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_part1] 아시아의 중산층 ④ 중국(下) - 중국 중산층 중 절반은 여성 기사 번호:57775
이윤찬(chan4877@economy21.co.kr)이윤찬의 다른 글 보기 2006년 12월 26일
[[기획취재_part2] 아시아의 중산층 ④ 중국(下) - 아직은 ‘현금거래’ … 내일은 ‘신용카드’]

사진 : 임영무 기자
‘보모값’만 월 85만원 투자…기혼자들 마음 편하게 직장생활

상해시 만행구 오죽로 앞 사거리. 시내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이 곳은 제법 한산한 거리에 속한다. 출근길도 붐비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런데 낯선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30~50대 이상의 여성들이 줄줄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이른 아침 ‘장’을 보러 가는 것일까. 아니면 등교하는 아이를 배웅하는 것일까. 조선족 전옥화(全玉花)씨는 난데없이 ‘보모(保姆)’ 얘기를 꺼낸다. “…보모가 있으니까 저렇게 자유로운 것입니다…”


중국사회의 ‘절반’ 여성

무슨 말일까. ‘보모’라니…. “일을 하러 가는 것입니다. ‘보모’에게 애를 맡길 수 있으니까 맘 편하게 직장에 출근할 수 있는 것이죠.”

ⓒECONOMY21

전옥화씨가 말하는 보모는 분명 ‘가정집’ 보모를 의미했다. 다소 낯설었다. 한국 중산층도 ‘보모’를 집에 두기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최고 상류층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게 ‘보모’다. 중산층의 경우, 대부분 유치원 등 아동복지시설에 아이를 맡긴다. 때론 염치 불구하고 시어머니, 친정어머니께 부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중국 중산층의 가정에서 ‘보모’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LG전자유한공사에 다니는 정춘희(鄭春姬)씨. 그는 출산을 경험한 유부녀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맘 편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직장에 있는 동안 아기 걱정은 잠시 접어도 된다. ‘보모’ 덕분이다.

그럼 ‘보모값’은 얼마일까. 뜻밖에도 만만치 않은 액수다. 대략 월 700 위안을 지불해야 한다. 정춘희씨의 월급은 2500 위안. 월급의 1/4 정도를 ‘보모값’으로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얼핏 보면 ‘과소비’다.

하지만 이는 중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오해다. 중국은 통상 ‘가구(家口)’ 당 월급으로 경제적 지위를 산출한다. 한 가구의 수는 3인이다. 부부와 자녀 한명이다. 중국은 현재 인구억제책의 일환으로 ‘1가구 1자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가령 가구당 월급이 10만 위안이면 1인당 평균 월급은 3.3 위안이다.

그렇다면 왜 여성까지 포함시키는 것일까.

중국은 95%에 가까운 여성이 직장생활을 한다. 맞벌이가 일상적이다. 일할 능력이 아예 없거나 일 할 마음이 전혀 없는 여성들만 예외적으로 쉰다. 일 하는데 ‘제약’도 ‘한계’도 전혀 없다. 이는 결혼 후에도 큰 변화가 없다. 이처럼 중국 중산층 여성은 평등한 대우를 받는다.

실제 <세계경제포럼(2005)>에 따르면 중국의 남녀평등수준은 아시아국가 중 1위다. 때문에 중국 중산층 여성은 ‘독립적’이다. ‘사회의 절반’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한다. 이는 중국 중산층 여성의 소비 트랜드가 우리나라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다.


性과 시대 초월한 구매결정권 발휘

무엇보다 중국 중산층 여성은 ‘감수성’이 부각된 전형적인 여성 소비자가 아니다. ‘사회의 절반’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된 ‘중성적(中性的)’ 특징을 띈다. 소비행태도 우리나라의 여성 보다 ‘이성적’이다. 이는 상해시의 홈쇼핑 문화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상해 홈쇼핑업체 ‘동방CJ홈쇼핑’측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홈쇼핑 광고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제품이 팔려나간다. 판매율 100%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방송 중 구매되는 량은 고작 40%에 불과하다. 나머지 60%는 일주일 또는 한달 간 꾸준히 팔린다. 반품 및 취소율도 한국의 절반 이하다. 중국의 반품 및 취소율은 10%대. 반면 한국은 25%를 육박한다.

“중국 중산층 여성들은 화면으로 본 제품을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본 뒤 구매한다. 우리나라 여성들 보다 치밀하고 꼼꼼하다.(동방CJ홈쇼핑 신정수 경리)”

현재 중국 중산층 여성들은 점차 고학력·고소득화 되는 추세다. 싱글족(族) 여성도 급증하고있다. 이에 따라 중국 중산층 여성들의 입지는 더욱 두터워질 전망이다. 소비자로서 뿐 아니라 구매결정자로서의 위치도 공고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더 나아가 자동차·전자·금융상품과 자녀양육·부모부양 제품 등 ‘성(性)’과 ‘시대’를 초월해 구매결정권을 발휘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회의 ‘절반’으로서 대접 받고 있는 중국 중산층 여성들. 머지않아 중국사회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중국 중산층 여성을 볼 수 있지 모를 일이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인터뷰|쩌우민(周敏) 이마트 목단강로점 점경리
“고속성장 후유증 와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


상해 이마트 목단강로점 쩌우민(周敏) 점경리는 지난 97년부터 10년간 이마트에서 근무했다. 중국의 고속성장 이후 달라진 소비패턴을 몸소 체험한 주인공이다. 그는 “놀랄 만큼 성장했다”면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이 고속성장 후유증을 겪을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후진타오 정부가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으로 믿는다”면서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이마트 쩌우민 점경리를 만나 중국의 발전상과 중산층들의 소비패턴을 들어봤다.

중국 중산층은 대개 어떻게 나눌 수 있는가.
획일적으로 나눌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월 4만~10만 위안 정도 수입을 올리는 사람을 중산층으로 규정할 수 있을 듯 하다.

이마트에 오는 사람들의 계층은 어떤가.
지점이 위치한 장소 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40% 이상이 중산층이다. 약 1~2%는 최고소득층이고 나머지는 중하층이라고 보면 된다.

이마트을 찾는 고객을 통해 중국의 발전상을 말한다면.
성장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다. 현재 이마트에서 평균 지출하는 금액은 한명 당 80 위안 정도다. 까르푸는 170 위안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97년 때는 평균 30 위안 ~ 40 위안 정도 썼다. 소비수준이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반면 부정적인 면도 있다. 당시만 해도 빈부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눈에 띄는 부자도 없었고, 못사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빈부의 격차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의 경우 대형 할인마트가 들어서면 재래시장이 죽는다. 중국도 그런가.
중국은 그렇지 않다. 중국 사람들은 철저하게 ‘가격 효율성’을 따진다. 가격이 싸거나 아니면 가까운 곳으로 간다. 재래시장에도 최고소득층 사람들이 제법 온다. 한국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듯 하다. 한국 사람들은 이마트 등 대형할인점에 갈 때 자동차를 타고 간다. 그래서 재래시장이 죽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아직 자동차가 많이 보급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재래시장도 공존하고 있다. 나중에 자동차가 일반적으로 보급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후진타오 정부가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인들의 평가는 어떤가.
대부분 후진타오 정부를 믿는다. 큰 그림을 그리면서 잘 성장시켜 나갈 것으로 믿고 있다. 최소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해 엑스포 때까지는 발전을 계속할 것이라는 게 중국인들의 믿음이다.
물론 그 이후엔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가지고 있다. 한국이 고속성장 후유증으로 IMF를 겪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 뿐 아니라 중국인들은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중국 시장은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판을 치고 왔다. 중국은 이에 맞설만한 로컬 기업이 없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이다. 중국엔 한국의 삼성, 현대, LG와 비견할 만한 세계적인 기업이 없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육성정책을 강력하게 펼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하이얼, TCL 등 190개 로컬 브랜드를 선정해 지원을 시작했다. 로컬기업의 브랜드 구조조정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머지않아 중국을 상징할 수 있는 기업이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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