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세계엔 어떤 일이 생길까
한겨레 김순배 기자 류재훈 기자 유강문 기자
‘2007 지구촌’은 주요 국가들의 연이은 선거로 지도부의 새판 짜기를 예고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에서 최고 권력자 교체가 이뤄진다. 중국에서도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일신하고,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도 참의원 선거로 테스트를 받는다. 미국·러시아에서는 내후년 대선을 앞둔 치열한 준비작업이 예상된다.

또한 이라크 사태, 남미 좌파의 움직임, 세계 경제의 동향도 눈을 뗄 수 없는 관심사이다.

 

미국, 2008년 대선 앞두고 각축전 치열

 1월 초로 예정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새로운 이라크 정책 발표는 앞으로 2년간 행정부와 의회관계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초당적인 이라크연구그룹의 권고를 거부하고, 이라크 주둔 미군의 증파 결정을 발표하면 12년 만에 상하원을 동시 장악한 민주당과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다. 상원 외교위는 1월9일부터 이라크정책에 대한 청문회를 예고해 놓고 있다. 이와 함께 2월1일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레임덕’ 2년의 국정운영의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서 미국 정치는 2008년 대선을 향한 숨가쁜 행보를 벌인다. 민주당에선 대선 출마선언을 미뤄왔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바라크 오바마 상원의원이 조기에 출마선언을 하면서, 선거전에 불을 댕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공화당은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선두권에 서고 이를 쫓는 후발 주자들의 도전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진흥권한(TPA) 소멸시한(6월30일)을 앞둔 한미자유무역협정의 타결과 의회 통과 여부도 관심사항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일본, 7월 참의원 선거 아베 정권 분수령

 2007년 일본의 최대 관심사는 7월 참의원 선거다. 출범 3개월을 맞은 아베 정권의 장수 여부를 결정하는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취임 초만 해도 순항이 예상됐다. 하지만 지금은 먹구름이 가득하다. 참의원 선거를 겨냥해 우정개혁 반대파의 자민당 복귀를 서두른 것이 역풍을 불렀다. 주요 인사들의 잇단 추문도 내각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교육기본법 개정과 방위성 승격을 밀어붙인 자민당이 헌법 개정에 얼마나 가속도를 낼 것인지도 주목거리다. 헌법 개정 절차를 담은 국민투표법을 내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게 자민당의 목표다.

내년 4월 야스쿠니신사의 춘계대제는 아시아외교 중시를 밝힌 아베 정권의 진정성을 재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아베는 지난해 이 대제 때 은밀하게 야스쿠니를 참배한 뒤 지금까지 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가 또 참배한다면 4월과 상반기로 추정되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노무현 대통령 방일의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한·중관계는 급속히 냉각할 가능성이 크다.

순조로운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아시아에선 타이 군정의 민정 복귀, 대만과 필리핀의 정국불안 등이 주요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중국, 후 체제 강화…경제과열 진화 화두

 중국은 2007년 정치 지도체제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가을 열리는 17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한 중국의 권력구도가 대폭 물갈이될 예정이다.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자칭린 정협 주석, 황쥐 부총리, 뤄간 중앙정법위 서기가 교체되고, 그 자리를 후 주석의 권력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들이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마디로 후 체제의 강화이다.

새해 초 이뤄질 후 주석의 일본 방문도 관심거리다. 중국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취임 직후 방중을 계기로 야스쿠니로 냉랭했던 양국관계를 급속하게 회복시키고 있다. 중-일의 접근은 한반도 정세에 ‘대국의 논리’가 작용할 공간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 경제는 성장구조와 방식에서 일대 전환를 모색한다. 중국은 내년도 경제정책의 기조로 ‘좋고 빠름’(又好又快)을 내걸었다. 고속성장 시절의 ‘빠르고 좋음’(又快又好)이란 구호에서 ‘좋음’을 앞에 둔 선택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경제성장률을 한자릿수로 끌어내릴 계획이다. 과열된 경제를 식히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으로 인한 사회 불안이 고조될 수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유럽, EU 50주년…프 영 최고지도자 교체

 2007년은 전 세계인의 눈길이 유럽에 쏠리는 ‘유럽의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의 시초가 된 유럽경제공동체(EEC) 창설조약인 로마조약 50주년(3월25일)을 맞으면서, 유럽연합 헌법의 부활 등 새로운 도약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새로 합류해 27개 회원국으로 늘어나면서, 유럽연합 확대 속도와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프랑스에서는 첫 여성 대통령(세골렌 루아얄)의 탄생을 가늠할 대통령 선거가 4월22일 열린다. 영국에선 재임 10주년을 맞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6~7월께 물러나고, 유력한 후계자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차기 총리로 취임할 예정이다. 러시아도 3선이 금지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08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후계구도 짜기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문제를 둘러싼 유럽과 러시아의 관계설정도 관심거리다.

이밖에 발칸반도의 코소보 독립 추진은 남오세티야 등 옛 소련 자치공화국 내의 분리운동과 맞물리면서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올해 내내 유럽을 괴롭혔던 불법이민, 이슬람권과 갈등도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중남미·아프리카·중동, 중남미 좌파연대 미국과 긴장 높일까

 올해 거센 ‘좌파 바람’이 몰아쳤던 중남미는 2007년엔 본격 좌파연대, 경제적 시장통합에 나선다. ‘반미노선’을 명확히 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미국과 어느 수준에서 관계를 설정할지 지켜볼 일이다. 와병 중인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의장이 사망하면, 큰 변화도 예상된다.

21세기 최대 인권재난으로 꼽히는 다르푸르 참사로 얼룩진 아프리카도 변화를 맞는다. 나이지리아는 1999년 당선된 올루세군 오바산조 대통령이 물러나고, 4월 차기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250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다르푸르 분쟁,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소말리아 사태도 고난의 새해를 예고하고 있다. 46년 만의 민주적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한 콩고민주공화국이 안정을 이룰지도 관심사이다.

올해 피로 물든 중동에서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의 ‘패배’를 인정하고, 군대를 철수하고 이라크 정책을 수정할지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이끄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계획을 둘러싼 국제적 갈등도 세계를 달굴 것으로 보인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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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별'의 두 얼굴,빈부차와 대국꿈

[베스트셀러로 짚어 본 2006 세계] ③중국


개혁개방 20년의 자화상
‘형제’ 양극화 현실 그리고
‘대국의 흥기’ 세계주도권 노려

한겨레 유강문 기자

올해 중국에선 두 권의 책이 화제를 모았다. 문화혁명과 개혁개방이라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 성공과 실패로 엇갈린 이복형제의 운명을 그린 소설 <형제>와 15세기 이후 세계사를 주도한 강대국의 조건을 탐색한 기록물 <대국의 흥기>(원제 ‘대국의 굴기’)가 그것이다. 빈부 격차라는 가혹한 현실과 제국의 부활이라는 달콤한 열망이 뒤섞인 중국의 이중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한 구도다.
 

두 책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사실주의적 접근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사회의 모순과 국가의 고민을 직시하는 출판물이 나오기 힘든 중국의 억압적인 현실을 고려하면, 두 책의 등장은 가히 쿠데타라고 할 수 있다. 두 책의 문제의식은 암암리에 중국 지도부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형제>는 리광터우와 쑹강이라는 배다른 형제가 문화혁명과 개혁개방의 높은 파도를 헤쳐가는 모습을 그린다. 여자화장실이나 훔쳐보며 양아치처럼 자란 리광터우는 일제 중고 옷가지 장사로 졸부가 된다. 우유부단하고 착하기만 한 쑹강은 아내에게까지 버림받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개혁개방이 강요하는 생존의 법칙이 줄을 까딱 잘못 서면 나락으로 떨어졌던 문화대혁명의 광기와 다를 바 없다는 은유를 담고 있다.

<형제>는 온갖 해적판이 난무하는 중국에서 거뜬히 100만부를 팔았다. 상편이 나온 지난해 5월부터 줄곧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다. 인터넷에선 책에서 묘사한 개혁개방의 그림자를 놓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극단적인 이야기로 현실을 비틀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그러나 작가 위화는 “내 소설에 나타난 극단은 오늘날 중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받아쳤다.

극단이 보편화한 사회는 폭탄과 같다. 실제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확대된 빈부 격차라는 뇌관을 안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13억 인구 가운데 2억이 생존선 밑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땅을 빼앗긴 농민들은 전국 곳곳에서 격렬한 생존권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04년에만 전국적으로 대략 7만4천건의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10년 전보다 7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런 현실의 반대편에 대국을 향한 중국의 꿈이 있다. 최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서 내보낸 다큐멘터리 <대국의 흥기>는 책으로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시내 대형 서점에 가면 따로 코너를 만들어 책을 전시할 정도다.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스페인·일본 등 15세기 이후 세계사를 주도했거나 지금도 이끌고 있는 아홉 나라의 흥기를 다룬 이 책은 대국이 되고자 하는 중국의 야망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접근으로 중국인들을 자극했다. ‘대국=제국주의’라는 등식을 거부하고, 의회, 의무교육, 언론자유 같은 이른바 ‘서양의 민주주의적 가치’에 존경심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중국의 역사를 과장하고, 문화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중화주의적 책들이 서점가에 널린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관찰이다. 기존 역사인식을 수정하면서까지 대국화를 지향하는 중국의 대담함을 보여준다.




이런 ‘불행한 현실’과 ‘야심찬 미래’의 부조화는 올해 중국을 휩쓴 조화사회 담론의 배경이기도 하다. 시장만능주의를 배격하고, 사회주의 공유제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조화사회 담론은 지난 20년간 중국이 걸어온 개혁개방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다. 동시에 이제는 그런 개혁개방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뿜는다. <형제>의 불행과 <대국의 흥기>의 야심은 과연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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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도반 2006-12-31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위화의 소설은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기사를 읽다가 엉뚱하게도 옌쩐(閻眞)의 소설 『창랑지수(滄浪之水)』가 떠올랐다. 하지만 아주 엉뚱한 연결은 아닐지 모른다. 적어도 마오 사후(혹은 이전!) 현대 중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보인다는 점에서, 양자는 공유하는 지점이 있을 터이니.
 

전체적으로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고, 세미나 소개 부분의 몇몇 문장을 추가하거나 고쳤습니다. 참고문헌도 일부 덧붙였습니다. 다만 중국 경제사에 대해서는 저도 개략적인 지식밖에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향후 좀더 조사를 하고 자문을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은 해양시대 화폐에 대한 주경철 선생의 논문에 인용된 글들에서 많은 참조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의 독해에 필요한 헤게모니 국가로서의 이탈리아(제노바 및 피렌체)와 네덜란드 경제사에 대한 자료들은 우선적으로 간략하게 보충했구요, 헤게모니 국가로서의 영국 경제사에 대해서는 이후에 따로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UK]

 

 

<“Seminar Network 새움Se-um” 세미나 시리즈>

역사적 자본주의론 (1): 브로델을 읽는다

 

* 취지

 현실사회주의의 붕괴 이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적 분석틀로서의 맑스주의의 갱신은 기존의 교조적인 맑스주의의 이론적 전제를 비판하는 데서부터 가능했다. 이같은 맑스주의의 전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이론적 쇄신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데, 윤소영에 따르면 이는 크게 <맑스주의의 일반화>와 <역사적 자본주의>로 요약된다. 전자가 경제학 비판을 핵심으로 하는 맑스의 문제설정에 스피노자적 이데올로기 비판을 결합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근대 자본주의의 작동 메커니즘과 노동에 대한 분석에 치중하고 있는 그의 분석 영역을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적 전개 과정으로 확대하고, 전지구적 헤게모니의 순환을 ‘체계적 축적순환’(아리기)이라는 자본의 축적기제로 분석하려는 문제설정을 의미한다. 본 세미나에서는 이같은 문제의식 하에 후자의 문제설정, 즉 역사적 자본주의론에 이론적 자원을 제공한 프랑스의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의 저작을 검토한다. 그의 저작에 대한 독해는 우리로 하여금 자본주의의 역사적 전개과정의 구체성을 확보하게 하면서, 기존의 논의와는 차별되는 브로델 특유의 역사이론을 이해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 주교재

@ Fernand Braudel, Sarah Matthews(trans.), On history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0)

@ _______________, Patricia M. Ranum(trans.), Afterthoughts on material civilization and capitalism (Baltimor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1977)

@ _______________, Civilization and Capitalism, 15th-18th Century, Vol. I: The Structure of Everyday Life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2)

@ _______________, Civilization and Capitalism, 15th-18th Century, Vol. 2: The Wheels of Commerce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2)

@ _______________, Civilization and Capitalism 15th-18th Century, Vol. 3: The Perspective of the World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2)

@ 페르낭 브로델, 주경철 옮김,『물질문명과 자본주의Ⅰ: 일생생활의 구조』上/下(까치, 1995)

@ ______________, 주경철 옮김,『물질문명과 자본주의Ⅱ: 교환의 세계』上/下(까치, 1996)

@ ______________, 주경철 옮김,『물질문명과 자본주의Ⅲ: 세계의 시간』上/下(까치, 1997)

 

 

* 연락처

정웅기(사학전공 4학년), 011-9631-8357 singeruk@freechal.com

 

 

* 세미나 소개

 아날학파의 제2세대이자 그 자체를 상징하는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 그의 처녀작이자 대표작인『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와 지중해 세계』의 출간 이후 명저『물질문명, 경제 그리고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그의 저작들은 역사학과 여타 인문사회과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프랑스 내에서 그것은 비달 드 라 블라슈의 인문지리학적 전통과 시미앙과 라브루스의 경제학, 그리고 인문학 전반의 구조주의 운동이 역사학과 더불어 빚어낸 창안물이었으며, 이후 이매뉴얼 월러스틴과 조반니 아리기 등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체계론>의 문제설정에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한편 동아시아에서는 왕후이(汪暉)를 필두로 하는 중국의 신좌파가 브로델의 역사이론에 기대어 중국식 사회주의의 비판적 재구성을 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과천연구실과 백승욱 교수 등의 작업 하에서 그의 '세계경제'로서의 자본주의 개념이 기존의 맑스주의를 전화시키기 위한 <역사적 자본주의론>의 중요한 이론적 지주로서 활용되고 있다. 이 세미나에서 우리는 이들의 맑스주의적 문제설정을 수용하면서, 맑스가 지적했으나 여전히 불충분했던 논점들, 예컨대 자본주의가 담지하는 역사성의 구체적 전개 과정, 세계헤게모니 순환으로서의 역사적 자본주의의 문제 등을 다루고자 한다. 이 점에서 브로델을 읽는 것은 그같은 문제설정을 확장시키고 보완하는 데 필수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같은 인식 하에 현재까지 구축된 역사적 자본주의론의 이론적 형성을 추적한다. 이러한 작업은 브로델의 저작을 비롯하여 이매뉴얼 월러스틴의『근대 세계체제1~3』, 조반니 아리기의『장기 20세기』, 그리고 재닛 아부-루고드의『유럽 패권 이전: 13세기 세계체제』에 대한 독해가 그 중핵을 이룬다. 이상의 저작들에 대한 독해는 향후 순차적으로 속개될 역사적 자본주의론(2): 세계체계론의 형성과 구축역사적 자본주의론(3): 세계체계론의 비판과 전위에서 자세히 진행될 것이다.

 

 이 세미나는 역사적 자본주의론을 다루는 총 3부의 세미나 중 그 첫 번째로서, 브로델의 저작을 꼼꼼히 읽음으로써 그의 역사이론을 구체적으로 살피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우선 세미나의 초반부에서는 브로델을 현대 인문사회과학에 위치시키는 일종의 지성사적 작업을 진행한다. 여기서 우리는 그가 취했던(또은 거부했던) 다양한 이론적 조류들과 그가 아날학파 안팎에서 맺고 있었던 관계들에 대해 공부한다. 이 세미나에서는 특히 그가 아날학파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치, 구조주의 운동과 브로델(혹은 아날학파)의 관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맑스와 브로델의 이론적 지향의 검토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로써 역사학자로서의 그의 면모가 입체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후에는 그의 사론집 중에서 중요한 논문을 골라 읽으면서, 그의 역사 이론이 갖는 함의를 검토한다. 그의 유명한 논문「역사와 사회과학: 장기지속」을 비롯해 역사에 대한 그의 이론적 구축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그밖에 필요에 따라 관련 참고문헌을 병행하도록 한다.

 

 이상의 과정이 끝나면, 그의 주저인『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 대한 본격적인 독해로 들어간다. 이는 그의 박학한 면모가 가감없이 드러나는 대작으로, 책에서 드러나는 구체적인 기술을 제대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역사적ㆍ지리적 지식이 요구된다. 따라서 세미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해 정도에 따라 그에 맞는 기본서 수준의 참고문헌이 별도로 부과될 것이다.

 

 주지하듯이 브로델의 이 저작은 그의 유명한 ‘삼분도식’에 따라 차례로 ‘물질문명’(일상생활)과 ‘시장경제’(교환의 영역), 그리고 ‘자본주의’를 다룬다. 특히 이 중 자본주의를 다루는 3권은 일종의 “15~18세기의 세계경제사”로서 역사적 자본주의론의 토대가 되는 중요한 이론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세미나의 진행은 발제와 강독을 병행하며, 원활한 토론을 위해 상황에 따라 간사가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문헌을 소개할 수 있다.

 

 

* 참고문헌 (이후 세미나의 진행에 따라 추가 예정)

@ Clé Lesger, J.C. Grayson (trans.), The rise of the Amsterdam market and information exchange: merchants, commercial expansion and change in the spatial economy of the Low Countries, c. 1550-1630 (Burlington, VT: Ashgate, 2006)

@ Jacques Ranciere, Hassan Melehy(trans.), foreword by Hayden White, The names of history: on the poetics of knowledge (Minneapolis, Minn.: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94)@ Jonathan I. Israel, Dutch primacy in world trade, 1585-1740 (Oxford [England]: Clarendon Press ;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89)

@ McNeill, William H., "Fernand Braudel, Historian", Journal of Modern History Vol.73, Issue 1 ((Mar, 2001)

@ Peter Burke, The French historical revolution: the Annales school, 1929-89 (Cambridge: Polity Press, 1990)

@ Peter Schöttler, "Althusser and Annales Historiography- An Impossible Dialogue?", E. Ann Kaplan and Michael Sprinker(ed.), The Althusserian legacy (London: Verso, 1993)

@ S.R. Epstein, Freedom and growth: the rise of states and markets in Europe, 1300-1750 (New York: Routledge, 2000)

@ Stuart Clark(ed.), The Annales school. v. 1, Histories and overviews (London; New York: Routledge, 1999)

@ ________________, The Annales school. v. 2, The Annales school and historical studies (London; New York: Routledge, 1999)

@ ________________, The Annales school. v. 3, Fernand Braudel (London; New York: Routledge, 1999)

@ ________________, The Annales school. v. 4, Febvre, Bloch and other Annales historians (London; New York: Routledge, 1999)

 

@ 고원,〈역사를 미분하기: 브로델과 미시사〉,《서양사론》제85집(2005)

@ 백승욱,〈역사적 자본주의와 자본주의의 역사- 세계체계 분석을 중심으로〉,《경제와 사회》(2001)

@ 주경철,〈페르낭 브로델 사관의 재점검〉,《서양사연구》제26집(2000)

@ ______,〈해양시대의 화폐와 귀금속〉,《서양사연구》제32집(2006)

 

@ 김응종,『아날학파의 역사세계』(아르케, 2001)

@ 백승욱,『자본주의 역사 강의』(그린비, 2006)

@ 윤소영,『일반화된 마르크스주의 개론』(공감, 2006)

@ 이매뉴얼 월러스틴, 성백용 옮김,『사회과학으로부터의 탈피』(창작과비평사, 1994) [특히 제5부 ‘브로델을 다시 봄’을 중심으로]

@ 이화승,『중국의 고리대금업』(책세상, 2000)

@ 조지 이거스, 임상우ㆍ김기봉 옮김,『20세기 사학사』(푸른역사, 1999)

@ 최갑수,〈페르낭 브로델〉,《이론》제7호(1993년 겨울)

@ 프랑수아 도스, 김복래 옮김,『조각난 역사: 아날학파의 신화에 대한 새로운 해부』(푸른역사, 1998)

@ 피에르 빌라르, 김현일 옮김,『금과 화폐의 역사: 1450-1920』(까치,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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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정치사상의 형성을 중심으로 근대철학 읽기

- 대상: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을 환영합니다. 특히 학부생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 학습 계획

2주-19주 : 홉스의 『리바이어던』, 18장까지 (강독, 번역)

20주-24주 : 로크의 『시민정부론』 전권 (발제형식)

25주-30주 : 루소의 『인간불평등기원론』과 『사회계약론』 전권 (한글책 발제형식)

31주-40주 : 스피노자의 『정치론』

41주- : 이후 계획은 구성원들과의 의논을 통해 결정

 

- 예비모임: 2007년 1월 10일 수요일 늦은 7시, 새움 세미나실

-연락처: 김지홍(연대 철학과 석사과정) 011-9890-1592  for7594@nate.com

 

 

 

@ 페미니즘 세미나

- 목표 :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바라보는 여성 문제와 그 대안은 어떠한 것인가, 그리고 그것의 현재적 의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세미나가 목표하는 바입니다. 이를 위해 유토피아 사회주의로부터 이어져 오는 사회주의 페미니즘 사상의 역사를 통사적으로 접근할 것입니다. 그 속에서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자유주의 페미니즘, 급진 페미니즘과 대별되는 지점을 확인하고 남다른 통찰력과 그 한계에 대해서도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교재 : 『페미니즘 역사의 재구성』(권현정, 공감, 2003), 『페미니즘, 무엇이 문제인가』(캐롤린 라마자노글루, 문예출판사, 1997), 『페미니스트』(리처드 에번스, 창비, 1997) 등

- 일시 및 방법 : 주 1회, 1월 초부터 8월 말까지 발제와 토론을 중심으로 진행합니다. 세미나 일정은 예비모임에서 정합니다.

-예비모임: 2006년 12월 27일 수요일 늦은 6시, 새움 세미나실

-연락처: 장희은(연대 경제학과 3학년) 010-7141-0665 greenstar623@gmail.com

 

 

 

@ 역사적 자본주의론 (1): 브로델을 읽는다

- 목표: 역사적 자본주의론에 이론적 자원을 제공한 브로델의 저작읽기

- 취지 및 내용: 별첨 브로델 세미나 기획안을 참조

- 예비모임 : 2006년 12월 28일 목요일 늦은 6시, 새움 세미나실

- 연락처 : 정웅기 (연대 사학전공 4학년), 011-9631-8357 singeruk@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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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티베트 문화만 보장되면 중국령도 낫다"

 

  칭짱철도를 통한 문화적 침략에 경계감 표시
  2006-12-25 오후 7:09:20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25일 티베트가 종교·문화적 정체성만 유지할 수 있다면 중국의 일부로 남아 있는 것도 티베트의 이익 중 하나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뉴델리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강연에서 "중국의 막강한 경제력을 감안할 때 중국의 일부로 남아 있는 것이 티베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다만 우리는 티베트의 문화와 환경 보전을 위한 정치적 자유를 원하고, 한족의 영향력 강화와 중국어의 확대 보급을 통한 티베트 문화의 말살에 반대할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달라이 라마는 "의도적이건 아니건 간에 티베트에 한족이 계속 늘어나고 병력이 증강되면서 어느 정도의 문화적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티베트에 배치된 중국 병력을 축소하고 한족의 이주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중국 정부를 향해 촉구하고 "이는 티베트를 핵무기가 없는 평화지대로 만들려는 우리 목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티베트인은 발전한 티베트를 원한다"면서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경제개발 정책에는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5년 3월에도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이 티베트의 문화와 정신, 환경을 보호해준다면 중국 통치를 받아들이고 티베트 자치 독립 요구를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연합뉴스

  지난 1959년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며 일으킨 봉기가 실패 한 후 인도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달라이 라마가 문화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은 지난 7월 베이징과 티베트의 수도 라싸를 잇는 칭짱철도(靑藏鐵道)가 개통되면서 시작된 문화적 침투 현상을 경계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은 칭짱철도를 통해 티베트에 대한 경제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티베트인들은 이 철도가 티베트의 생태계와 문화적 정체성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의 한 측근은 이 철도가 중국인들의 유입을 늘리고 이 지역을 군사화하고 있어 '티베트에 대한 제2의 침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비난해왔다.
  
  이런 달라이 라마에 대해 중국 정부는 '분리주의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중국 정부의 비난과 우리를 향한 억압에도 불구하고 중국와의 대화에 충실히 임했다"며 문제는 티베트의 전통과 언어를 말살하는 중국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군대는 1950년 처음으로 티베트를 점령했고 달라이 라마는 1959년 봉기 실패 뒤 수천 명의 티베트인을 이끌고 인도로 망명했다. 달라이 라마는 인도 다름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웠고 현재 인도에는 약 14만 명의 티베트인이 살고 있다.
   
 
  황준호/기자
 
달라이라마, “티베트 정신-문화 보존하면 中통치 수용” 2005-03-15
중국은 티베트를 어떻게 '역사 살해'했나 2004-08-09
中, 자본주의로 티베트 공략 200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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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도반 2006-12-25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에도 나오지만) 2005년에 이어 올해에도 중국에 대한 달라이 라마의 "간청"은 계속된다. "중국화"와 더불어 "자본주의화"하고 있는 티벳의 정체성은 어디로 가는가? 구래의 사원경제와 티벳불교의 정교일치로 돌아가서도 안되겠지만, 작금의 상황 역시 고민해야 할 사안이 너무도 많다.

마법천자문 2006-12-25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라이 라마가 황제처럼 군림하던 예전으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중국에 합병되는 게 낫다고 봅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지지하는 망언을 할 정도로 노회한 정치력을 과시(?)한 바 있는 달라이 라마는 중국정부와 야합을 통해 '티벳의 황제' 로 복귀하려는 야심을 지닌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군요.

청년도반 2006-12-25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린님/ 반갑습니다. 물론 제 말의 의도는 달라이 라마의 정치적 행보(말씀하신 이라크 전쟁 지지 발언을 비롯하여 달라이 라마의 망명정부와 미 CIA와의 공모관계 등에서 나타나는 자유 티베트 운동의 허구적 면모는 이미 잘 알려진 바이지요)를 추인하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다만 "사회주의와 민족주의의 모순적 결합"과 그에 따른 "민족동일성"으로의 경도라는 20세기 사회주의의 난제를 티벳의 사례가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안타깝다는 것이지요.

앞으로도 종종 들러서 좋은 말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