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



케인스주의적 경제정책이란 `시장의 실패'에 대한 처방으로 형성된 것이다. 시장의 실패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가리킨다. 화폐나 노동력 같은 특수한 상품, 독점적으로 공급되는 일반 상품, 또는 공공재 같은 비상품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미국 경제는 케인스주의적 경제정책으로 1930년대 대불황을 극복하고 동시에 법인자본주의를 완성한다.

 

거시정책 개혁, 미시정책 유지

케인스주의적 경제정책은 거시적 수준과 미시적 수준에서 구성된다. 거시정책은 재정정책을 위주로 하면서도 화폐정책과의 `정책혼합'과 이를 통한 경기순환의 `미세조정'을 배제하지 않는 유효수요 정책이다. 거시정책은 의회의 견제 아래 재무부가 담당하고 중앙은행은 이를 보좌한다. 미시정책은 법인자본의 독점(시장지배 또는 불공정거래)을 규제해 느슨한 과점 아래 `유효경쟁'을 촉진하려는 경쟁정책이다. 반독점법에 의해 지지되는 미시정책은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담당하는데, 이번에는 의회보다 사법부와의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 미국식 `자유기업'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케인스주의적 경제정책의 핵심은 당연히 미시정책이 아니라 거시정책이다.

 

유효수요를 진작하고 유효경쟁을 유도하려는 케인스주의적 경제정책은 세계경제에서 헤게모니를 행사하려는 미국에 고유한 것이다. 예를 들어 수출지향적 현대화를 통해 미국을 따라잡으려 한 전후의 독일이나 일본만 하더라도 케인스주의적 경제정책은 아주 예외적이고 대신 중상주의적인 산업정책이 경제정책의 기조를 형성한다. 프랑스나 영국은 케인스주의적 거시정책에 국유화 또는 공기업화라는 미시정책을 결합하는데, 이는 전전부터 강력한 노동자 운동이 존재했다는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새 케인스주의'란 전통적 케인스주의에 대한 화폐주의적 신보수주의 도전의 반응으로 출현한다. 새 케인스주의는 화폐주의가 내세우는 이른바 `정부의 실패'에 대해 `시장의 실패'를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전통적 케인스주의에 대해서는 정책개혁이라는 과제를 제기한다. 새 케인스주의는 화폐주의와 마찬가지로 화폐정책을 통한 물가안정을 중시하지만 고금리가 아니라 저금리를 통해 주식시장을 부양하고 과소비를 부추겨 이른바 `신경제'를 달성하려 한다. 전통적 케인스주의에서 화폐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국가경쟁력' 논쟁이 제기되면서 산업정책이 잠시 부각된 적도 있지만, 새 케인스주의가 대두하면서 다시 경쟁정책이 주목받는다.

 

단적으로 새 케인스주의는 전통적인 것과 달리 완전고용을 포기한다. 이른바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수반하는 실업률'(나이루)은 올해 대불황 직전 60년대의 최저 수준인 4% 가까이 저하한다. 그러나 유동적 실업(일시해고자 또는 임시직) 외에도 잠재적 실업(자영업자 또는 여성노동력)이나 정체적 실업(일용직, 빈민 또는 부랑자)을 고려하면 실제 실업률은 거의 두배에 이른다고 한다. 60년대와 90년대의 고용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실업률 4%라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신흥시장의 경우

워싱턴 컨센서스에 따른 신흥공업국의 정책개혁 핵심은 새 케인스주의적 의미에서 거시적 안정화와 금융과 기업 등 경제구조의 미국화라는 의미에서 미시적 구조조정에 있다. 미국식 신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이른바 `신흥시장'으로 변모하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구조조정의 핵심은 재벌을 지원하던 산업정책을 폐기하고 금융개혁을 통해 재벌을 금융화하는 데 있다. 공기업 민영화도 소유형태 변화보다는 오히려 주식시장을 육성하는 데 목표가 있다. 재벌과 공기업을 금융세계화로 통합하는 또다른 수단은 세계시장의 개방압력을 전달하는 경쟁정책이다.

 

윤소영/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spinmax@chollian.ne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