"

 

  찰머스 존슨의 '미 제국주의 비판' 〈6ㆍ끝〉
  2006-04-14 오전 11:58:35
  톰 : 선생께서는 지원병으로 이루어진 미국의 군대도 결국은 실패한 제국의 친위병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보시는 겁니까?
 
 

  
  찰머스 :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농후합니다. 이미 우리 군부가 정부의 무능함을 참고 견디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제 말은 미군의 장교들은 그들의 귀중한 군대가, 베트남전쟁 이후 그토록 애를 써서 다시 일으켜 세운 군대가 이제 또다시 해체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일반 병사 모집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이젠 사관학교들도 곤경에 빠져 있습니다. 글쎄,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군대가 정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바그다드 공격을 책임졌던 토미 프랭크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만일 미국에서 9.11에 맞먹는 테러 공격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군부로서는 정부를 접수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입니다. 다시 말해, 만일 우리가 일을 제대로 하려 한다면, 어째서 조지 부시 같은 무능력자의 말을 들어야 한단 말입니까? 도날드 럼스펠드처럼 구시대적 인물의 명령을 받아야 한단 말입니까? 존 매케인을 빼고는 사실상 군대 갔다 온 의원이 하나도 없는 공화당 의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단 말입니까?
 

  
  저로서는 우리의 문제를 풀 수 있는 확실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치체제는 이미 파탄이 났습니다. 야당에 정권을 주어봐야 CIA를 통제하지 못합니다. 군산복합체도 통제하지 못합니다. 의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없습니다. 정권을 바꿔봐야 시간끌기일 뿐이고, 상황은 갈수록 나빠질 겁니다.
 

  
  물론,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만일 내가 틀렸다면, 당신은 매우 행복해질 것이고, 그렇다면 나를 용서할 수도 있겠지요. (웃음) 과거에도 우리는 행정권의 명백한 남용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남북전쟁 당시) 링컨은 (전쟁을 이유로) 영장제도(habeas corpus)를 철폐했고,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행정명령이라는 걸 사실상 만들어냈습니다. 루즈벨트 이전 대통령들은 행정명령이란 걸 발동하지 않았습니다만 루즈벨트는 1000건이 훨씬 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습니다. 그리고 네오콘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미친 장로교 목사 우드로 윌슨이 있지요. 또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2차대전 중) 일본계 미국인들에게 저지른 탄압(적성국가 출신이란 이유로 수만명을 강제로 집단 수용했음. 아버지 부시 때 사과하고 보상금을 지급: 역자)은 또 어땠습니까? 그렇지만 과거에는 행정권의 남용 이후에 반드시 (이를 바로 잡으려는) 반작용이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이름으로 행해진 잘못에 크게 우려했고, 이를 바로 잡은 것입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에도 과거와 같은 반작용이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톰 : 그런 반작용이 없을 수도 있겠죠.
 
 

  
  찰머스 : 오늘날 체니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1973년의) 전쟁수권법(War Powers Act), 정보기관에 대한 의회의 감시 등등으로 인해 대통령의 권한이 크게 축소됐다는 겁니다. 이건 제가 보기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주장인데, 왜냐하면 이 조치들은 닉슨행정부가 저지른 엄청난 헌법위반을 바로잡기 위해 취해진, 미약한 조치들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대부분의 조치들은 유명무실한 실정입니다. 예컨대 지금까지 어떤 대통령도 전쟁수권법을 정당한 법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의회 동의 없이 치러진 베트남전쟁 이후, 전쟁 개시의 권한이 의회에 있음을 규정한 법이 전쟁수권법임. 그러나 걸프전, 아프간전, 이라크전 모두 의회 동의 없이 시작됐음: 역자) 역대 대통령들은 마치 전쟁수권법이 없는 것처럼 행동해 왔습니다. 전쟁을 하고 안 하고의 결정은 분명 의회의 권한인데도 말입니다. 법치국가라고요? 아닙니다, 미국은 법치국가가 아닙니다. 이젠 더 이상 아닙니다.
 
 

  
  톰 : 우리는 보통 소련의 붕괴로 냉전은 끝났고, 미국의 승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 중 하나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미국은 소련보다 훨씬 강력했기 때문에 자신의 빚을 다른 나라들에 떠넘길 수 있었고, 소련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붕괴(implode)했다는 겁니다. 제 질문은 이겁니다. 냉전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게 아닐까요? 어쩌면 미.소 두 수퍼파워 모두 저 유명한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향하고 있고, 다만 그 속도가 다를 뿐이며, 지금 우리는 미국의 붕괴를, 지연된 냉전의 종말을 목격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찰머스 : 저는 언제나 소련이 먼저 망할 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들이 우리보다 가난했으니까요. 냉전의 종식에서 우리가 얻은 오만한 결론, 즉 미국이 승리했다는 것은 핵심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저는 언제나 미국과 소련 모두 똑같은 이유들 때문에, 냉전에서 함께 패배할 것이라고 느껴 왔습니다. 제국의 과도한 팽창과 지나친 군사주의, 바빌로니아 이후의 제국들을 연구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지적해낼 수 있는 원인들이죠. 우리는 결코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높게 평가하지 않고 있죠. 대부분의 역사가들은 '어떠한 제국도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고르바초프 치하의 소련이 바로 그러한 유일한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톰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찰머스 : 저는 아직도 제국의 문제에 천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노력은 〈블로우백(Blowback)〉이었지요. 이 책은 9.11 훨씬 이전에, 미국에 대한 엄청난 테러공격은 상상도 못했던 때에 시작됐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했던 바는 21세기 미국 외교정책의 문제들은, 저는 아직도 그러하다고 보는데, 20세기의 잘못들, 즉 중남미에서의 미국의 탐욕스러운 행동들과 베트남전쟁의 진정한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데서 비롯될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제국의 슬픔(Sorrows of Empires)〉은 미 군사주의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지금 저는 미국은 어찌하여 똑똑한 동맹국가들, 그들 하나하나, 그리하여 모두를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는지, 어찌하여 세계의 미움을 받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는지를 곰곰 생각하고 있습니다. 탈레랑의 말을 빌자면 우리는 결코 만회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 거죠.
 

  
  그래서 저는 〈블로우백 3부작〉의 마지막, 〈네메시스(Nemesis)〉를 쓰기로 한 겁니다. 네메시스는 복수를 뜻하는 그리스의 여신입니다. 이 여신은 또한 지나치게 교만해진 자, 스스로에게 너무도 도취한 나머지 어떠한 신중함도 잃어버린 자에게 징벌을 가하죠. 이 여신은 언제나 한 손에는 저울을, 심판의 날을 뜻하죠, 다른 한 손에는 채찍을 든 무서운 형상으로 묘사됩니다.
 
 

  
  톰 : 네메시스가 우리 뒤를 쫓아 오고 있다?
 
 

  
  찰머스 : 아니, 네메시스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제 생각에 네메시스는 우리 주위를 어슬렁거리면서 자신의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곧 그 때가 오겠죠.
   
 
 

찰머스 존슨/일본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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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장래? 파산 아니면 쿠데타"

 

  찰머스 존슨의 '미 제국주의 비판' 〈5〉부시 행정부, 군사주의 벗어야
  2006-04-13 오전 9:27:34
  찰머스 : 조지 부시의 입장에서 보자면, 부시행정부는 그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이루고자 원했던 것을 모두 이뤄냈습니다. 우선 군사주의를 강력하게 진전시켰습니다. 대다수 미국인의 마음속에서 군부는 이제 미국사회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작동되는 조직입니다. 지배계급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불려주었고, 권력분립의 원칙을 가능한 최대한까지 파괴했습니다. 이것들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권력분립의 원칙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의회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것인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미국의 시민들이 이 과업에 나서도록 만들 수 있을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시민들만이 이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법원도 할 수 없고, 대통령은 필경 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생각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이 파산하는 겁니다. 2001년의 아르헨티나가 그랬던 것처럼. 중남미에서 가장 부유했던 나라가 하루아침에 가장 가난한 나라가 돼버렸습니다. 붕괴한 것이죠. 돈을 빌릴 능력도 상실했고, 사태를 통제할 능력도 잃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지난 90년대 자신들의 부패한 대통령들이 말도 안 되는 조언에 귀를 기울였음을, 멍청한 짓만 골라서 했음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정상을 되찾았죠.
 
 

  
  톰 : 그렇지만 초강대국의 파산이라? 이건 누구도 생각해 보지 못한 상황 아닙니까? 대영제국이 퇴장할 때는 미국이 그 뒤에 있었습니다. 우리를 도와줄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요?
 
 

  
  찰머스 : 없습니다.
 
 

  
  톰 : 그렇다면 미국이 파산한다는 건 뭘 뜻하는 겁니까? 미국이 곧 아르헨티나는 아니잖습니까?
 
 

  
  찰머스 : 사태에 대한 통제력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갑자기 미국은 외부의 적선에 기대게 되겠지요. 미국의 무역적자는 이미 연간 7250억 달러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재정적자도 미국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죠. GDP의 6%가 넘습니다. 말도 안 되는 국방예산은 로켓처럼 치솟고 있고, 게다가 이미 이라크전쟁에만 5000억 달러를 쏟아 부었습니다. 그 돈 하나하나가 중국에서, 일본에서 온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미국시장에 물건을 팔아먹기 위해 그 돈을 빌려주고 있는 겁니다. 그들이 '더 이상 미국에 돈을 빌려주지 말자'라고 결정하는 순간, 미국의 금리는 치솟을 것이고 주가는 폭락할 겁니다.
 

  
  지금 우리가 빌린 돈의 이자를 갚기 위해서만 하루 20억 달러를 쓰고 있습니다. 중국, 일본 등이 더 이상 돈을 빌려주지 않기로 하는 순간, 우리는 국내저축에서 이 돈을 충당해야 하는데 현재 미국의 국내저축률은 마이너스입니다. 미국인들로 하여금 소득의 20%를 저축하도록 만들려면 금리 수준이 최소한 연 20% 이상이 돼야 하는데, 그 경우 엄청난 공황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우리 어머니가 항상 말씀하셨던 1930년대의 그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당시 우리는 아리조나의 시골에 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우리 집 뒷문을 두들기더니 "혹시 일거리가 있을까요? 급료는 필요 없고 먹여주시기만 하면 됩니다"라고 말하더랍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물론 있지요. 댁에게 일거리를 주고, 계란과 감자를 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답니다.
 

  
  이런 종류의 공황이 미국에서 한동안 지속될 겁니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겠지만 미국보다는 빨리 회복할 겁니다.
  
 
 

  톰 : 그렇다면 선생께서는 중국, 일본, 유럽 경제가 미국과 함께 동반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없이도 잘 해나갈 수 있다, 이렇게 보시는 겁니까?
 
 

  
  찰머스 : 물론이죠. 이 나라들은 미국 없이도 잘 해나갈 것으로 봅니다.
 
 

  
  톰 : 혹시 선생께서는 예를 들어 중국의 거품경제가, 특히 대미 수출에 의존하는 부문이 붕괴해서 그곳에서도 혼란이 초래되는 상황은 생각해 보시지 않았습니까?
  
 
 

  찰머스 :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 해도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정부를 원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중국경제가 궁극적으로 내수에 의존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면, 이들이 영원히 미국에 스웨터나 파자마 따위를 파는 것에 만족하지는 않겠죠. 물론 미국경제는 큽니다. 그렇지만 미국경제가 너무도 크기 때문에 우리가 없으면 세계가 굴러가지 못할 거라고 믿을 근거도 또한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습니다. 무기를 빼고는 뭐 하나 제대로 생산하는 것이 없으니까요.
 

  
  언젠가 우리는 신중치 못한 생활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겁니다.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의 이른바 미사일방어기지에 아무 것도 맞히지 못하는 미사일 8기를 설치하기 위해 인프라를 포기하고, 건강보험도 포기하고, 교육까지도 방치한 그 어리석음에 대한 무시무시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사실 미사일방어기지의 이 미사일들은 실험 결과 발사조차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톰 : 달러가 언제까지 국제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십니까? 최근 이란이 국제결제 통화를 달러에서 유로로 바꾸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는데….
 
 

  
  찰머스 : 그렇죠, 이란은 유로로 결제되는 국제석유거래소를 만들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나라가 그 계획에 동참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모든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경제학원론에 따르면 어떤 한 나라가 역사상 최대의 무역적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경제체제가 평형을 되찾으려면 해당 국가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돼 있습니다. 이 말이 뭔가 하면, 달러화의 가치가 엄청나게 떨어져 어떤 미국인도 렉서스(일본 도요다사의 고급승용차: 역자)를 살 수 없고, 이탈리아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리어카에 달러를 가득 싣고 가야 된다는 얘깁니다.
  
 

  톰 : 최소한 CIA가 이탈리아에서 백주 대낮에 사람을 납치하는 것과 같은 고질병은 고치게 되겠군요.
  
 
 

  찰머스 : (웃음) 다른 건 몰라도 납치범들이 밀라노의 별 5개짜리 고급호텔에 묵지는 못할 겁니다. 그건 확실합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현재 미 재무부가 발행하는 국채 증서를 엄청나게 많이 갖고 있습니다. 만약 달러의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경우, 달러를 끝까지 갖고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을 잃게 될 겁니다. 당연히 누구든 달러를 먼저 버리려 하겠지요. 그렇지만 누군가가 달러를 버리게 되면 모든 사람들에게 엄청난 패닉을 유발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는 매우 신중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1년 전, 한국의 중앙은행 총재가,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2000억 달러 가량 되는데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외환보유액 중에 달러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 같다,' 다시 말해 (달러를) 유로라든가, 심지어 두바이 화폐로 바꾸는 것이 낫겠다는 얘기지요. 즉각 패닉이 시작됐습니다. 사람들이 달러를 마구 내다 판 것이지요. 부시가 한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네들 뭐 하자는 거야?'라고 항의했습니다. 결국 한국은 한 발짝 물러섰지요. 지금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최근 미국의 젊고 똑똑한 경제학 박사들이 이러한 상황(미국의 무역적자가 지속되면서도 달러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 역자)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는 희한한 논리를 잇달아 개발해내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이런 겁니다.
 

  
  '세계 도처에 저축이 넘쳐나고 있다, 사람들은 돈은 많지만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미국에 빌려준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잡지 〈네이션〉의 매우 사려 깊은 경제전문 기자 윌리암 그라이더가 여러 번 지적한 것처럼, 세계 최대의 채무자가 자신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에 대해 돌아가면서 모욕을 주는 것은 아주 지각없는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은 이번 여름에 태평양에 4개 항공모함으로 구성된 함대를 보내 중국을 위협할 예정입니다. 태평양을 항해하면서 전투기를 띄우고, 크루즈 미사일을 몇 발 발사하겠지요. 이런 꼴을 보면서 중국이 '그래, 그럼 달러를 버리지'라고 얘기하지 말란 법이 있습니까? 물론 달러 투매로 중국 국내에서도 혼란이 초래될 수 있겠지요. 그래서 만일 중국이 달러를 버리기로 작정을 했다면 아주 미묘하게, 혼란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처리할 겁니다.
 

  
  도대체 이 행정부는 뭘 하고 있는 겁니까? 막대한 적자를 줄여야 할 판에 세금 감면 정책을 펴고 있으니 말입니다. 내가 아는 한, 부시 행정부의 정책들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이념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재정측면에서 책임 있는 정책, 즉 항공모함이라든가 기타 비생산적인 일에 돈을 쓰지 말자는 공화당의 전통적 보수주의와는 정반대 편에 서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시행정부의 관리들은 과격파(radicals)라는 겁니다. 또라이들(crazies)이지요. 우리 모두는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대통령은 왜 헌법을 위배하는 것이며, 군부를 제멋대로 행동하도록 놔두고, 나아가 무슨 일만 생기면 군부에 의존하는 겁니까? 제2의 카트리나가 발생하고, 조류인플루엔자가 창궐해도 군부에 기댈 겁니까? 이 모든 것이 마치 한 편의 코미디 같기도 하고, 또 고대 로마를 연상케도 합니다.
 

  
  만일 미국이 파산한다 해도 우리 국민들이 각성하지 못한다면, 제가 존경하는 한 작가가 언젠가 썼던 것처럼, "쿠데타를 간절히 바라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아마도 미국은 로마 공화정이 종식된 것과 같은 길을 걷게 될지도 모릅니다. 혼란과 무질서가 극에 달하면, 사람들은 한 사람의 영웅을 고대하게 됩니다. 대략 미합중국이 존속했던 기간(230년)이 지나고 난 후 로마공화국은 그러한 함정에 빠져 듭니다. 그들에게 필요하지도 않았고, 관리할 수도 없었던 제국을 우연히,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갖게 된 탓에 그들은 항상 전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빠져 듭니다.
   
 
  찰머스 존슨/일본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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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지 않을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찰머스 존슨의 '미 제국주의 비판' 〈4〉
  2006-04-12 오전 11:21:02
  : 지금까지 펜타곤의 2007년도 국방예산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에 대해 얘기를 해 왔는데요….
 
 

  
  찰머스 : 제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건, 현재의 국방예산이나 최근의 4개년 국방계획검토(QDR), 사실 여기에는 전략이라고 할 만한 게 하나도 없지만, 어쨌든 이 두 가지 모두가 우리가 예전부터 해오던 것을 그저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세계 도처에 퍼져 있는 200여 개의 미군 전용 골프장이 잘 관리되도록 하는 것, 장군님이나 제독님들이 언제라도 알프스에 있는 미 육군전용 가르미쉬 스키장이나 서울과 도쿄에 있는 호사스런 미군 전용 호텔로 떠나실 수 있도록 제트기를 대기시켜 놓는 것, 이런 따위의 일들이죠.
 

  
  또 하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건 도대체 의회는 뭘 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의원들이 부패에 젖었기 때문인가요? 그것도 일부 이유는 될 수 있겠지요. 제가 사는 곳은 캘리포니아주 50선거구입니다. 지난해 12월 이 지역구 출신의 랜디 커닝햄 하원의원이 미 연방의회 역사상 단일사건으로는 최대의 부패사건을 고백했는데, 세출위 군사소위 위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해서 방위계약을 성사시켜 준 대가로 롤즈로이스 승용차, 프랑스 골동품 등 240만 달러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심지어 펜타곤도 원치 않는 국방예산을 얹어주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언젠가 누가 말했듯이 이제 의회도 매우 값싸게 매수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커닝햄이 받은 뇌물은 240만 달러 상당이었지만 성사된 방위계약은 무려 1억7500만 달러였으니까요.
 

  
  미 군부는 이제 완전히 통제불능의 상태에 있습니다. 행정부의 일부로서 국방부는 (2차대전 후) 안보국가라는 미명 하에 팽창에 팽창을 거듭해 왔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펜타곤은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불렸습니다. 지금은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로 불립니다. 방어(Defense)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말이죠. 오랫동안 그렇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오늘날에는 이른바 '조국안보'를 위한 별도의 부서(국토안보부: 역자)까지 생겨났습니다. 도대체 그런 정부부서가 필요할까요. '국방부'도 마찬가지고요.
  
 

  커닝햄 의원이 자신의 부정을 고백하기 훨씬 이전에 저는 '군산인간(Military-Industrial Man)'이라는 칼럼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실었습니다. 이 칼럼에서 저는 당시 커닝햄 의원이 저지르고 있는 일들을 적시하면서,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의 정치적 입지가 너무도 탄탄해 그를 쫓아낼 방도가 없다고 개탄했습니다. 이 칼럼이 실린 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는 독자 편지 2통이 왔습니다. LA 중심가인 34번 선거구에 사는 이 독자들은 커닝햄 의원 같은 사람이 자기 지역구의 의원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답니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 일자리만 창출해낼 수 있다면, 알래스카에 있는 미사일방어기지의 미사일이 제대로 발사되든 땅으로 처박히든 전혀 관계치 않겠다는 겁니다. 예, 우리는 거대한 첨단 허수아비에 불과한 미사일방어망에 이미 1000억 달러나 퍼부었습니다. 미사일 방어를 위한 이른바 요격미사일이란 게 목표물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준장치조차 없습니다. 실험은 실패했고, 이 시스템은 작동되지 않습니다. 미사일방어란 필시 이보다 훨씬 불길한 어떤 것을 호도하기 위한 명분임이 분명합니다. 미 공군력을 우주에까지 확대하겠다는 것, 그들이 좋아하는 표현으로는 "(우주의) 전면적 지배(full spectrum dominance)"를 추구하기 위한 허울임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이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파적 편견에서 바라보아서는 안 되겠죠.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나을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민주당은 결코 그런 적이 없으니까요. 민주당도 공화당만큼이나 열심히 군대를 팽창시켜 왔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야수(beast)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오늘날 이 야수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해보죠. 미국 헌법의 기초한 제임스 매디슨에 따르면, 정보를 얻을 권리는 다른 모든 권리를 가능케 하는 권리입니다. 이 권리가 없으면 다른 모든 권리는 쓸모가 없어집니다.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가 없다면 권리장전(Bill of Rights)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미 오랫동안 이 나라에는 비밀주의가 판을 쳐 왔지만 부시 행정부 들어 그 정도는 차원을 달리할 정도가 훨씬 악화되고 있습니다. 존 애시크로프트가 법무장관이 되고 나서 한 일은 정보공개법에 의한 정보 접근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입니다.
 

  
  펜타곤의 눈 먼 돈(black budget)의 규모는 부시 행정부 들어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행정부 바깥의) 누구도 이들 프로젝트의 정체를 알 수가 없습니다. 마이클 헤이든 전 국가안보국(NSA) 국장 같은 제복을 입은 군인이 의회에 나와 증언을 하는 광경은 제게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이한 진풍경으로 보입니다. 언젠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이제까지 NSA가 영장 없이 도청한 사례가 최소한 몇 건이나 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아십니까? "저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였습니다. 약 1년전 국방정보국(DIA)의 국장인 제이코비 제독에게 '미국 정부는 아직도 아메드 찰라비에게 매월 34만 달러씩을 지급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그의 대답 역시 "대답하지 않겠습니다"였습니다.
 

  
  이런 지경이 되면 상원의원 한 명 쯤은 즉각 일어서서 "연방보안관, 저 자를 체포하시오"라고 외쳐야 되는 것 아닙니까? 이거, 의회모독죄 아닙니까?
 
 
 

  
   : 의회가 그토록 멸시를 받아 마땅한 이유도 있다고 말씀하시고 싶은 거죠?
 
 
 

  
  찰머스 : 물론 그렇습니다. 이 친구들이 왜 그토록 뻣뻣해졌는지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1977년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던 리차드 헬름스가 의회에 대해 거짓증언을 한 중대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아옌데 대통령을 축출한 칠레의 군사쿠데타와 미국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딱 잡아뗐습니다. 미국이 이 쿠데타를 속속들이 기획하고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헬름스는 집행유예 형과 약간의 벌금을 물고 랭글리에 있는 CIA본부로 돌아왔는데 직원들로부터 그야말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우리들의 영웅이다!', 이거죠. 그는 자랑스럽게 정보기관의 비밀엄수 원칙을 지킨 겁니다. 대통령의 사병(私兵)인 이 정보기관들, 이들에 대해서 우리는 속수무책입니다. 그들의 모든 행동은 비밀입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예산의 어느 한 항목도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 군부 역시 대통령의 사병(私兵)으로 변질돼 가고 있지 않습니까?
 
 

  
  찰머스 : 그렇습니다. 저는 징병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쉽게 조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조국을 지키는 것이 시민의 의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나라를 지켜야 할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많긴 합니다만, 적어도 시민군은 군사주의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군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입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관이 유능한지, 전략이 제대로 세워졌는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전쟁이 정당한 전쟁인지에 대해 매우 민감합니다. 베트남전쟁 때처럼 군인들이 정부의 거짓말에 속아서 전쟁에 참여하게 됐다고 믿게 된다면 미국의 군대는 해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사병들이 상관들에게 얼마나 들이댔던지 크라이튼 아브람스 장군 같은 이는 베트남에서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그것을 베트남화(Vietnamization)라고 부르든 뭐라고 부르든, 실제로 일어난 상황은 그랬습니다. 현재 이라크의 상황도 그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조간신문을 펼쳐 보면 미군 당국은 이제 4등급 장정도 군인으로 징발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심각한 장애가 있는 사람을 말입니다. 이들은 결국 총알받이밖에 되지 못할 겁니다.
 

  
  미국은 지금 부자가 아닙니다. 2005년 미국의 무역적자는 자그마치 7258억 달러나 됩니다. 기록이죠. 1년 만에 무려 25%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제대로 된 공산품 하나 만들지 않고, 이따위 전쟁이나 하면서, 쓸모없는 무기들만 잔뜩 생산해가지고는 사회가 오래 지탱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공화당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수석 보좌관을 지냈던 허버트 스타인이 한 유명한 말이 있죠.
  
  "지속되지 않을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Things that can't go on forever don't.)"
 
 
 

  
   : 우리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했군요.
   
 
 

찰머스 존슨/일본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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