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각]

현 유가의 60%가 투기 때문...美 감독기관의 '악의적 무시'가 문제

 

 고유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석유회의(WPC)가 지난 3일 막을 내렸다. 그러나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 회의를 비웃듯 이날 유가는 배럴당 146달러를 돌파해 최고치를 또 한 번 갈아치웠다.
  
  최근 유가 급등의 원인으로는 달러화 하락, 미국 원유 재고량 감소, 이란 정세 불안정 등이 꼽힌다. 달러화 문제만 제외하고는 '정정 불안과 수급 불안정'이라는 고전적인 분석이다. 세계석유회의에서 석유 수입국들이 생산국들을 향해 원유 증산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유가 상승은 수요-공급 문제가 아니라 석유에 대한 투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생산국들이 투기자금 문제를 강하게 지적한 것은 그같은 시각을 반영한 것이었다.
  
  투기가 고유가를 부른다고 주장하는 쪽의 근거는 무엇일까?
  
  미국의 경제·에너지 전문가인 윌리엄 엥달(William Engdahl)에 따르면, 석유 선물(先物)을 온라인으로 사고파는 장외시장에 대해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시를 면제해준 2000년 상품선물현대화법 때문이다. 이 법에 의해 골드만삭스 같은 석유 거래 은행들의 고삐가 풀어졌고, 마음 놓고 가격조작과 투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인들이 미국산 석유 상품을 미국에 있는 컴퓨터를 사용하면서도 미국시장이 아닌 영국시장을 통해 거래하도록 눈감아 준 것도 투기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그는 현재 유가의 60%는 투기 요소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을 수급 요인으로 분석하는 시각과 투기 요인으로 분석하는 시각 사이의 어딘가에 진실이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곤 한다. 그러나 엥달의 관점은 두 시각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수급 불안정이라는 껍데기를 벗기면 그 안에 투기적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엥달은 최근 <석유 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이 번역되면서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진 에너지 문제 전문가이다. 다음은 엥달이 지난 5월 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유가의 60%는 투기 때문'이란 글(☞원문보기)을 번역한 것이다. <편집자>


 
"오일 피크 신화와 무관한 유가 상승"
  
  오늘날 원유(crude oil) 가격은 고전적인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만들어지지 않는다. 유가는 영미권 4대 메이저 석유회사들은 물론이고 복잡한 금융시장 시스템에 의해 지배된다. 현재 원유가의 60%는 대형 은행(trader banks)과 헤지펀드들이 주도하는 순수한 의미의 투기(speculation)에 따른 것이다. 석유 생산량은 최고점에 이른 뒤 줄어든다는(Peak Oil) 신화와 무관하다. 유가는 석유와 그 가격에 대한 지배와 관련된 것이다. 과연 어떻게?
  
  첫째, 런던과 뉴욕에서 이뤄지는 국제 석유거래는 유가 결정 게임에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런던국제(석유)거래소 선물시장(ICE Futures)은 국제 유가의 표준가격을 좌우하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라는 두 원유에 대한 선물(先物, futures) 계약을 통해서다.
  
  NYMEX, ICE보다 나중에 생긴 석유거래 시장인 두바이 상품거래소(DME)는 NYMEX의 자식뻘 쯤 되는 곳인데, 제임스 뉴섬 NYMEX 회장은 DME의 이사이며, 영국인과 미국인들이 DME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스팟계약(시점 필요에 따라 특정 원유를 판매자와 수요자간에 거래하는 현물 계약)과 장기계약(1년 이상 기간 동안 일정 물량을 정기적으로 인도하는 계약)을 통해 국제 석유시장에서 매일 생산되는 대부분의 원유에 대한 값을 매기는 데 활용된다. 브렌트유 가격은 <플래츠>(Platt's)라는 석유 관련 출판기업에 의해 공개된다.
  
  러시아, 나이지리아 등 주요 산유국들은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자신들이 생산한 석유에 가격을 매긴다. 이처럼 브렌트유는 유럽 시장에서의 핵심적인 유가 표준(crude blend)이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그러하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역사적으로 미국산 원유 가격을 형성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미국에서 거래되는 석유 선물가의 토대가 될 뿐만 아니라, 미국 석유 생산량 산출의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 유가가 최고치를 갈아 치운 지난 3일 호주의 한 주유소를 걸어가고 있는 주민 ⓒ로이터=뉴시스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여기까지는 좋다. 공식적인 얘기들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유가 결정 과정은 매우 불투명해서,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같은 몇몇 대형 석유 거래 은행들만이 누가 석유 선물이나 파생상품을 사고 파는지 알고 있다. 선물이나 파생상품은 이 낯설고 새로운 '페이퍼 오일'의 세계에서 실제 유가를 결정한다.
  
  지난 10년에 걸쳐 석유 선물시장에서는 파생상품들이 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은 채 거래되는 기법이 발달했다. 현재의 투기성 유가 버블은 그에 따라 생겨난 것이다.
  
  석유 선물거래와 런던·뉴욕에서의 선물 계약이 등장한 이후 유가 결정권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월스트리트의 손으로 넘어갔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전형적인 사례다.
  
  미 상원의 상설조사소위원회는 2006년 6월 '투기가 석유 및 가스의 가격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엄청난 투기가 가격 급등을 이끈다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딸린 증거 자료들은 석유 파생상품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감독에는 코끼리 떼가 들어가고 남을 정도의 커다란 법적 허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것은 최근 몇 달 간 유가가 지붕을 뚫고 솟구치는 이유를 정확히 설명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원의 그 보고서는 언론과 의회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물거래를 감독·규제하는 기관인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의회의 위임을 받아 선물시장의 가격이 조작되거나 과도한 투기에 의해 왜곡되지 않고,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형성되도록 하는 일을 맡아왔다.
  
  미국 상품거래법(CEA)은 "상품 선물거래 계약에 따른 과도한 투기는 해당 상품의 가격을 갑작스럽고 변덕스럽게 변동시키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에 미국 내 주(州) 사이에서 벌어지는 무역활동에 부당하고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라고 되어 있다.
  
  나아가 이 법은 "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그 부담을 줄이고, 없애고, 막는 데 필요한 것을 발견했을 때"라는 말로 CFTC로 하여금 거래 제한규정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CFTC는 우리가 필요한 그러한 제한규정을 어디에 만들어 두었나?
  
  CFTC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거래 상품인 석유를 감독하는 책임에서 의도적으로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막판에 웃은 엔론
  
  상원 상설조사소위원회의 보고서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최근까지 미국의 에너지 선물은 NYMEX에서와 같이 (당국의) 감독을 받는 상태에서 거래되도록 규제됐다. 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그 거래에서 있을 가격 조작이나 사기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등 철저히 감독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선물 계약으로 보이거나 선물 계약처럼 설계된 거래가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그같은 계약들은 감독을 받지 않는 장외(OTC) 전자(인터넷) 시장(electronic markets)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 거래들은 선물 계약과 유사하기 때문에 '유사 선물(futures look-alike)'이라고 부르곤 한다.
  
  유사 선물과 선물의 유일한 차이는 유사 선물은 감독받지 않는 시장에서 거래되고, 선물은 감독과 규제를 받으며 거래된다는 것뿐이다. 큰 기업들이 장외(OTC) 전자(인터넷) 거래를 통해 에너지 상품을 사고파는 것은 2000년 상품선물현대화법(Commodity Futures Modernization Act)의 한 조항에 따라 CFTC의 감독으로부터 면제되었다. 그 조항은 엔론(Enron)과 다른 거대 에너지 기업들의 로비(behest)에 의해 (2000년 끝난) 106대 의회가 문을 닫을 무렵 삽입되었다.
  
  그 조항은 CFTC의 시장 감독 기능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어, NYMEX 거래자들은 모든 거래 기록을 보관하고 규모가 큰 거래에 대해서는 CFTC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 보고서와 일일 거래 자료들은 투기가 있었는지를 판정하고 가격 조작을 찾아내고, 막고, 조사하는 기초적인 도구들이다. CFTC 의장 르벤 제프리는 최근 "우리 위원회의 거래 정보 시스템은 감시 프로그램의 초석이며, 가격을 조작하려는 거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적발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독을 안 받는 장외 전자 거래에서 거래자들은 기록을 보관하거나 CFTC에 거래 보고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고, CFTC의 일상적인 감시에서도 면제된다. 또한 거래 횟수도 제한을 받지 않아 투기꾼들은 아무런 감독·규제를 받지 않은 채 장외 전자 거래를 할 수 있다. 거래 자체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받지 않으며, 특이 거래(미결제 약정)의 규모를 매일 보고할 필요도 없다."
  
  그러던 중 2006년 1월 부시 행정부의 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에너지 전자상거래를 가장 많이 하는 런던 국제거래소(ICE)로 하여금 런던 ICE 선물거래에서 미국산 원유를 선물로 사고 팔 수 있도록 미국에서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것을 '런던국제거래소 선물시장'(ICE Futures)이라 불렀다. 이같은 조치는 유가 조작을 가능케 하도록 문을 활짝 열어준 것임에 틀림없다.
  
  과거 런던국제거래소 선물시장에서는 브렌트유와 영국산 천연가스 같은 유럽산 에너지 상품들만 거래됐었다. 영국 선물시장인 ICE 선물시장은 영국 금융 당국에 의해서만 감독을 받았다. 그러다가 1999년 런던 거래소는 미 CFTC로부터 미국에도 컴퓨터 단말기를 설치할 수 있다는 허가를 받았다. 뉴욕이나 다른 미국 도시의 거래자들이 ICE 거래소를 통해 유럽산 에너지 상품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었다.
  

▲ NYMEX 회장이자 두바이 상품거래소(DME)의 이사인 제임스 뉴섬. 그는 과거 미국의 선물거래를 감독하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위원장이었다. CFTC는 미국인들이 미국에서 미국의 상품을 영국 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데에 아무런 감독을 하고 있지 않다. ⓒ로이터=뉴시스

투기 감독 기관이 투기의 문을 열어 주다
  
  2006년 1월부터 런던에 있는 ICE 선물시장은 미국에서 생산되고 인도되는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의 선물을 거래하기 시작했다. 또 미국의 거래자들이 미국에 있는 ICE 단말기를 이용해 런던 거래소에서 새로운 WTI 계약을 맺고 거래할 수 있게 허용할 것이라고 CFTC에 통보했다. 나아가 ICE 선물시장은 미국의 거래자들이 미국산 휘발유와 난방용 기름에 대한 선물을 런던에 있는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즉, 이 조치는 미국 사람들이 미국에 있는 단말기를 이용해 미국산 석유, 휘발유, 난방유 등에 대한 선물 거래를 영국 시장에서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FTC는 지금까지 이 거래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 살면서 미국의 주요 에너지 상품들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뉴욕에 있는 NYMEX가 아니라 런던에 있는 ICE 선물시장을 통해 거래한다는 것은, 미국 시장에 대한 감독을 피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미국 정부의 에너지 선물거래 감독기관인 CFTC가 자신의 감독을 받지 않는, 그리고 매우 불투명한 석유 선물 투기의 길을 터준 것이다. NYMEX 회장이자 두바이 거래소의 이사인 제임스 뉴섬이 미국 CFTC의 전임 위원장이었다는 사실은 그저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반어적 표현-옮긴이) 워싱턴의 회전문은 민간기관과 공공기관 사이를 천천히 돌고 있다.
  
  2006년 이후 브렌트유와 서부 텍사스 중질유에 대한 선물 가격을 일별해 보면 치솟는 유가와 미국 시장에서 통제받지 않는 ICE 선물거래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런던 ICE 선물시장은 애틀란타에 있는 한 미국 기업이 소유하고 지배한다는 점을 유념하라.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가 ICE 선물시장에 문을 열어주던 2006년 1월 당시 유가는 배럴당 59~60달러였다. 그 후 2년이 지난 지금은 120달러(이 글을 쓴 5월 초 유가-옮긴이)에 다다랐고 더 오르는 추세에 있다. 유가 상승은 OPEC이 아니라 미국 감독 기관들의 악의적 무시((malign neglect) 때문인 것이다.
  
  CFTC는 ICE에 대규모 에너지 거래에 대한 일일 보고서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 조작을 적발하거나 막을 수 없다. 상원 조사소위원회 보고서에서 밝힌 대로 "에너지 가격 조작을 적발하고 막아야 하는 CFTC는 심각한 정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것은 장외 전자 거래를 하는 사람들과 런던 ICE 선물시장이 CFTC에 보고할 의무를 면제받았기 때문이다. 대규모 거래를 보고하는 것은 에너지 가격에 형성에 있어 투기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는 데에도 긴요하다."
  
  상원 보고서는 또 "ICE가 미 증권관리위원회(SEC)에 제출하는 문서와 증거서류들을 보면 ICE의 장외 전자 거래는 가격예시기능(price discovery function)을 통해 현물시장(cash market)에서의 에너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헤지펀드와 은행의 유가 올리기
  
  최근 에너지 가격이 계속 인상되면서 대형 금융기관, 헤지펀드, 연금, 기타 투자자들은 가격 변동이나 그에 연계된 매매를 통해 수익을 얻기 위해 에너지 상품 시장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왔다.
  
  이렇게 추가로 투자된 돈의 대부분은 에너지 상품을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측에서 온 게 아니라, 가격 병동을 이용해 이득을 보려는 투기세력에서 온 것이었다. CFTC는 투기꾼을 "상품을 생산하거나 사용하는 게 아니라 가격 변동을 통해 수익을 얻으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어떤 상품에 자본을 붓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투기세력이 원유 선물을 대량으로 사들이면 추가 수요가 발생하고 미래 인도분에 대한 가격을 올린다. 그것은 추가 수요가 발생해 현물 시장에서 당일 인도분에 대한 가격이 오르는 것과 이치가 다를 바 없다. 선물시장도 시장이기 때문에, 투기꾼들이 선물을 구매함으로써 생기는 석유 1배럴만큼의 수요는 정유업자나 기타 석유 사용자들이 선물을 구매함으로써 생기는 1배럴만큼의 수요와 같은 것이다.


  
  유가의 60%가 투기 때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큰 에너지 거래 기업이다. 시티그룹과 제이피모건 체이스는 주요 (투기) 행위자이고, 역시 투기를 하는 수많은 헤지펀드에도 투자한다.
  
  2006년 6월 석유는 선물시장에서 배럴당 60달러 정도에 거래됐고, 미국 상원 조사에서는 그 중 25% 정도가 순전히 투기에 의해 형성됐다고 평가됐다. 한 분석가는 2005년 8월 미국의 석유 비축량을 감안할 때 서부 텍사스 중질유의 가격은 배럴당 60달러가 아니라 25달러 가량이 되어야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것은 최근 배럴당 115달러 하는 석유값 중 50~60달러 혹은 그 이상은 순전히 헤지펀드와 금융기관들의 투기 때문에 생겼음을 뜻한다. 그러나 뉴욕 NYMEX와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석유 선물의 가격이 폭등하는 와중에도 석유 수요량과 공급량이 변함없이 균형점을 찾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석유가의 60% 정도가 투기에 의한 것일 수 있다.
  
  뉴욕과 런던에 있는 극소수 에너지 거래 은행들을 제외하고는 이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아는 데는 없고, 그 은행들은 분명한 말을 하고 있지 않다.
  
  투기세력들은 수많은 선물을 사들이고, 그를 통해 선물가를 시가보다 높게 올림으로써 석유기업들로 하여금 더 많은 석유를 사들이고 비축하게 하는 동기를 제공한다. 정유업자들은 배럴당 115달러가 되어도 미래의 가격이 더 높다고 판단하면 바로 오늘 남은 석유를 사들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난 2년간 (석유기업들의) 원유 비축량은 꾸준히 증가해왔고, 현재 미국의 원유 비축량은 지난 8년 동안 가장 많다. 석유 선물에 대한 투기적 투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원유 공급량과 가격이 모두 높은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원유 수급에 대한 실제 데이터를 보면, 현재의 에너지 가격 상승은 지정학적·경제적·자연적 요인들로 설명되지 않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수요량은 지난 몇 년간 상당히 늘었는데, 공급량 역시 마찬가지로 늘었다.
  
  지난 2년 동안 국제 원유 생산량은 수요의 증가에 따라 늘어왔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사실 이 기간 동안 공급이 수요를 앞질렀다.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국은 잉여 생산 능력이 2010년까지 하루 300~500만 배럴 정도 꾸준히 증가해 "여유량이 상당히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투기적 석유거래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골드만삭스의 회장이었다. ⓒ로이터=뉴시스

달러-석유 연계
  
  돈이 증시로 몰리면서 더 많은 투자 수익을 얻고자하는 투기세력과 일반 투자자금은 달러는 '매도', 석유는 '매수' 포지션을 취한다. 미국 경제가 쇠퇴하고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가져야 할 일반적인 투기 전략이다.
  
  2007년 8월 이후의 수익 폭락과 미국발 부동산 위기가 이어지자, 수익을 얻는데 다급해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덩치 큰 연금 펀드나 은행들이 엄청난 투기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석유가 되었다. 중동·수단·베네수엘라·파키스탄에서 계속되는 정세 불안, 중국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의 견조한 석유 수요는 현재의 유가 거품을 지탱하는 배경이다. 투기꾼들은 팩트가 아니라 루머로 거래한다.
  
  또 북미와 EU의 메이저 석유기업들과 정유업자들이 석유를 사재기 하기 시작하자, 공급도 수월치 않게 되어 현재의 가격을 지탱하고 있다.
  
  장외시장과 런던 ICE 선물 에너지 시장이 아무런 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최근 에너지 상품에 대한 투자에 얼마의 달러가 투입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백억 달러 정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고 평가되고 있다.
  
  상품들에 대한 투기적 관심이 늘고 있다는 것은 다양한 상품의 선물 가격과 연계된 '상품지수펀드(index fund)'의 인기가 높아지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골드만삭스의 평가에 따르면, 연금펀드와 뮤추얼펀드가 상품지수펀드에 투자한 자금은 총 850억 달러 정도다. 또한 골드만삭스 상품지수(GSCI) 같은 자체 상품지수에 대한 투자도 지난 몇 년간 3배 이상 늘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골드만삭스 회장이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황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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